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⑨] 열릴 듯 열리지 않는 ‘정개특위’ ·· 멀고 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편⑨] 열릴 듯 열리지 않는 ‘정개특위’ ·· 멀고 먼 ‘연동형 비례대표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0.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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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연동 저지·정개특위 구성 두 가지 다 한국당의 비협조로 어려워, 이후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한국당이 동의한다고 보기 어려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그야말로 선거제도 개혁 하나에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총집결했다. 하지만 원내 상황은 희망적이라고 할 수 없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의욕과는 달리 자유한국당은 이런 저런 이유가 많다.  

2일 오후 야3당, 민중당, 원외 정당(녹색당·우리미래), 정치개혁공동행동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정치개혁 논의가 정체되고 있는 것에 관한 일차적인 책임은 거대 양당에 있다”며 “한국당은 정개특위 위원 명단조차 제출하지 않는 등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교착상태에 빠진 국면을 타개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내외 정당들과 시민사회 모임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총집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아직 늦지 않았다. 2020년에 치러질 21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은 내년 3월까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가 선거제도 개혁을 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지금이라도 의지만 있다면 국회는 선거제도 개혁을 충분히 논의하고 결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안팎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함께 선언한다”며 “국회 바깥에서는 서명운동, 1인 시위, 문화제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최대한 알릴 것이고 국회 내에서는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어제 초월회 모임(국회의장 주재 5당 당대표 월례 모임)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께서 선거제도가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집권여당이 가장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고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런 점이 있다. 여당이 손해를 제일 많이 본다고 공감을 표했다. 그렇다면 오늘 당장 정개특위 명단을 내놔라. 벌써 두 달이 됐는데 왜 명단을 주지 않고 회의를 안 하는가”라고 한국당을 규탄했다.

이어 “회의를 해야 각 당의 견해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견해를 좁혀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 아닌가. 오늘이라도 명단을 내놓고 간사단 논의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대표는 오늘 당장 명단을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오늘 당장 명단을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아침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상무위원회 발언을 통해 “어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정개특위 구성에 잠정 합의했다. 지난 7월 합의된 위원 정수에서 민주당 몫을 한 석 줄이고 비교섭단체 몫을 한 석 더 늘리기로 했고 처음 합의대로 심상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것까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는 잠정 합의일 뿐 한국당이 정개특위 위원 명단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정개특위 명단을 조속히 제출하지 않으면 정의당은 민주당·평화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협의한 대로 내주 초(10월8일)에 한국당을 제외한 정개특위 모임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기존 <민주당 9대 한국당 6대 바른미래당 2대 평화와정의(평화당과 정의당 공동교섭단체) 1>에서 <8대 6대 2대 1대(정의당) 1(평화당)>로 민주당이 1석을 양보하되 한국당도 명단 제출에 나서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종 합의된 것은 없다고 얘기를 들었다. 내가 좀 전에 (협상권을 가진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물어봤는데 합의된 것은 아니”라며 “6개 특위를 한꺼번에 해야 하고 따로 따로 할 수 없다. 정개특위 외에 다른 특위도 이견이 있다. 각각 숫자가 다른가보다. 어떤 건 되고 어떤 것은 안 돼서 지금 협의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특위도 비교섭단체를 배제하자는 입장인지에 대해서는 “그게 아니라 한국당이 양보를 많이 했다. 정개특위가 8대 6대 2대 1대 1이 된 것도 (한국당이) 양보를 많이 한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6개 특위는 윤리특위·정개특위·남북경제협력특위·에너지특위·사법개혁특위·4차산업혁명특위다. 문제는 사개특위만 보더라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논의, 사법농단 추궁 등 한국당이 달가워하지 않을 이슈가 있어서 명단 제출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점이다.

당초 평화와정의가 故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변고로 비교섭단체가 됐기 때문에 심 의원 몫을 배제해야 하고 포함하려면 범진보 계열이라 민주당이 양보하라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은 민주당이 1석을 양보했음에도 이를 오히려 한국당의 양보라고 규정하고, 6개 특위 구성 패키지 합의를 새로운 조건으로 내거는 등 여전히 미온적이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8대 6대 2대 1대 1이 되더라도 기존의 상황과) 마찬가지다. (정의당이 아닌 평화당이 가져가도) 기자도 잘 알겠지만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범진보 프레임으로 보면 여야 8대 10이라고 할 수 없고 역으로 여전히 10대 8이라는 취지다. 

