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천’ 알면서 ·· 종전 선언 늦춘 트럼프 정부의 ‘속사정’
북한 ‘실천’ 알면서 ·· 종전 선언 늦춘 트럼프 정부의 ‘속사정’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9.28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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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선언을 해주려는 입장에서 깐깐하게 미루게 된 배경, 중간선거와 미국 내 비판 여론, 폼페이오의 4차 방북에서 결판날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고무적인 몇 가지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 비판적인 미국 민주당과 언론계는 연일 북미 비핵화 협상에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6일 새벽 유엔 뉴욕본부에서 열린 총회 연설을 통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 했던 조치들”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이나 로켓 발사 중단 △핵 실험을 중단 △일부 군사시설 해체 △억류된 미국 시민들 석방 △6.25 참전 미군의 유해 송환 등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용기와 과감한 조치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물론 비핵화가 이행되기 전까지는 제재는 계속해서 이행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 유엔 총회 연설과 180도 달라진 기조로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 유엔 총회 연설과 180도 달라진 기조로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백악관)

그동안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는 뉴욕타임즈·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류 언론의 회의적인 관점과 맞물려 힘을 얻는 측면이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여러 조치에 대해 직접 “고무적”이라고 규정해 이와 상반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미국의 기본적인 대북 기조는 ‘선 조치 후 관계개선’의 상호주의였는데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큰 전환이 이뤄졌다. 즉 비핵화를 먼저 하면 관계개선을 통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주겠다는 것이 기존의 입장이라면 관계개선이 이뤄져야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싱가폴 공동 선언의 내용을 보면.

①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②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③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④양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 포로와 실종자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고 수습을 약속한다.

기존 관례대로 라면 ③→ ①→ ②로 가야하는데 이번에는 ①과 ②을 통해 ③에 이를 수 있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상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국익이라고 했을 때 남북미 비핵화를 통한 화해 모드는 별로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주한·주일 미군의 정당성은 북한의 위협에 있었는데 그게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돈의 문제(주둔 비용 절감 효과)로 모든 걸 바라보는 측면이 있고 여기에 11월6일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빅 이벤트 효과를 노리는 정치적 이익이 걸려 있다.

역대 그 어떤 미국 정부도 해결하지 못 한 대북 문제를 트럼프 정부가 풀어냈다는 업적 과시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을 때 반(反) 트럼프 정서로 매우 깐깐한 미국 언론과 민주당의 의심을 뛰어넘어야 한다.

즉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상의 ‘타이밍’, 언론과 민주당의 딴지를 무마할 수 있을 만큼의 ‘비핵화 초기 조치’ 두 가지를 따내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단기 목표다.

(사진=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여러 조치들에 대해 고무적이고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진=백악관)

어쩌면 북미 협상의 교착상태는 이런 미국의 속사정에 기반하고 있고 6.12 회담 전후로 종전 선언을 해줄 것처럼 제스처를 취했다가 입장을 바꾼 것도 마찬가지의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핵물질·핵시설·핵무기 리스트를 신고하는 것이 북한 입장에서 매우 중대한 카드라는 걸 미국이 알고 있고 종전 선언을 먼저 해줌으로써 이를 유도하려 했다가, 비핵화 초기 조치를 보증받지도 못 하고 종전 선언을 해주냐는 미국 내 비판 여론과 중간선거라는 시기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추가 친서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초청을 받았고 이를 수락했다. 국무부는 10월 내 방북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했고 중간선거 직전으로 예측되는 시점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침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측 파트너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협상을 하는 모양새가 그려졌고 이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전 실질적인 조율이 마무리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 리스트 신고를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방안과 종전 선언이 동시 교환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이는데 이런 방향으로 북미 간의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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