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성폭력 범죄 3만 2272건
학생간 성폭력 2013년 대비 2017년 312% 증가
지난해 외교부 징계 절반은 ‘性문제’

(사진=YTN 방송캡처)
(사진=YTN 방송캡처)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2018년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미투'(Me Too)운동'이 아닐까 싶다. 한 여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운동에 그간 수면 아래 드러나지 못한 수많은 성폭력 사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문단, 교육계, 문화계, 연극계, 영화계, 직장, 학교, 교회, 대학, 가족 등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이 이 '미투운동'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노벨문학상’의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원로시인의 성 추문 의혹 연루는 더욱더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중고교 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15건이나 실려 있다는 점에서 그 파문은 학생들에게까지도 미쳤다.

이렇듯 사회에 모범이 되어야 할 인사들에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성폭력에 관해 많은 여성단체들은 한국사회의 그릇된 성문화와 지배적인 권력 구조를 지적했다.

따라서 이 같은 오랜 사회적 병폐가 유지될 수 있었던 기존의 법체계를 먼저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성폭력 피해자들의 은폐가 더욱 성폭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하며 이를 바로 잡기에 나섰다. 

2017년 성폭력 범죄 3만 2272건 

이에 지난해 성폭력 범죄가 3만 2272건으로 우리 사회가 만연한 성폭력 범죄에 노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전년도인 2016년도(2만 8993건)에 비해 3279건 더 많았으며 가장 적었던 2013년도(2만 8786건)보다 12% 높았다. 

지난해 성폭력 범죄 검거 건수와 검거 인원도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이 됐다, 지난해 검거 건수는 3만 1057건으로 전년도인 2016년도(2만 7863건)보다 3194건 더 많았으며 검거 인원도 역대 최대인 3만 2765명으로 집계되었다. 

성폭력 범죄 유형의 경우, 강간·강제추행(2만 4139건)이 가장 많았으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6470건), 통신매체 이용음란(1249건) 등 이었다.

성폭력 발생 장소의 경우에도 노상(4459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아파트·연립다세대(2842건), 단독주택(2430건), 숙박업소·목욕탕(2215건), 유흥 접객업소(2067건) 등의 순이었다.

성폭력 가해자 성별은 남성이 3만 1934명으로 여성(831명)에 비해 38배가 더 많았고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 2만 9063명으로 남성(1750명) 보다 약 17배 높았다.

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면식범인 경우가 22.5%로 면식범 중 지인인 경우가 2278명(31%), 친구 1093명(15%), 애인 1060명(14%), 직장동료 1039명(14%) 순이었다.

학생간 성폭력 2013년 대비 2017년 312% 증가

학교 내 성폭력 역시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올라온 성폭력 사건은 2013년 878건(피해 학생 1075명), 2014년 1429건(1885명), 2015년 1842건(2632명), 2016년 2387건(3426명) 등으로 4년 동안 2.7배 늘었다.

학교 안에서 해마다 성폭력 사건이 평균 1634건 발생했다. 또한 2016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1년 6개월 동안에만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이 113명으로 이 중 14명은 견책·감봉 등 경징계, 16명은 중징계 중 정직 처분을 받아 교단에 복귀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서영교 의원(교육위·중랑구갑)은 국감에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날 서영교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성폭력 피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학생간 성폭력으로 학폭위에서 심의한 건수가 지난 5년간 학생간 성폭력으로 인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심의건수가 10,15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신고된 성폭력 심의가 최근 5년간 약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학생간 성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에 서영교 의원은 “지난 5년간 1만건이 넘는 학생간 성폭력이 발생했고 2013년 대비 2017년에는 312%나 증가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지적하며, “학교내에서 학생들의 학문적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올바른 인성교육과 바람직한 성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밝혀진 해당기간 성폭력 가해학생의 징계내용을 살펴보면 가해학생 11,568명 중 224명의 학생이 퇴학처리 되었고 정학 2,076명, 전학 1,720명, 학급교체 480명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학생 14,265명의 경우 11,515명의 학생이 심리상담을 받았으며, 치료 및 요양 1,331명, 일시보호 963명, 학급교체 40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로 인한 전학은 학교별로 비밀전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교 의원은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이후에도 여전히 한 학교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마주치는 경우가 많아 피해학생에겐 고통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가해학생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학생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적극 지원하고 같은 피해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조계 5년간, 해임·면직된 검사 15명 중 10명은 ‘금품·향응 수수‘와 ‘성희롱·성범죄‘

성범죄와 관련하여 법조계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백혜련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13.~2018. 8.) 징계를 받은 검사 64명 중 해임, 면직,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검사가 23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임 또는 면직된 검사 15명 중 10명은 ‘금품·향응 수수’와 ‘성희롱·성범죄’가 징계사유였다.

또한 ‘금품 수수’는 7건 중 6건, ‘향응 수수’는 8건 중 5건이 중징계를 받은데 비해 ‘성희롱·성범죄’는 6건 중 2건으로 비율은 가장 낮았지만 최근 5년간(2013.~2018. 8.) ‘성희롱·성범죄’로 감찰 받은 10명의 검사 중 3명이 ‘경고’를 받았다.

2014년 ‘공연음란 행위’를 한 김수창 제주지검장에 대해서는 징계 없이 사건 발생 6일 만에 낸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자초한 바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13년 6월 친고죄가 폐지되었는데도,‘성희롱·성범죄’를 저지르고 입건은커녕 감찰이나 징계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김모 부장검사와 진모 검사가 후배 검사를 성희롱·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징계절차 없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올해 ‘검찰 내 미투 사건’ 이후 발족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조사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가 지난 3월 실시한 ‘법무·검찰 성희롱·성범죄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제 삼으면 피해자만 손해’라고 응답한 비율이 54.4%, ‘발생원인은 징계조치가 약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63.9%,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가 59.6%였다. 

백혜련 의원은 이날 “법을 집행하는 검사에게 금품·향응 수수와 성희롱·성범죄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범죄행위”라며, “준법 불감증에 빠져있는 검찰의 자정기능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교부 징계 절반은 ‘性문제’

한 나라의 외교를 책임지는 외교부 역시도 성범죄 관련한 징계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국감에서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석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시 동안구갑)은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원 징계 현황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 징계는 총 12건이었으며, 이 중 절반인 6건이 성희롱, 성폭력 등 성과 관련된 문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도 전체 17건의 징계 중 7건(41.2%)이 성문제로 인한 징계였으며, 금년 8월까지 이미 4건의 성관련 징계가 있었다. 지난해 징계자 중에는 커피숍에서 16차례나 여성을 몰래 촬영한 공무원이 있었고. 또 다른 고위공무원은 총영사로 재직하며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징계자 중에는 정기감사 중 여성 감사반원 앞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경우도 있었으며, 또 다른 고위공무원은 기자들과 식사 중 ‘여성은 열등하다’는 취지의 비하 발언을 했다.

이날 이석현 의원은 “전 에티오피아 대사의 성폭력, 주 칠레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등 외교부의 성관련 비위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동시에 주재국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교육 등을 통한 사전예방에 최선을 다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 각계각층의 만연한 성폭력 범죄에 많은 여성단체들은 성폭력 근절 대책과  자정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진선미 신임 여성가족부장관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여성의 삶 구현’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강조했다. 

진 장관은 “모든 여성폭력에 대응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며 한 번의 신고만으로 피해자가 필요한 지원과 보호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여성폭력 통합처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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