윤 원내대표는 “정개특위만큼은 다른 사안과 묶지 말고 빠른 시일 안에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거듭 밝혔지만 한국당의 판단은 그렇지가 않다.

일단 분권형 개헌에 소신을 갖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지금 개헌 문제를 당장 다루기는 어렵다. 개헌 문제를 이야기하면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개헌이 전제가 되기 전에 선거법 개정부터 해서 국민의 대표성이 보장되고 국회가 안정적으로 협의하고 합의해나갈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먼저 고치는 것이 정치개혁의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국당의 입장이 걸려 있다. 

집권 세력으로서 대통령제를 수호하려는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있고, 국정농단의 당사자로서 탄핵까지 당한 한국당은 최대한 국회에 권력을 가져오기 위해 분권형 개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즉 국회의 권력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제도 개편은 필히 개헌의 권력구조 문제와 연동되는 측면이 있음에도 거대 양당이 후자에 합의하기 무척 어려워 전자와 분리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것은 당장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이 걸린 야3당의 입장인데 이해찬 대표는 1일 오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소수당의 지지율이 의석수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취지를 살려서 하되 그것이 근본적인 권력구조 문제와 연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호응했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국회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국회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다수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폐해를 지적하는 마당에 제왕적 대통령 권력은 그대로 둔 채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치적 이익만 챙기겠다는 떡 먹고 알까지 챙기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고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비례대표제도 좋고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다 좋지만 제왕적 대통령 권력은 그대로 둔 채 의원 정수만 슬쩍 늘리려는 꼼수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한국당은 의원 정수에 대한 조정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종식하는 권력구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 가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야3당이 개헌연대를 구성하고 절충안으로 제시한 총리추천제(국회의 입김이 반영된 국무총리를 청와대에 추천하되 대통령의 거부권 인정)에도 손사레를 치는 민주당의 입장이 있는데 이원집정부제(총리 내치와 대통령 외치를 분리하는 강력한 분권형 구조)를 내세우고 있는 한국당의 주장과 타협될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렇게 개헌 협상이 결렬되면 선거제도 개혁도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야3당은 일단 분리해서 후자부터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은 적은 득표율로 과잉 의석을 얻는 기득권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명분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인데 최근에는 한국당의 방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정리해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가는 길에는 크게 3단계의 관문이 있다.

①정개특위 가동
②개헌 권력구조와 연동하려는 주장 철회 
③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의한다고 보기 어려운 속내

③과 관련 김 원내대표의 “비례성 강화”라는 발언이 수차례 있었고, 지난 4월 당시 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였던 황영철 의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의하는 것이 당론이라고 밝혔음에도. 한국당 내 의원들의 지역구 등 각기 다른 처지에 따라 도농 복합형 중대선거구제·석패율제와 같은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꼭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의한다고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이정미 대표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한국당 의원들이 이후에 바뀐 선거제도 하에서 현역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굉장히 복잡한 셈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문제는 모든 당이 다 똑같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국민들의 민의를 가장 잘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고 각 당이 처해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그 절충점이 어디인지는 논의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논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에서 국회의원 정수만 조정한다면 한국당도 충분히 동의할 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논의 테이블에 앉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에서도 현명한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는 청년당, 농민당, 자영업자당 등 모든 사회적 약자 주체들이 각각 당을 만들어 국회에 진출하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햐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명단 제출의) 시한을 국정감사가 10월10일 시작하니까 그 전에 정개특위는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고 이정미 대표는 “당장 오늘 (명단을) 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어 “일단 논의가 시작돼야 하기 때문에 명단을 계속 안 내면 개문발차 할 수밖에(한국당 외에 비공식 모임 개최) 없다. 이제 (한국당이) 명단 제출을 하지 않을 아무런 명분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오늘 중으로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정개특위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특위들은 안 중요한가. 그래서 한꺼번에 (구성 완료를) 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논평을 위해 정론관을 찾은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 만나 “(한국당이) 민주당에 끊임없이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나머지 특위에서도 그러려고 하는 것 같다. 정개특위만은 대승적으로 우리가 양보했지만 나머지는 여야 동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리 당의 입장이 거기까지는 양보되기 어려우니 나머지 5개가 안 되니까 정개특위도 사실상 합의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갑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공식 모임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정개특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밝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가기 위해서 그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야3당이 이를 뚫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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