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총 책임자 죗값, 조윤선·박준우·김재원 구속 면해, 허현준은 구속, 현기환은 합계 징역 6년6개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두 달만에 다시 감옥으로 가게 됐다.

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최형철 부장판사(형사합의28부)는 소위 화이트리스트 1심 선고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강요죄를 적용해 징역 1년6개월을 판결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다시 감옥으로 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다시 감옥으로 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맘에 안 드는 단체를 지원 배제시키는 블랙리스트로 옥살이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맘에 드는 단체를 불법 지원하도록 강요했다는 화이트리스트로 다시 철장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2014년~2016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용해 친정부 극우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했다.

최 판사는 “헌법은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 재산의 보호를 중시하는데 이런 헌법 가치를 중시해야 할 대통령 비서실 구성원이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은 사적 자치 원칙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위해 국가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강요할 수 없도록 하는데 시민단체를 보수와 진보로 양분해 보수단체에 지원을 결정하고 이들 단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강요죄는 인정됐지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서는 비서실장 업무권한의 형식이 갖춰졌다고 인정되지 않아 무죄로 판단됐다. 

김 전 실장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권력을 거슬러 권세를 유지했고 간첩조작과 색깔론적 공작을 저지른 원흉으로 지목돼 많은 지탄을 받았음에도 매번 법적 처벌을 피해갔다. 하지만 국정농단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2017년 1월21일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주요 책임자로 지목돼 구속됐고 구속기간이 만료돼 지난 8월6일 풀려났다.

감옥생활이 힘들었는지 김 전 실장은 순해졌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지연 의혹과 관련 검찰에 소환된 김 전 실장은 술술 불었다. 

조윤선 전 수석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윤선 전 수석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 판사는 김 전 실장 외에 나머지 지시를 받은 위치에 있었던 조윤선·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로 이미 실형을 살다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자금 지원 압박이 진행되던 과정에 정무수석에 임명됐고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 측을 압박한 정황을 찾을 수 없어 정무수석의 막중한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가담 정도가 중하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재구속을 피했다.

다만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국민소통비서관실)은 법정 위증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최 판사는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게는 공직선거법·국고손실·강요 혐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현 전 수석은 20대 총선에서 친박 인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 물론 현 전 수석은 엘시티 비리로 이미 구속수감(징역 3년6개월) 중이었다.

현 전 수석과 조 전 수석 모두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령에 따른 뇌물죄로 기소됐지만 직무관련성이 부족해 무죄로 판단됐다. 

한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박근혜 정부 때 정무수석 역임)은 현 전 수석과 같은 혐의를 받았는데 불법 여론조사 과정에서 가담 정도가 약하다고 인정돼 무죄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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