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NLL·이산가족 논의가능성, 삼지연 공연 관람, 환영 만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방명록에 위와 같이 적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15시45분부터 17시45분까지 청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리측 배석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서훈 국가정보원장이었고 북측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었다.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두 정상. (사진=청와대)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두 정상. (사진=청와대)

두 정상이 회담장에서 모두발언을 했고 여기까지는 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했다. 흔히 국가 원수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나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이나 외무장관을 맞이하는데 노동당 청사 내부는 故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시대까지만 해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아들인 김 위원장은 외교무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두 정상의 모두발언은 상대의 공을 치켜세우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지칠줄 모르는 노력 때문에 북남 관계와 조미 관계가 좋아졌다. 역사적인 조미 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 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께서 기울인 노력에 다시 한 번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섯 달 만에 세 번 만났는데 돌이켜보면 평창 동계올림픽과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었고 거기엔 대담한 결정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다. 사의를 표한다. 평양 시내를 오다 보니 평양이 놀랍게 발전돼 있어 놀랐다. 산에도 나무가 많았다. 어려운 조건에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고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가 지고 있고 져야할 무게를 절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8000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 전세계도 주시하고 있고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이후 진행된 비공개 회담에서 정확히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핵화 중재안 △서해 평화수역 조성을 위한 NLL(북방한계선) 문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이 의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회담장에서 두 정상의 모두발언까지는 공개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은 이날 성남 서울공항 환담장에서 “이번 방북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비핵화 초기 조치에 대한 우리측의 중재가 필수적이고 그게 성공했을 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성사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종전 선언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핵물질·핵탄두·핵시설 등에 대한 리스트 신고를 요구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한꺼번에 일괄 신고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이 부분적 신고를 위한 시간표를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김 위원장이 핵 리스트 신고에 조심스럽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우라늄 농축시설·영변 원자로 등에 대한 추가 폐기를 제안하고 감시 사찰단의 파견을 허용하면 어떻겠냐고 설득했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반응을 이끌어내면 종전 선언과 남북미 3자 평화협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됐을 것으로 보인다.

수 차례 열린 남북 군사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에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졌는데 문제는 서해 NLL(북방한계선) 평화수역 조성이다. 추측컨대 완충지대 기준선에 대한 두 정상의 양해가 이뤄지고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라는 빅딜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서는 서신과 영상편지 교환·상봉규모 확대·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남북 대표 상주를 통한 상봉 상시화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본 두 정상. (사진=청와대)

회담을 마치고 두 정상 부부는 평양 대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김 위원장 부부는 먼저 도착해 문 대통령 부부를 기다렸고 우리측 장관들과 북측 핵심 인사들도 참석했다.

첫 날 마지막 일정인 환영 만찬은 고위급을 맞이하기 위한 전용 연회장인 ‘목란관’에서 성대하게 치러졌고 20시37분부터 22시53분까지 진행됐다. 헤드테이블에는 두 정상 부부를 비롯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앉았다.

건배하고 있는 정상 부부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건배하고 있는 두 정상과 리설주 여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환영 만찬 자리에서 왼쪽부터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북과 남에 굽이치는 화해와 단합의 뜨거운 열기를 더욱 고조시키는데 아낌없이 노력하겠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남측의 귀빈과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위해 잔을 들 것을 제의한다”고 건배사를 외쳤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내외의 건강과 백두에서 한라까지 남북 8000만 겨레 모두의 하나됨을 위하여”라며 화답했다. 만찬 메뉴는 백설기 약밥, 강정합성 배속김치,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 생채, 상어날개 야자탕, 백화 대구찜, 자산소 심옥구이, 송이버섯구이, 흰쌀밥, 숭어국, 도라지장아찌, 오이숙장, 수정과, 홍성수삼인삼주, 평양소주, 와인 등이 제공됐다. 

한편, 둘째 날(19일) 일정은 오전 정상회담이 속개되고 잘 풀렸을 경우 공동 기자회견을 통한 합의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점심 오찬은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함께 먹을 예정이고 이후 수행원들과 평양의 주요 시설을 시찰할 계획이다. 평양의 랜드마크인 미래과학자 거리, 려명거리가 선택될 것으로 추측된다. 저녁에는 문 대통령의 부탁대로 평양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 환송 만찬이 있을 예정이다. 아마 대동강수산물식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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