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타결은 종전 선언과 맞교환 할 핵 시설 폐기 이후 과정에 합의,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기 전까지 구체적 조율 이뤄질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완료됐다. 

길게 보면 1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짧게 보면 3월9일 방미 특사단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공표한 시점부터 남북미 대협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 고작 7개월간 이뤄진 3국의 수싸움이 70년 적대적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1차 대타결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오전 평양에 도착해 김 위원장과 만나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고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보내 고맙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은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고 그 구체적 결과가 무엇일지 주목된다. (사진=미국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은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고 그 구체적 결과가 무엇일지 주목된다. (사진=미국 국무부)

김 위원장은 “오늘은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이라고 호응했다. 

정식 회담을 마치고 백화원 영빈관에서 업무 오찬이 있었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손님으로 맞이해줘서 고맙고 트럼프 대통령의 안부 인사를 전한다. 여기 오찬에서 보낼 우리의 시간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회담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당일치기 방북을 마치고 서울로 와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나중에 둘만 있을 때 더 자세히 말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문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풀게 될 북미 협상의 결과물이 몹시 중요한데 문 대통령은 “(북미 협상의) 그 결과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곧 있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되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인 전진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협상의 결과를 설명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협상의 결과를 설명했다. (사진=청와대)

북한이 원하는 종전 선언을 추진하는 대가로, 미국이 단계적 핵 리스트 신고를 확약받았을지 아니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절충안으로 제시한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로 대타협을 본 뒤 바로 핵 리스트 신고 절차를 밟기로 약속했는지 아직까진 모든 게 미지수다.    

종전 선언에 합의했다면 짧지만 길었던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1차 대타결에 귀결됐다고 볼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폼페이오 장관과 방북 일정에 동행한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영변 또는 추가적 장소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그동안의 접근 방식과 달리 선 비핵화 조치에 무조건적으로 집착하기 보다는 북미가 조금씩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 완수에 이르는 순서 대전환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은 강 장관의 절충안과 일맥상통한다. 

즉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 핵 리스트 신고를 두지 않고 먼저 ①굵직한 핵 시설 장소(영변 또는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를 지목해 완벽하게 폐기(미국의 검증과 사찰)한 뒤 그 다음에 ②핵 리스트 신고 절차를 밟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결국 프로세스에 대한 합의인데 이를테면 ①과 종전 선언이 첫 맞교환 대상이고 그 다음 순서로 ②과 부분적 제재 완화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이게 1차 대타결의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강경화 장관 등과 동석했을 때 말해줄 수 없는 북미 협상의 결과를 문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따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와대)
폼페이오 장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강경화 장관 등과 동석했을 때 말해줄 수 없는 북미 협상의 결과를 문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따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와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와 관련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다.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며 “북미가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비핵화 프로세스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고 아마도 날짜가 확정되기 전까지 1차 대타결을 위한 구체적 조율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의 노고를 치하하는 취지로 “한국이 비핵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을 곧장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상당히 많은 역할을 했고 남북 정상회담과 다양한 일을 통해 노력한 것을 전 세계가 보고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룻밤을 서울에서 묵고 8일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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