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참관 하에 영구 폐기, 미국의 행동이 전제되면 영변 핵시설도 영구 폐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9월 ‘평양 공동선언’이 발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자신의 입으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발언했다. 

19일 10시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70분동안 추가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11시반 평양 선언에 서명했다. 연이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선언에 서명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11시40분 두 정상은 단상에 올라 각자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평양 선언의 내용은 6조 14개항으로 아래와 같다. 

①한반도 모든 지역에서 실질적인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
①-1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 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철저히 이행한다 ①-2 남북은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상시적으로 소통한다

②교류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 경제를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강구 
②-1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한다 ②-2 조건이 마련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기 위해 협의한다 ②-3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우선적으로 현재진행형인 산림분야 협력의 성과를 위해 노력한다 ②-4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한다 

가장 눈에 띄는 5조 비핵화 파트와 6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담긴 평양 선언서. (자료=청와대)

③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
③-1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빨리 개소하기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한다 ③-2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다

④화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민족의 기개를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 추진
④-1 문화예술 분야의 교류를 더욱 증진시키고 우선 10월 중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을 진행한다 ④-2 2020년 여름 올림픽을 비롯 국제 경기에 공동으로 진출하고 2032년 여름 올림픽의 남북공동 개최를 유치하는데 협력한다 ④-3 10.4 선언 1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을 개최하고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남북 공동으로 기념하기 위해 실무적인 방안을 협의한다

⑤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기로 공감 
⑤-1 북측은 우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한다 ⑤-2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다 ⑤-3 남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

⑥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

각자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간 두 정상의 모습. (사진=청와대)

핵물질·핵탄두·핵시설 리스트 신고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북미 간의 이견이 컸는데 당초 북측은 단계적 리스트 신고까지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다만 이번 평양 선언에는 리스트 신고보다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고 그 결과를 검증받겠다는 대안을 역제안했다. 

부분적이지만 핵시설을 완벽히 폐기하는 선조치를 취해 의지를 보이겠다는 것이고 미국의 싱가폴 선언 이행이 뒤따른다면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등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평양 정상회담 일정이 진행 중일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비핵화 이전까지 실시될 대북 제재의 고삐를 다잡았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CVI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한중일을 방문했다.

비건 대표는 “지속적인 비핵화 압박과 외교 분야에 대한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9월27일 북한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장관급회의를 주재할 계획이고 CVID를 향한 노력을 안보리에 보고하고 모든 유엔 회원국이 현행 제재를 이행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한치 양보없는 미국의 강경한 스탠스에 김 위원장의 선조치와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지켜볼 대목이다.

(사진=청와대)
두 정상이 평양 선언서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청와대)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라고 판문점에서 썼던 글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며 “분단의 비극을 한시라도 빨리 끝장내고 겨레의 가슴 속에 쌓인 분열의 한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게 하기 위해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성스러운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앞장서서 함께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도 “1953년 정전협정으로 포성은 멈췄지만 지난 65년동안 전쟁은 우리의 삶에서 계속됐다.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젊은 목숨들이 사라졌고 이웃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며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어감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머지 않았다. 남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나는 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여기서 가까운 시일 안이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해 사상 최초 북한 최고 지도자의 서울 방문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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