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압수수색 영장 기각 분위기 바꾼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의지 먹히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시 한 번 사법농단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대법원장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최근 현안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법부의 대표로서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에 쌓여온 폐단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다시는 이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는 것이 지금 내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다.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주요 인사들이 모여 사법부 70주년의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허경호·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등 시니어 판사들은 지속적으로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 또는 김 대법원장만 고립돼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는 도를 넘고 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전 네이처 리퍼블릭 사장)에서 불거진 법조 비리와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최근 기각됐다. 신광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2016년 당시 영장전담판사들을 대상으로 수사 정보를 제출받아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사는 판사들을 불러 여러 진술을 확보했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오히려 해당 영장전담판사는 이미 진술로 사실관계를 파악했으니 압수수색할 필요가 없다며 기각해버렸다.

심지어 모 판사는 신 부장판사로부터 판사들의 가족 인적사항을 건네받아 이들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신 부장판사의 사무실과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메일 외에 전부 기각된 것이다.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법원 내부의 정보 공유라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검찰은 재판 독립의 원칙을 침해한 위헌적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 △법관 탄핵 △특별재판부 설치 등의 방식으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왼쪽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문재인 대통령,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사진=청와대)

김 대법원장은 지난 6월 재판거래 의혹이 쏟아지고 있을 때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문을 냈었는데 이번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오늘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미군정으로부터 사법 주권을 회복한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부는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헌법은 법관이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해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해야 한다는 법관 독립의 원칙을 선언했다”며 사법농단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김 대법원장은 향후 사법 개혁 차원으로 △법관 승진제도 폐지 △행정처의 구조적 개혁 △판결문 공개 방안 △대법관 제청·헌법재판관 지명·사법행정 등 대법원장의 권한 내려놓기 △대법원과 행정처의 인적·물적 분리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직화 △법관인사 이원화 △전관예우 해소방안 마련 △상고심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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