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내 대북 이슈에 대한 흐름, 지도부와 하태경이 긍정론 주도, 지상욱·이언주 의원이 부정론 주도, 외통위 간사 정병국의 보수적이면서도 실용적 태도, 바른미래당 명확해지면 4당과 한국당의 구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건강한 정당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모습”이라며 거듭 당내 이견이 부각되는 점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7일 오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세는 과거와는 다르다. 여기서 결론내지 못 하면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돕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유의 일들을 적극 찾고 노력해야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끌어 가는 대북 정책에 국회 차원의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당내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전향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지상욱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비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닌 포괄적으로 비준 방법을 의논하겠다는 것은 비준 찬성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형식을 갖추겠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바른미래당 지도부에 요구사항을 피력했다.

8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대비 바른미래당 의원 워크숍이 열릴 예정인데 여기에는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와 관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불러 구체적인 상황을 청취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 의원은 이와 관련 3가지를 촉구했다. 

①조 장관의 참석을 취소하고 비준 찬반 전문가 양쪽을 초청해 균형있는 토론 실시 
②비준 여부에 대해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비준의 방식 및 적극적 논의라는 발언 취소 
③국회회담 관련 지도부의 긍정적 당론은 의원들과 상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 유예 

지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비준 드라이브에 반박하는 의미로 당 싱크탱크 차원의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비준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수집해서 속도 조절을 주장했을 만큼 그동안 대북 이슈에서 신중하고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상욱 의원은 9월6일 정론과에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비준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상욱 의원은 9월6일 정론과에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비준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7일 오후 김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가 종료된 뒤 이언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조 장관으로부터) 따로 듣고 참고해서 지도부가 의총에 이런저런 분석과 보고를 하고 안건을 상정하던가 아니면 다른 전문가를 모셔서 듣던가 할 일이지 장관을 부르다니 여당이라도 된 줄 착각하는 모양”이라며 지 의원과 같은 맥락으로 지도부를 비판했다.

일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과거 2000년대 초중반 한나라당 소속 경기지사 시절부터 햇볕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었다. 최근 당내 바른정당 계열 의원들 또는 지 의원과 이 의원 등 이러한 강경 노선을 의식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나 평양 남북 정상회담 동행 문제에 대해 살짝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근본적으로는 김 원내대표와 같이 대북 정책 ‘낙관론’을 펼치는 노선 안에 있다. 

여기에 당내에서 하태경 의원도 바른정당 계열이지만 가장 적극적인 낙관론자다. 하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 중심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차원에서 뭐든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시 국회 연설 추진은 물론 제1야당 대표의 북한 최고인민회의 연설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김 원내대표가 강조했듯이 정당의 건강성으로 규정하기에는 바른미래당 내 낙관론과 비관론의 인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만 같은 모양새가 상존한다는 점이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내부 이견이 제기되는 점에 대해 정당의 건강성으로 해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내부 이견이 제기되는 점에 대해 정당의 건강성으로 해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먼저 김 원내대표의 건강성에 관해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이 통합된지 8개월이 채 안 됐는데 이 짧은 기간 안에 어떻게 하나로 화합이 되겠나. 20~50년간 이어져 온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지금은 대통령이 힘 있으니까 큰 소리가 안 나오지만 과거 민주당이 어떻게 내부적으로 갈등과 싸움이 있었고. 또 자유한국당이 친박 비박 갈등 등 어떤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기자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두 정당의 갈등에 비하면 저희 당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움직임들은 주로 정책과 관련한 건강한 토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론이라는 것이 어떤 정책에 대해서 30명이 하나의 목소리를 다 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다 헌법기관이고 각자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자제하고 발언하지 못 하는 정당이 있는 것이고 거침없이 발언하는 정당이 있는 것이다. 그런 발언들이 살아있는 정당이 건강하고 민주적”이라고 역설했다.  

지 의원과 이 의원도 각각 김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과 “민주당 2중대”를 거론할 정도로 수위는 강하지만 구체적인 논리와 명확한 입장이 뒷받침 돼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당 정도의 강경론까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김 원내대표는 지 의원과 이 의원의 주장과 관련 우선 한반도의 대변화가 “민주당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바른미래당이 손놓고 있으면 안 되고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 이런 저런 부정적 근거를 들어 아무 것도 안 하고 있기 보다는 우려되는 지점도 직접 정부 당국자를 불러 전달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해야 한다는 당위를 풀어냈다.  

