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국민성장론’ ·· 소득주도성장의 ‘대안’될까?
한국당의 ‘국민성장론’ ·· 소득주도성장의 ‘대안’될까?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9.20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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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이 내놓는 새로운 성장 담론, 규제개혁을 통한 국민 역량 살리기, 민주당의 강한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의 성장 정책의 대안이 제시됐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종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정확한 어떤 정책의 브랜드라든가 전체적인 구조의 타이틀이라든가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아마 추석이 지나면 의원총회나 의원연찬회를 통해 다시 다듬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아주 혹독하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공격했던 한국당이었기에 성장 정책의 대안을 제시할 때는 버금가는 비판을 들을 것이라고 직감한 것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절대 아니라고 확신했고 그 대안으로 국민 성장론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우리 국민은 역량있는 국민이다. 이 국민이 우리 성장의 동력이다. 국민이 뛰게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뛰고 난 다음에 거기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국가는 보충적 차원에서 이를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들은 국민을 믿는다. 국민을 뛰게 해야 한다”며 가칭 국민 성장론을 제시했다. 

또한 “현재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공무원 늘리고 보조금 통해서 일자리 수 늘리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가 생산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질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국민 성장론의 핵심은 “소극적인 규제완화 정책”이고 동시에 국가가 나서서 “촉진할 것은 촉진하는” 그런 취지다. 아직 정교하게 가다듬어지지 않았고 모호한데 김 위원장이 주장한 것들을 모아보면 이렇게 된다.

①위대한 국민의 역동성 발휘
②투자와 생산을 활성화시켜 소득과 소비를 늘리는 재투자 사이클
③자율주의 차원의 규제개혁
④경제논리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⑤3개의 벨리 패키지 조성
⑥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⑦획기적인 출산 장려책과 혁신역량 정책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요일이었던 16일 급하게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 성장론을 발표한 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①은 국민 성장론의 기본 철학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성취한 우리 국민에 관하여 정부여당은 소극적인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봤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국민이 규제·감독·관리보호의 대상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의 역량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규제하면 국민 역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규제를 풀면 국민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기본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곳곳에서 정부 규제가 뛰는 국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표현했고 국민 스스로 역량을 발휘하도록 두는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각종의 보조금이나 세금을 써서 오히려 국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그런 모습들이 곳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곧 “이것 저것을 전부 국가주의적으로 끌고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잘못된 국민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된다”며 “역량있는 국민을 뛰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기본 컨셉”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한국당은 국민을 자율·창의·혁신·발전의 주체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감독자로서 보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가 오히려 국민들이 혁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촉진하거나 지켜보는 레프리(심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본 철학 하에 “국민과 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생각했다”며 “시장 내에 배분의 문제나 이런 것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시장의 어떤 자율배분 질서를 자리잡게 하자는 대안을 저희들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②은 일종의 경제학 원론이라고 김 위원장이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그 투자가 생산으로 이어지고 그 생산이 소득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소비로 이어지면서 다시 재투자가 되는 이런 사이클이 경제의 올바른 혈류”라고 주장했다. 

경제가 알아서 흐를 수 있는 것의 시작점은 투자이고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결국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수차례 제기됐던 보수적 경제관일 수 있는데 김 위원장은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내의 자율배분 체계를 강화하는 자율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보완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직접 기자들에게 보낸 비교 자료. (자료=자유한국당 제공)

③에서 말하는 자율주의는 김 위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라고 비판하면서 내세운 개념이다. 국민이 월등하니 알아서 하도록 놔두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율이란 표현이 사용됐다. 

여기서 국가는 “필요한 지원만 하자는 것”이고 김 위원장은 이를 “일종의 탈국가주의적인 정책 패키지”라고 명명했다. 

민간 시장에서 국민이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김 위원장은 여러 규제개혁의 용어를 꺼냈다. 그것은 △네거티브 규제시스템(금지 규정들 외에 모두 허용) △규제비용총량제(규제를 새로 만들 때 생기는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폐지해 규제비용총량이 추가로 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행정규제기본법 개정 △갈라파고스 규제(국제적 흐름과 단절돼 불합리하고 개선돼야 할 규제)들을 일괄해 글로벌 스탠다드로 전환 △크로스보더 글로벌 경제특구(국경을 뛰어넘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특구 지정)를 시범사업으로 추진 등이 있다.

