판문점 선언 비준 안 되는 것 이해 안 돼, 방북 초청도 수 차례 제안, 남북 정상회담과 청문회 일정 관련 합의 번복, 정개특위 구성 관련 한국당의 번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의 원내 사령탑으로서 야당과 최대한 협치를 해보려고 많이 참았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보게 돼서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참을 인을 매번 그리면서 야당을 설득하려고 해도 이번 일정 횡포는 못 참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 원내대표는 5월11일 당선 소감을 말할 때 “70년 만에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남북 화해만큼은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며 △남북관계발전특위 구성(법안 심사권 보유) △4강 외교에 여야 협력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미국 의회와의 교류 등을 약속했다. 

여러 사회적 대타협의 의제가 있겠지만 남북 문제에서만큼 야당이 협조해주면 “나머지 국정 현안은 야당에 과감하게 양보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이날 “어제(11일)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서 국회로 넘어왔는데 원내대표가 되면서부터 야당을 설득하고 초당적으로 대승적으로 동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회동이 있을 때마다 이야기했었다”며 그럼에도 “끝내 동의를 못 얻었다. 정부가 3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가피하게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여당은 1단계로 야당에 방북 초청 2단계로 비준 통과를 추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제외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단호한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은 당내 바른정당 계열 인사들의 강경한 분위기에 따라 국민의당 계열 지도부가 눈치를 보는 상황이고 김관영 원내대표는 중재안으로 한국당의 요구사항을 담아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을 제시했지만 양당의 호응은 없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경미 대변인과 홍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 원내대표는 “내가 원내대표가 되자 마자 5월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합의를 할 때 결의안에 합의했었다. 그런데 채택하는 마지막 순간에 한국당에서 도저히 이 결의안을 이럴려면 왜 채택을 하냐는 그런 내용을 들고 나와서 (내가) 차라리 이럴 바에 하지 말자고 해버렸다. 근데 지금은 결의안을 채택할 단계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것도 차이가 있다. 한국당은 결의안이든 비준이든 다 반대한다. 바른미래당은 결의안을 하자고 하고. 결의안도 합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면 그것도 다 반대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오는 14일 개성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리는데 홍 원내대표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의 박주선 의원을 비롯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참여하지만 한국당만 가지 않는다.  

현재 한국당은 비준 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재정 추계 △비핵화 초기 조치 돌입 이렇게 두 가지 근거를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전자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판문점 선언 이행에는 추정기관에 따라 국민 부담이 적게는 수 십조에서 100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4700억원이 필요하다는 깜깜이 비용 추계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비준동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북핵 폐기의 실질적 진전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향후 판문점 선언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상관없이 정부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에 백지수표를 국민이 승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2014년 1월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통일비용 겁내지만 ·· 혜택이 배 크다> 기사를 들어 보이고 “당시 신문을 보면 통일비용은 두렵지만 혜택은 그 배로 크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 투입한 예산의 20~30배 이상 경제적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부분은 빼버리고 예산투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문제 삼는다면 어떻게 하느냐. 1년 국방비 예산이 40조원을 넘는다. 비핵화와 평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항변했다.

소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화제가 됐던 그 시기였고 실제 기사 내용의 골자는 2025년 이후 통일이 되면 소요 비용은 3600조원이지만 그 혜택은 6800조원으로 2배나 흑자라는 것이다.

참을 忍을 새기기가 힘들 정도

홍 원내대표가 한국당과의 불신이 깊어졌다고 느낀 배경에는 △정기국회 일정 합의 파기 △청와대의 방북 요청 비난 △정치개혁특위 재구성 요구 등 3가지가 있다.

