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유엔에서 연설한 한국 가수, 방탄소년단 팀명처럼 음악적 메시지를 연설로 표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는 김남준(랩몬스터/RM)이다. 단점도 많고 두려움도 많다. 여러분들의 이름은 무엇인가. 무엇이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달라. 조금씩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나가자.”

프랭크 시나트라, 비틀즈, 레드 제플린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팝스타들만 달성했다던 한 해 두 번의 빌보드 차트 1위 기록. 그걸 이뤄낸 방탄소년단(BTS)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다. 

김정숙 여사,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BTS 7명의 멤버는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역할을 하는 방탄소년단이 이 자리에 있다”는 소개를 받고 단상에 올랐다.

BTS의 리더 RM은 우리 시간으로 25일 새벽 유엔 뉴욕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청년 아젠다 ‘Generation unlimited’ 행사에 연설자로 초청됐고 “9~10살 무렵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됐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자신을 집어넣기 시작했고 나만의 목소리를 잃게 됐다. 별을 보고 꿈꾸지 말고 실천해보자고 생각했다. 내 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BTS는 한국 가수 최초로 유엔의 초청을 받고 연설을 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BTS는 한국 가수 최초로 유엔의 초청을 받고 연설을 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RM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그 작은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내게는 음악이라는 도피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했고 BTS 리더가 된 RM은 “사람들이 BTS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멤버들이 있었고 ARMY(BTS 팬클럽)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수하고 단점이 있지만 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면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달라. 여러분의 스토리를 얘기해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힘차게 연설하고 있는 RM. (사진=연합뉴스 제공)
힘차게 연설하고 있는 RM. (사진=연합뉴스 제공)

애플(Apple)의 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는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통해 “계속 갈구하고 바보짓을 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며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당신이 대단하다고 믿는 일을 해야 한다. 그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그런 일을 찾지 못 했다면 계속 찾아봐라. 안주하지 말라.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것을 찾아내는 순간 이것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잡스는 연애하듯이 사랑하는 자기 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는데 BTS가 보기에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수많은 청소년들은 그걸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그래서 타인이 만든 틀에 너무 얽매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BTS. (사진=연합뉴스 제공)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BTS. (사진=연합뉴스 제공)

BTS라는 팀명은 ‘방탄’이 총을 막아내는 것처럼 개인의 주체성을 속박하는 여러 장애물로부터 청소년을 방어한다는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끈 것도 있겠지만 BTS 자체가 갖고 있는 이런 메시지로 인해 2017년 11월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세계 아동·청소년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LOVE MYSELF’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

한편, BTS는 오는 10월 5일~9일 LA 스테이플스센터를 시작으로 월드투어 일정에 돌입한다. 10월6일 뉴욕 시티필드(메이저리그팀 뉴욕 메츠 홈구장)에서의 콘서트는 폴 매카트니, 제이지,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에게만 허용됐었고 한국 가수가 이곳에서 단독공연을 하는 것은 BTS가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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