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어시장, 지난 1월 남동구와 '기부체납방식' 체결
조합의 파벌갈등으로 유야무야 아직 진척없어

화재 이후 소래포구 어시장(사진=신현지 기자)
화재 이후 소래포구 어시장(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전어철이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했던가.가을 별미로 뽑히는 전어철이 돌아왔다.

전어는 청어목과에 속하는 생선으로 우리나라 전 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연안성 어종이다. 예로부터 '봄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등으로 불리는 전어는 봄(3~6월) 산란을 시작으로 가을엔 몸 길이 20cm 정도로 성장하는데 이때가 1년 중 지방질이 가장 많고 뼈가 부드러워 고소한 맛이 한층 깊다. 

특히 전어는 칼슘과 DHA. EPA 등 불포화지방산을 풍부히 함유하고 있어 대중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어철인 이맘쯤이면 서울 인근의 소래포구는 전어를 찾는 도심인들로 발디딜 틈 없는 호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2017년 3월 18일 소래포구의 큰 화재 이후 소래포구를 찾는 사람들이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지가 소래포구를 찾던 지난 7일, 수인선 협괘열차가 지났던 소래철교에서 내려다 본  어시장은 여전히 건재한 듯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간 어시장의 모습은 멀리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373개 점포 중 220개가 완전 전소가 되었던 화재 현장은 여전히 복구가 되지 않은 채 철재로 둘러 쳐져 있었고 화재 당시 시장복구를 외치며 정상영업을 희망했던 상인들은 그곳을 벗어난  위치에 153개 임시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작년 3월 373개 점포 중 220개가 완전 전소되었던 자리는 현재 복구되지 않은 채 철재로 빙 둘러쳐져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작년 3월 373개 점포 중 220개가 전소되었던 자리에 철재가 빙 둘러쳐져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특히 소래포구의 매력인 바다전망의 맨 앞에 줄지어 즉석 회를 떠서 판매하는 좌판상이 보이지 않았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소주잔에 전어와, 광어, 우럭 회에 어시장 나들이를 즐기는 나들이객들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꽃게와 전어철이라 좌판은 상당히 북적이는 모습이긴 했다. 소래포구의 명물인 새우젓 좌판 앞에도 김장철을 앞두고 젓갈을 찾는 손님들로 붐볐다. 이날 배에서 막 내린 새우를 받아 좌판을 벌이고 있는 새우젓 상인은 “지금 나오는 새우가 추젓용 새우다.”며 강화도와 덕적도 인근에서 갓 잡아 올린 것을 우리가 받아 판매하는데 이를 아는 단골은 잊지 않고 매년 이곳에 와 젓갈을 담아간다.”고 했다.

이날 상인의 젓갈용 생새우 1말(4K)은 5만원의 판매 가격이었고 직접 이곳에서 젓갈을 담아가는 경우는 소금값만 추가하면 되었다. 새우젓 판매대 옆에는 동백하와 살이 통통히 오른 대하도 마치 금방 잡아 올린 듯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꽃게와 전어는 가을을 대표하는 전령사답게 어시장 판매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날 싱싱한 은빛을 자랑하는 횟감용 전어는 1k에 1만5천원이었고 구이용은 1k에 8천원이었다. 알이 꽉찬 꽃게는 1k에 2만5천에서 2만3천원이었으며 다소 신선도가 떨어진 꽃게는 2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소래포구 어시장(신현지 기자)
소래포구 어시장(신현지 기자)

이날 꽃게 상인은 “지난달에만 해도 3만3천원이었는데 오늘 이 가격이면 완전 바닥을 친 것이라 우리도 남는 게 없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런 그녀에는시장의 화재복구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답이었다.

