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정치인에게 주는 이정미의 조언,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의 의미, 관중이 보고 있는 정치인의 삶, 권한을 행사할 때는 부지런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너무 바쁘고 힘들기만한 정치인의 삶에 회의감이 들 때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에게 왜 정치를 하는 것인지 물어봤다. 노 전 원내대표는 “99%의 힘든 과정 속에는 1%의 기쁨이 있다”고 말해줬다.

9월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1학기 입학식이 개최됐고 이 대표는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강의했다.

이정미 대표는 할 일이 많고 너무나 바쁘지만 당대표 업무에 가장 집중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할 일이 많고 너무나 바쁘지만 당대표 업무에 가장 집중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아무리 힘들어도 1%의 기쁨이 있다는 노 전 원내대표의 조언에 깨달음을 얻고 “나를 진실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데서 오는 그 기쁨을 위해 이 길을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좋은 진보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나는 누구를 위해 정치의 기쁨을 쓸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며 “그 권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쓰여지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가고자 하는 해답의 90%는 다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아카데미에 모인 사람들은 정치에 꿈이 있고 정의당은 이들에게 “청년 노회찬”이란 모토로 실제 선거 출마를 위해 물심양면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직업 정치인에 도전하기 모인 여러 수강생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람들에겐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감정이 있다. 그걸 모르고 진보적 의제에 빠지면 고립된다”며 “그 인지상정에 연민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의 중요성은 흔히 거론되는데 이 대표는 “세상 온갖 것에 관심갖는 청년들을 보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을 꺽는데 집중한다. 정의당과 가장 반대편에 있는 정당이 자유한국당인데 한국당을 꺾는데 주력하면 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은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을 때 훨씬 더 많은 관중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저 선수가 인지상정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계속 보고 있다. 여러 정당이 그라운드에 올라 함께 싸우고 있지만 싸우는 선수들은 항상 관중들을 염두에 두고 싸운다. 우리들 눈 앞에 내 생각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꺾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중들로부터 어떻게 많은 응원과 박수를 받을지 노력해야 한다.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말하기보다 경청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결국 정치의 본질이 수많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정치는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일인데 사람 마음 속은 몇 겹이나 겹쳐있다. 그 마음을 뚫고 가기 위해 누가 똑똑하고 옳은 것을 잘 하느냐로는 승자가 될 수 없다. 결국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말하기 보다는 들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꼭 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과정을 위한 내면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권한을 얻었다면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이 대표는 “답은 간단하다. 잘 써야 한다. 그러려면 정말 부지런해야 한다. 나는 독재자가 왜 생겼는지 고민해보는데 게을러서 생겼다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민주주의와 인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스스로 독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사안에) 90명이 동의했지만 10명이 극렬히 반대했을 때 그 10명을 1박2일 동안 만나서 설득하는 엄청나게 힘든 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다수가 동의하니 다 뭉개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 그러다가 독재가 된다. 자기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그 권력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 민주적으로 잘 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4.0 아카데미에서 첫 강의를 맡은 이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자기 사명선언서를 적어보라.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 무엇을 할 것이다. 많이 적지 말고 컴팩트하게 정리해보고 그걸 사람들과 공유해봐라”고 주문했다.

정리해보면 이 대표가 말하는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아래와 같다. 

①1%의 기쁨 ②인지상정과 연민 ③지켜보고 있는 관중 ④정치인에게 경청 ⑤부지런함

한편, 심상정 의원을 비롯 정의당 구성원들은 노 전 원내대표가 가장 고통스러워 할 때 함께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고 자책했었는데. 

정치하면서 힘들 때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대표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가장 못 하는 게 힘든 얘기를 잘 못 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힘든 얘기를 할 수 있고 믿음을 갖고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그런 동지들과 술을 자주 마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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