먼저 홍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내 귀를 의심했다. 자신들이 주장해놓고 민족사적 대의 때문에 그런 말하는 것에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황당한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족사적 대의가 중요한 만큼 현재 예정돼 있는 정기국회 일정을 다시 조정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정기국회 일정에 가려 민족사적 대의가 빛을 발하지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족사적 대의에 가려 정기국회가 흐지부지 사라져서도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마이크를 잡고 흥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 비교적 과거에 비해 (홍 원내대표께서) 조금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한 이유는 청문회 일정을 하더라도 11일이나 12일인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 다녀온 다음 9월6일에 18일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했다. 6일 이후 5명 국무위원에 대한 일정 계획서가 채택됐기 때문에 (한국당이) 정상회담 일정을 이미 다 인지하고 있었고 저희는 18일 이전에 꼭 해달라고 했는데 죽어도 안 된다고 해서 우리가 양보해서 19일에 하기로 했다. 아무런 상황 변화도 없는데 이젠 19일이 아닌가벼 그러고 또 한가위로 미루자고 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생각해주라. 지금까지 (원내대표께서) 인내를 하고 하고 했던 참을 忍을 가슴 속에 새겼는데 오죽하면 이러셨겠나. 나도 평소에 우아하게 얘기를 하려고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박 대변인 내가 오늘도 참을 인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호응했고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웃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홍 원내대표는 “청문회는 정부의 요청서가 오면 15일 이내로 하게 돼 있다. 국회에서 4일에 정식으로 접수가 됐기 때문에 18일이 시한이다. 그래서 18일까지 청문회를 끝내자는 부탁을 애원하다시피 했다. (대정부질의와 겹쳐서 어려우면) 12일까지 끝내달라고 했다”며 특히 국방위원회를 비롯 해당 상임위들에서 청문회 일정을 합의했지만 갑자기 18일 이내 불가론을 한국당 원내 지도부가 오더로 내려 모든 합의가 깨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3차 정상회담 전에 신임 정경두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인준을 받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루 전에라도 원포인트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겠냐고 사정을 했음에도 이것이 불수용됐고 한국당은 대신 회담 일정 중인 19일~20일에 하자고 역제안을 했다는 게 홍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그걸 깨버렸으니 화날만했다는 것이다. 

하도 그런 하소연이 쏟아지길래 보수야당의 태도가 온당치 못 하기 때문에 협치를 강조한 원칙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홍 원내대표는 “아니 뭐 여당 원내대표로서 국회는 의회 민주주의의 중심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과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무한 책임을 갖고 있다. 나는 앞으로 더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해서 뭔가 성과를 내려고 독려를 해야한다. 그러나 협치라는 게 정말 어렵구나. 이런 걸 새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ㅍ(사진=연합뉴스 제공)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서영교 의원과 원내배변인을 맡은 홍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두 번째는 청와대의 태도에 대한 지적을 반론하는 것이다. 

1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야당에 대한 방북 초청이 공식 발표된 것을 놓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사전에 한병도 정무수석을 통해 먼저 논의하고 조율이 이뤄지고 나서 발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두 당 입장에서 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발표를 해버리고 다음날(11일) 한 수석이 예방하는 모양새가 야당과 협치할 자세가 안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8월1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가 회동할 때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고 내가 원내대표 회동을 할 때마다 제안했었다. 갑자기 그런 것이 아니다. 대통령께서 그야말로 민족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니까 여야가 초당적으로 도와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며 야당을 무시하는 부적절한 협치의 자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입장에서 한 번 꺼내본 것과 정식 제안을 하는 것은 다른데 왜 사전 조율없이 발표했냐고 볼멘소리를 낼 만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이미 여러 번 거론된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는데 갑자기라고 반발하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세 번째는 정개특위 문제인데 2017년 전반기 국회 때 4개(민주당·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교섭단체였음에도 비교섭단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명단에 포함됐다. 총원 18명의 특위 위원을 여야 동수로 구성하면 9대 9가 되고 여기서 야당들 중에 덩치가 큰 한국당이 5, 국민의당이 2, 바른정당이 1, 정의당이 1이였다.

후반기 국회는 당초 7월에 원구성 합의가 될 때는 민주당이 9, 한국당이 6, 바른미래당이 2, 평화화정의(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가 1이었다. 민주당 대 한국당 구도로 보면 전반기 보다 정치적 이익을 더 챙긴 쪽은 한국당이다. 하지만 7월23일 故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세상을 떠났고 평화와정의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자 한국당은 이미 위원장으로 내정된 심 의원의 배제를 요구했다. 그게 아니라면 정의당은 범여권이니 민주당이 9를 양보해서 8이 되고 1을 정의당에 주라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때 원구성 합의서를 들어보이며 “여야 동수로 하기로 모두가 서명했다. 보통 원구성을 할 때마다 여야가 다툰다. 그래서 비상설특위는 여야 동수로 한다. 그걸 없던 걸로 하자는 것은 다시 후반기 원구성을 하자는 것인가. 나는 도무지 이러는 배경을 잘 모르겠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 신창현 의원에 불거지고 있는 LH 토지주택공사의 ‘신규 택지 개발 후보지’ 문건 유출과 관련 “분명히 책임이 있다. 물론 본인으로서는 지역구의 공적인 이해관계랄지 이것 때문에 했다고 하는데. 다만 사적 이익을 위해서 한 행위라고 보지 않는다. 그 책임을 전제로 하고 (동기와 관련) 사적·공적은 약간 다를 수 있어서 더 이상의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당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 원내대표로서 취할 조치는 다 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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