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에 기반하기 위해 선 종전 선언 중요, 대신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수용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요한 대안을 제시했다.

강 장관은 4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처음부터 핵 리스트를 요구하면 이후 검증을 둘러싼 논쟁에서 협상을 교착상태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가 된 것은 핵 리스트 신고와 종전 선언을 두고 힘겨루기 중이기 때문인데 9월5일 청와대 평양 특사가 파견됐을 때만 해도 북한이 단계적 핵 리스트 신고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다시 오리무중이 됐다. 3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미 협상은 다시 활발해졌지만 북한은 종전 선언을 먼저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핵 리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종전 선언의 맞교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경화 장관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종전 선언의 맞교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 장관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의 핵 목록을 봐야 한다. 양쪽에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는 행동과 상응조치가 있어야 그 시점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이후 신고와 검증을 두고 알력 싸움이 지속되다가 결국 6자회담 테이블이 깨져버린 선례를 언급했다. 그 당시 북한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에 핵무기 시설 관련 자료를 넘겨줬지만 오히려 협상이 악화됐다.

즉 그런 선례가 있기 때문에 기나긴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서 미국이 핵 리스트를 요구하면 결렬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전 선언에 합의하는 것이 1차 대타결이라고 한다면 여기에 이르기 위해 강 장관은 미국이 핵 리스트를 요구하지 말고 “검증 절차가 포함된 북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우회로로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강 장관은 북미 양국의 “70년 불신이 있다. 과거에 했던 방식과는 다른 어프로치가 필요하다. 신뢰 구축과 함께 가는 비핵화다.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조치를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그것이 핵 리스트 신고 이전의 종전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사이에서도 종전 선언과 관련해 많은 협의가 있었다. 종전 선언에 대한 미국의 이해도 상당 부분 진전돼 왔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 선언의 맞교환을 유력한 옵션으로 고려 중이라는 점을 관측했다.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거듭 강조한 강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거듭 강조한 강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으로 돌아온 강 장관은 4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처음부터 북한에 핵 무기 목록을 요구하면 검증을 놓고 이어질 논쟁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서 매우 큰 부분이다. 북한이 종전 선언과 같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핵시설을 영구 폐기한다면 비핵화를 향한 대단히 큰 도약”이라고 말했다.

일단 그런 1차 대타결을 위한 물밑 합의와 구체적인 향후 비핵화 로드맵의 도출 여부는 “북한을 다녀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핵 리스트 신고 외에 영변 핵폐기로 미국이 만족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강 장관은 “융통성을 갖고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이루는 것과 북한이 필요로 하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어떻게 매칭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다. 미국도 어느정도 융통성을 갖고 비핵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신고와 검증은 물론 비핵화의 분명히 필요한 핵심적 부분이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인 폐기에 대한 등가적 상응조치로 종전 선언이 이미 많이 얘기돼 왔다. 그밖에도 다른 상응조치들도 있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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