“우리는 그곳에 해당이 안 된다. 그곳에 점포를 가졌던 사람들이나 해당이 되는 것이라. 별 관심이 없다. 그래도 이것저것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올 9월까지 현대식 1층 규모로 짓는다고 했는데 조합원들끼리 뭔가 잘 맞지 않아 건물복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소래포구의 꽃게는 활꽃게, 냉동 꽃게로 팔리는데 이곳의 조업 나갔던 꽃게 배들이 포구에 들어오면 시장 안은 그야말로 꽃게 난전이 벌어지곤 했다. 앞 다퉈  좋은 물건을 찾아 가격을 맞추느라 북새통을 이루다보면 순식간에 꽃게는 바닥이 나고 망설이다 놓친 사람은 아쉬움에 혀를 차는데 이는 보는 사람 역시도 슬며시 웃음이 나오게 하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아쉽게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좌판을 둘러보다 임시 어시장을 형성한 점포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예전처럼 사람에 떠밀려 물건을 제대로 구입할 수 없었던 그런 인파는 아니었다. 

소래어시장에서의  횟감용 전어 1킬로에 15,000 판매 (사진=신현지 기자)
소래어시장에서의 횟감용 전어 1킬로에 15,000원 판매 (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어시장 안의 한 상인은 화재 이후 손님이 절반가량이 뚝 끊겼다며 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준 이유에 방송이나 언론도 한 몫 한 것이라며 화살을 언론으로 던지는 모습이었다. 즉, 그녀의 말에 따르면,  방송이나 신문에서 소래포구가 화재 이후 복구되지 않았다고 전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소래포구가 아예 없어진 줄 알고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이에 부천 주민이라고만 밝힌 한 남성(57세)은 “그동안 소래포구 상인들의 바가지는 알려진 만큼 다 알려진 사실이다."며 “그동안 소래포구 상인들이 무허가로 장사하면서 너무 자기들 이득만을 취하려 했던 것에 질려서 나도 한동안 이곳에 발길을 끊었는데 사람들도 그런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이었다. 더불어 그는 “ 상인들이 무조건 화재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스스로가 자정의 노력이 있어야 사람들도 다시 찾아 올것이다."라는 쓴소리를 덧붙여 주위를 싸늘하게 했다.

한편 소래포구 피해복구 특별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올 1월 소래포구의 현대식 건물 복구에 관련하여 인천시 남동구는 국유지인 소래포구 어시장 용지(4천153㎡·149억5천만원)에 대한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현대화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을 밝혔다.

앞서 기획재정은 소래포구 인근 해오름공원에 설치된 불법 몽골 텐트(150여 개)와 좌판 철거를 조건으로 해당 용지매각을 승인했다.

이에 공원을 무단 점용했던 소래포구 상인 260여 명은 기획재정부의 조건을 수용, 몽골 텐트와 좌판을 철거하고 남동구는 소래포구에 1층 규모의 현대식 어시장(연면적 3천308㎡)을 신축하는 내용으로 '기부채납(남동구가 용지를 제공하면 상인들이 조합을 결성해 어시장 신축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건물 소유권은 남동구에 이전되지만, 상인들은 어시장 입주를 보장받는다. )방식의 추진을 결정했다. 

하지만 남동구와의 협상을 통해 기부채납방식으로 건물을 올리기로 한 협의는 상인들의 파벌갈등에 밀려 현재까지 유야무야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에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래포구 상인들은 소래포구 활성화 추진 일환으로 2018년 소래포구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소래포구 축제는  10월8일에서 10월10일까지 열리게 된다.

소래포구의 새우젓 좌판에서의 추젓용 생새우 1만에 5만원 판매  (사진=신현지 기자)
소래포구의 새우젓 좌판에서의 추젓용 생새우 1만에 5만원 판매 (사진=신현지 기자)

한편 깨어나게 된다라는 뜻의 소래(蘇來)의 지명을 가진 소래포구는 1930년 일제강점기 천일염과 어패물을 수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인선 철도를 건설하면서 나룻배 1척을 최초로 소래포구에 정착한 것이 시장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1937년부터 1994년까지 수인선 협궤열차가 이곳을 통과하면서 소래포구는 373 점포와 좌판을 가진 대규모의 어시장으로 연간 800여만명이 찾는 수도권 관광명소로 변모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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