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형평성 문제, 남북관계의 급변과 그에 적합한 병역제도, 저출산 현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가 군대다. 국방과 안보의 차원보다 누구나 강제로 갔다와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더 와닿는 측면도 있다.

최근 들어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병역혜택 논란과 방탄소년단 등 병역 형평성과 관련된 이슈가 있었다. 국방부가 세워놓은 ‘국방개혁 2.0’도 63만명의 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직업군인 비중을 늘리는 내용으로 사실상 저출산 사회에 대응하는 모병제적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병력이 부족해지기(저출산 현상) 때문에 모병제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걸 좀 효과적으로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모병제를 할 때 따르는 여러 가지 군의 작전 체계라든가 군의 무기 고도화라든지 이런 걸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모병제 관련 질문을 받고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모병제 관련 질문을 받고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우선 군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참여정부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사실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는 안보를 강조하면서 국방 예산 증가율이 4% 밖에 안 됐다. 우리는 8% 이상 하고 있다. 말로 하는 안보와 실질적인 안보는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와 국방제도는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대표는 “그동안 모병제에 대한 논의는 여러차례 있었다. 실제 남북관계가 아주 극단적 대립에 있었을 때와 종전 선언 이후 평화체제가 이뤄졌을 때는 국방 시스템이 달라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았을 때가 오직 반공주의적으로 북한을 적으로 삼아 편성됐던 국방 시스템을 보편적인 외국의 적을 대비하는 체계로 개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감정적으로 당장 북한과 대치 중이라 모두가 군대에 가야 한다는 절대 법칙이 공고한 것인데 이 대표는 “굳건한 안보 위에서 평화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 굳건함이란 게 결코 징병제적 군대가 아닌 전문 직업군인 위주의 모병제를 뜻하는 것임을 암시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두관 민주당 의원, 남경필 전 경기지사, 정두언 전 의원 등 이미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병제를 주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꽤 있는데. 무엇보다 군대에 가는 청년, 아들, 남자친구의 불이익 문제 차원의 포퓰리즘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심도있게 검토해야지 그냥 립서비스 차원으로 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선진국 규모의 경제 발전을 누리고 있는 한국 시민은 결국 민주주와 인권 감수성이 높기 때문에 애국심이라는 미명 하에 무조건적인 군복무를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병역 형평성, 저출산, 남북관계 변화, 군의 현대화 등을 배경으로 모병제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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