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정의용·문정인의 말을 통해서 본 비핵화와 군사 합의서의 의미, 사실상 종전 선언인 이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두 정상은 이번 선언을 통해 1953년부터 지금까지 65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정전 상태를 넘어 실질적 종전을 선언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평화를 바탕으로 공동 번영으로 가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메인프레스 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이렇게 평가했다.

군사 합의서에 대해 실질적 종전 선언이라고 규정한 윤영찬 수석.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평양 현지에서 브리핑을 통해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DMZ(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합의서 내용에 대해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 합의를 한 것으로 저희는 평가한다”고 밝혔다.

오전 백화원 영빈관에서 진행된 추가 정상회담은 배석자 없는 단독 회담으로 알려졌는데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정상은 이틀 간의 담판 끝에 △비핵화 중재안 △서해 NLL 평화수역 조성을 위한 기준선에 대해 대타협을 이뤄냈다.

하지만 당장 평양 선언 5조에 담긴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것 외에 기존의 핵 리스트 신고가 빠졌다는 점에 대해 윤 수석은 “유엔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공개된 이야기도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도 전달될 것”이라고 말해 비공개 추가 합의사항이 있음을 암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부터) 남관표 2차장, 이상철 1차장이 18일 오전 청와대 헬기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평양 고려호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분명히 선언문에 담지 못 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직접 전달할 것이고 그 결과 개인적으로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래의 핵을 만들지 않겠고 어떤 플랜을 제시하는 것 외에 현재 보유 중인 핵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빠졌다는 점에 대해 윤 수석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는 신규 핵물질을 만든다든지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근원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지만 5조 2항에는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영변 핵시설이 북핵의 핵심이라 하더라도 이걸 바로 내주는 게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 여하에 달렸다는 것이고 윤 수석도 “현재 비핵화는 앞으로 북미간 대화의 진척에 달려있다”고 인정했다.

정 실장은 “앞으로 남북 정상의 의지가 군사적 긴장 완화 또 전쟁 위협의 완전한 해소에 더 반영될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남북 정상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심도있게 또 아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남북이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정상 차원에서 합의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오른쪽), 최태원 SK 회장 등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이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과 국제사회의 참관을 허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과거 북측이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이 보여주기식 폐기라는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무엇보다 이러한 남북 간의 회담 결과를 통해 “북미 협상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고 “저희는 북미 정상회담도 가급적 조기에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6.15 선언·10.4 선언·9.19 선언을 현지에서 모두 본 사람이다. 6.15는 상당히 총론적인 성격이 강하고, 10.4 선언은 각론적 성격이 강하고, 이번 9.19 선언은 실천적 성격이 강하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3개의 선언문이 상당히 보완적이지 않느냐”며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에 따라 사실 (북미 모두)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고 이번 남북 군사 합의서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상호확증파괴 개념은 미국의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고안한 것으로 전쟁 결과에 상관없이 양측 모두 파괴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누구도 선제 공격을 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일종의 힘의 균형이 업그레이드된 버전인데 모두가 자폭할 수 없다는 핵 억제 전략이다. 1960년대 당시 초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의 핵 군비경쟁 초기에 이런 이론이 들어맞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양쪽 모두 핵을 가졌다고 해서 조건이 완성되는 게 아니고 둘 다 2차 반격 능력 즉 선제 핵공격을 당하고도 바로 제압되지 않고 핵무기로 반격을 가해 상당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 성립된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말폭탄을 주고 받았던 것 자체가 어찌보면 북한의 핵 능력이 완성됐기 때문에(대륙간탄도에 핵 미사일을 실을 수 있는 소형화 기술까지 갖췄기 때문에 미국 본토 공격 가능) 미국이 카운터파트너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군사 합의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의 상호확증파괴적 균형을 넘어 완전한 안정 관계를 만드는 비핵화가 한 축으로 중요하고, 딱 붙어 있는 남북 간의 재래식 군사 무기가 일으키는 우발적 충돌이 예방되는 게 또 한 축으로 중요하다. 

문 특보는 “(남북의) 우발적 군사충돌이 발생하고 이것이 확전될 경우 그것을 통제 못 했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문 대통령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운영적 군비통제 그러니까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상당히 역점을 뒀던 것 같다”고 관측했다.

결론적으로 “최소한 한반도에서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막고 그렇게 함으로써 핵 충돌을 막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는 기본 인식 하에서 했던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 특보는 평양 선언 5조의 비핵화 파트에 대해 “어떻게 보면 미흡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미국은 선 신고사찰 후 종전선언, 북한은 선 종전선언 후 신고사찰 이런 형태로 가서 지금까지 교착상태였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하면 이 둘을 동시에 교환할 수 있는지 방책을 모색했기 때문에 이번 선언에 그게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가 있다”고 운을 뗀 뒤 “그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북미 간의 협상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우리 정부가 선뜻 나서서 선언문에 담기는 어떻게 보면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가 설명한 북한과 미국의 내심은 이런 것이다. 

북한은 풍계리와 동창리를 폐기했음에도 미국의 조치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고, 미국은 미래에 안 하겠다는 건 핵 동결에 불과하고 현재 북한이 보유 중인 핵시설·핵물질·핵탄두 리스트 신고 및 탄도미사일 언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종전 선언은 안 된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이 그런 북미의 “인식적인 차이”를 좁히기 위한 중재안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고 5조 2항의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에 대해 “용의라고 하는 것은 영어로 번역하면 willing to가 되겠지만 한국적 어법으로 봐서 용의는 좀 약한 것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라며 조건부 영변 핵시설의 의미를 피력했다. 

(사진=청와대)
평양 선언에 서명하고 발표한 두 정상. (사진=청와대)

문 특보는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현재 북핵의 핵심인 플루토늄 생산시설과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며 “아마 북이 이걸 얘기한 것은 최초”이고 “그래서 문 대통령이 그걸 받아 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내건 조건부에 대해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 시작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유지라고 해석했고 “아마 여기에 종전 선언도 포함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문 특보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종전 선언을 해주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는 공식 카드를 김 위원장이 던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통일부·외교부·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정상회담과 관련 여러 보충 설명을 들었고 최경환 평화당 원내대변인은 “이제까지 남북 평화에서 핵 문제는 남측이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심지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는데 이것을 정상 간 합의해서 동창리 엔진 시험장·미사일 발사대 문제라든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문제를 명문화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합의가 한미 군사훈련에 저촉받지 않는다고 말씀했다. 우리가 이번에 한 것은 북미 대화에서 핵문제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고 시동을 걸어놨으니 북미가 살을 붙여 마무리 하는 일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 측은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개 정당에만 따로 정상회담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러 국회에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영변 핵시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북핵의 60~70%가 집중된 것이 바로 영변이고 이것을 북측이 명문화해서 이야기했다는 것은 대단히 어마어마한 일로 협상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씀했다. 그리고 영변은 지속적으로 핵물질을 만드는 곳이고 현재 만들어진 핵을 폐기하더라도 영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문제를 합의에 명문화 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장병완 원내대표가) 국회 비준을 2개 다 해야하는지 9월 평양 공동선언이 판문점 선언의 부속 합의라면 4.27 판문점 선언만 비준해야 하는지에 대해 병렬적이라면 두 개를 다 비준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 지점을 환기했다.

한편, 문 특보는 “서울 방문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내 옆 자리에 앉았던 통일전선부 주요 인사와 얘기했는데 서울 방문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전부 다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것은 완전히 김 위원장의 독자적 결정이었는데 그걸 누구도 막지 못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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