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여지없이 감독직 수락, 최선을 다해 베트남 축구 성장시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베트남에서 좀 인기가 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부끄러운 듯 담백하게 현지에서 자신이 느끼는 인기에 대해 표현했다. 

박 감독은 17일 아침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담회를 열고 “(베트남 감독직 제안을 처음 받고)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감독직 제안을 받았을 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아침 일찍 열린 행사에 박 감독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국회를 찾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1996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올해로 60세인 박 감독은 2017년 9월 베트남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실 조금 망설였다. 대표팀이라는 무게감이 있었기 때문에 프로팀은 쉽게 응했을텐데 대표팀이라서 좀 망설였다. 거기 말고 다시 내가 일자리를 한국에서 얻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한 번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 나이 또래 되면은 공직에서 다 은퇴하는 시기이고 내가 축구계에서도 밑에 좋은 후배들이 프로팀에 감독으로 다 있고 나는 그 시기를 지나서 이제 (활동할) 자리만이라도 있는 것이 감사할 정도로 퇴보되어 가는 입장이었다”며 “우리가 동남아에서 한국 지도자가 가는 것은 뭐랄까 베트남은 처음인데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겠지만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던 경험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사실 중국 쪽으로 (진출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때 사드 문제로 쉽지 않았다”며 망설였을 때 아내의 적극 권유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내가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으니까 집안의 재정적인 이유로 적극 밀지 않았나 싶다”고 웃으면서 회상했다. 

박 감독은 공식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를 선택한 베트남 축구에 내가 가진 축구 인생의 모든 지식과 철학 그리고 열정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박 감독은 베트남인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했다. 

성과는 2018년 새해 벽두부터 나타났다. 2018 AFC U-23 아시안 선수권 대회에서 베트남은 사상 최초 결승에 진출했고 얼마 전 아시안게임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현장을 찾은 김병지, (사진=박효영 기자)
현장을 찾은 김병지, 최진철, 송종국 전 선수들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박 감독은 인격적으로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많이 받는다. 

대담장에는 2002년 멤버들이 와 있었는데 박 감독은 “(농담으로라도 선수들이 박 감독 흉을 보지 않는다는 말에 대해) 그건 맞다. 최용수 해설위원이 해설하면서 내가 지갑을 안 연다고 그랬는데 최근에 만나서 밥을 샀다”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아직 박 감독의 계약 기간은 1년이나 더 남았다. 부임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박 감독은 이미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향후 어떤 모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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