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제출 않는 한국당 놔두고 4당만 정개특위 열겠다는 윤소하 원내대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해찬 대표는 분권형 개헌만 막으면 연동형에 협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을 이렇게 흘려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현재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는 내주 초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출발에 모두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기다리지 않고 따로 정개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오후 윤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0월8일에 모일 것이다. 이건 일종의 개문발차하자는 것”이라며 “(지난주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의 회동 이후) 바른미래당도 적극적이라서 내가 김관영 원내대표와 통화를 했다. 일단 정개특위가 구속력을 갖고 출발 못 하더라도(한국당이 명단 제출을 안 하고 있으므로) 국정감사를 앞두고 최소 한 번은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에 따르면 한국당을 제외하고 4당은 명단을 제출했고 해당 위원들이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심상정 의원의 주재로 첫 비공식 회의를 가진다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야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시간이 갈수록 속이 타는 상황이고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할 정개특위를 하루 빨리 가동시켜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고 여기에 민주당도 동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의 초월회 모임에서 “가장 많이 의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 집권여당이었다.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변화를 쉽사리 주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이번에 평양가서 확인했다. 확실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을 끌고나갈 진심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제2의 평양 선언(민주당·평화당·정의당 대표의 비공식 합의)이라고 할만큼 그런 믿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갖기로 한 국회의장과 5당 대표 모임 초월회.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오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소수당의 지지율이 의석수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취지를 살려서 하되 그것이 근본적인 권력구조 문제와 연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대통령 중심제로 하되 4년 연임제로 하겠다는 것이 우리 당론이기 때문에 그런 당론의 입장을 가지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도입하자는 것을 검토하겠다. 의석수를 얼마나 늘려야 할지 언론과 일반 시민의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선거제도는 국민이 권력을 위임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권력구조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집권 세력인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최대한 권력을 덜 나누려고 할 것(4년 연임 대통령제)이고, 국정농단으로 탄핵까지 당한 한국당은 최대한 권력을 국회로 가져오고 싶어하기 때문에 분권형 개헌(이원집정부제)을 원한다. 

결국 개헌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는 같이 논의하는 게 적절하지만 한국 정치의 특수성에 따라 권력구조에서 양당이 합의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이에 연동돼 선거제도 개혁이 좌초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그래서 선거제도와 개헌을 분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해찬 대표는 개헌과 분리해서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더라도 대통령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개헌과 분리해서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더라도 대통령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지난 8월 당권 선거 기간에 ①개헌과 연동 ②지역구 정수 축소의 어려움 ③비례대표 의석수 부족 등을 근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자주 밝혀왔지만 사실상 ②과 ③의 장애물은 다 철회(문 의장이 정수 증원 언급 등)됐다. 다만 ①의 측면에서 개헌과 분리하더라도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혹시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면서 분권형 개헌을 연동해서 논의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민주당의 안 하려는 움직임(개헌과 정수), 한국당의 안 하려는 움직임(명단 제출 거부)이 연이어 발생해 마치 순번제로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모양새인데 야3당이 이를 극복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성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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