한국당에게 ④이 빠질 수 없다. 최저임금은 그 기본 개념 자체가 국가가 시장 가격 하한선을 강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며 “임금 책정 권한을 광역자치단체 최저임금위원회로 이양하고 지역별·산업별·직종·직영별로 교섭을 분권화하는 것이고 결정 주체도 현재 노사정에서 노사 교섭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산업별·직무별 표준임금을 제정하고 근로장려세제(EICT) 확충 등으로 임금격차 해소에 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일자리를 만들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혁신 밸리를 구성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대규모 스타트업 밸리 △그로우업(Grow-up) 밸리 △리쇼어링 밸리(해외로 이전한 자국 기업이 되돌아오는 것) △기업성장 사다리 정책 패키지 등을 제시했다. 

먼저 스타트업 밸리는 청년들의 창업 활성화를 위해 그 안에서 낮은 임대료를 제공하고 여러 창업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두 번째 그로우업 밸리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세 번째 리쇼어링 밸리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여러 인센티브로 유인하는 것이다. 마지막 사다리 정책은 작은 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순 보호가 아닌 기업 경쟁력 강화로 정책 목표를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들이 피터팬 신드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탈중소기업 지원제도 등을 마련하고 소상공인 기본법을 제정해서 성장 단계별 종합 지원체계도 구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주 짧게 언급된 것으로는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 공정한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즉 경제민주화적 조치가 살짝 있다.

한국당은 역시 보수 정당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이 빠질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적극적으로 개혁해 나가야 된다. 말하자면 대기업 귀족노조들이 정부의 과보호를 방패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이익까지 폭식하는 악행도 끝내야 된다”며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국가 경쟁력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뽑히는 것이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모순이다. 이것을 개혁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을 목표로 비정규직 2년 제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파업에 대한 대체인력 투입 허용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출산주도성장을 제시했다. 애낳으면 돈준다는 것이냐, 젠더 인식이 떨어진다, 세금 몰빵이라면서 막대한 세금 투입 정책을 말해서 모순적이다 등 여러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원내대표께서 강조했지만 출산 정책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아주 과감한 여러가지 방안들을 생각하고 있다”며 “국민 전체가 (높은) 출산을 유지해서 인구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가 혁신 역량을 가지도록 일종의 재교육체계, 재훈련체계. 국가 전체를 하나의 학습의 장, 평생 훈련의 장으로 만드는 일들도 저희들이 고민하고 R&D 기술개발이나 그 분야에 대한 투자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던져올린 국민 성장론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국민 성장론이 발표된 뒤 바로 논평을 내고 “국민 없는 한국당의 국민 성장론”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이 중심에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불과 1년 만에 실패한 것으로 낙인찍고 다시 대기업 중심의 투자만능론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려는 한국당의 정책 무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맹공했다. 

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한국 경제가 망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하듯이 한국당의 국민 성장론을 곧바로 대기업 중심의 투자만능론으로 가져가는 것도 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 대변인은 “오로지 대기업의 성장만을 주목하는 규제완화는 이명박근혜식 경제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에 불과하다”며 “대기업 중심의 낙수경제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파기된 이론”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이 주장하듯이 한국 경제의 발전전략은 대기업 수출 중심이었고 이에 따라 “기업은 성장해도 국민은 가난해지는 고통의 악순환을 반복”했던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17일 논평을 통해 “그동안 한국당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왔던 신자유주의 정책의 이름만 바꿨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보수정권 10년 동안 추진했던 재벌 중심의 성장이자 1% 기득권 계층을 위한 불평등 성장이고 나아가 반칙특권성장의 또 다른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홍 대변인은 “사회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등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상황에서 양극화의 고통을 가져 온 지난 보수정권 10년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인지 한국당에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7일 비대위회의에서 민주당의 반응에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왜 대기업 위주라는 말이 나오는지 그리고 밑에서부터 우리 국민들이 다 뛰게 해서 우리 경제를 살리자는데 거기에 웬 낙수효과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말하자면 소위 신자유주의적인 그런 모델을 가지고 공격하는 기존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웠다”고 반응했다. 

이어 “정말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이 옳은지 아니면 저희들이 말하는 국민 성장론이 더 옳은 모델인지를 놓고 한 번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성장론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 토론을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실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출산주도성장이 경제학이나 사회학 용어도 아니고 그런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아서 그런 분들과 토론할 생각이 없다. 토론도 어느정도 격이 맞아야지(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일단 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을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을 넘어 대안 모델을 제시한 것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구체적인 모델을 제대로 설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했기 때문에 치열한 담론 전개보다는 정치 공방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향후 국가 경제 모델을 놓고 두 당의 치열한 토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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