이를테면 “조 장관을 부른 것은 비준동의안에 대한 장및빛 계획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니다. 조 장관이 남북관계에 있어서 최일선에 있고 업데이트된 최신의 정보를 갖고 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현안 보고를 받거나 정보를 듣고 있을지 몰라도 외통위 외에 다른 의원들은 사실 잘 모른다.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을 뿐이지 직접적으로 정보와 목소리를 청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장관을 모셔서 최근의 동향에 대해서 솔직한 상황을 듣고 바른미래당의 여러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하는 그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지 의원과 이 의원 등 비준 동의에 대해 아예 반대하는 분도 있고 천천히 가자는 분도 있고 여러 가지 그런 주장들을 충분히 조 장관에게 개진해서 각자 생각을 서슴없이 토론하자는 취지다. 또 적당한 기회에 비준에 대해 우려하는 그런 목소리도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가 이렇게 대전제 하에 당내 이견 조율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조류는 낙관론이 좀 더 지배적인 측면으로 흐르고 있다. 
 
바른정당 계열이자 현재 외통위 바른미래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병국 의원은 4일 방송된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지난번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 가려고 그러다가 무산이 된 이후 다시 북미 대화가 재개됐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정상회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일단 대화가 재개됐다는 것에 대해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오전 평양에 도착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고 긍정적인 회담 결과가 있었다는 점을 암시했다. (사진=미국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오전 평양에 도착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고 긍정적인 회담 결과가 있었다는 점을 암시했다. (사진=미국 국무부)

7일 오전 평양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2시간 동안 회담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신에 따르면 오찬 모두발언으로 “매우 성공적인 오전 회담을 보내 고맙고 여기서 보낼 우리의 시간도 기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예고했다. 이후 17시 즈음 서울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을 만나 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정 의원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일정과 관련 △앞 뒤로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는 점 △북미의 줄다리기가 접점을 찾았기에 방북 자체가 성사된 점 등을 근거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즉 “종전 선언 문제는 남북미 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나 주변국과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주변국을 동시 방문하는 일정을 수행하는 것은) 진전된 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한국당이 계속 내세우고 있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서 핵 리스트 신고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의식한 어떤 정치적 협상을 하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된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길은 핵 시설 리스트를 제출하는 것이고 제출된 리스트가 맞는지 안 맞는지 검증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리스트를 요구하는 것까지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 보고 거기서 (남북미 간) 협상의 여지가 단계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분명 한국당이 주장하는 핵 리스트 신고를 강조하면서도 “지금까지 남북 대화에 있어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대화가 지속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큰 의미”라며 문재인 정부의 역할을 평가하고 협조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한나라당 때부터 국회의원을 지냈던 5선 중진으로 국정농단 이후 바른정당 초대 당대표를 맡았을 만큼 유승민 의원과 함께 개혁 보수의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5일 바른미래당 통합 의결을 위한 바른정당 마지막 전당대회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정병국 의원은 한나라당 때부터 국회의원을 지냈던 5선 중진으로 국정농단 이후 바른정당 초대 당대표를 맡았을 만큼 유승민 의원과 함께 개혁 보수의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5일 바른미래당 통합 의결을 위한 바른정당 마지막 전당대회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더 나아가 “비핵화가 그렇게 쉬운 문제라고 보지 않고 지난한 과정이 있을 것이고 상당한 대가(한미의 경제협력이나 제재 완화 등)를 치러야 된다고 생각한다. 상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비핵화만 시킬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고 우리가 확인할 수 있다면 나는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판문점 선언 비준과 관련) 사전에 야당이 반대하면 이유가 뭔지를 보고 설득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된다. 그런 것 없이 낸다(본회의에 비준안 상정)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걸 이용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제대로 된 정부여당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표결해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지 않는 상황이면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정 의원은 핵 리스트 신고와 비준에 대한 판단의 측면에서 지 의원과 이 의원의 비관론과 일맥상통하지만 바라보는 태도에서는 협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 원내대표도 원내 모든 정당의 컨센서스로 비준을 추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대북 정책에서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낙관론으로, 한국당은 비관론으로 당내 컨센서스가 명확한 상황인데 바른미래당이 낙관론으로 선회하면 4당의 공조로 한국당만 동떨어지게 되는 모양새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8일 의원 워크숍부터 이번주 내에 바른미래당의 당론이 결정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