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의 말을 보도한 외신, 풍계리와 동창리 사찰 허용으로 첫 스타팅 끊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큰 덩어리에서 1차 대타결에 이르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 내용은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 핵 리스트 신고를 두지 않고 먼저 ①굵직한 핵시설 장소(풍계리·동창리·영변·강선 등)를 지목해 완벽하게 폐기(미국의 검증과 사찰)한 뒤 그 다음에 ②핵 리스트 신고 절차를 밟는 방식이다. 

주요 외신들(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오전 서울에서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 4차 방북 결과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했고 여기서 “우리는 중대한 진전을 이뤘고 이를 지속할 것이고 대단히 오랜 기간 그 어느 미국 정권이 했던 것보다도 많은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대한 진전”은 국제 사찰단의 방북이다. 구체적으로 의전과 로지스틱스(물류수송)에 대한 실무 논의가 완료되면 사찰단이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기를 검증하기 위해 북한에 가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일 평양에서 만났다. (사진=미국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일 평양에서 만났다. (사진=미국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이 지금까지 공개한 것은 ①인 셈인데. 이 단계를 통과하면 ②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①번 이후 ②으로 가는 방식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절충안으로 제시한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강 장관은 미국이 선두에 핵 리스트를 요구하지 말고 “검증 절차가 포함된 북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종전 선언을 맞교환 한 뒤 다음 단계를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즉 그동안의 접근 방식과 달리 선 비핵화 조치에 무조건적으로 집착하기 보다는 북미가 조금씩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 완수에 이르는 순서 대전환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은 강 장관이 제시한 절충안의 기본 얼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19일 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평양 선언’ 5항 1·2·3조를 보면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고 “남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고 돼 있다.

결론적으로 1·2조가 ①의 과정인데 북한이 이것을 이행하는데 미국과 합의했다는 것은 “상응조치” 고로 종전 선언과 부분적 제재 완화라는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방향이 성사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 자연스럽게 3조 “완전한 비핵화”의 핵심 문턱인 ②에 돌입하게 된다.

7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장관에게 4차 방북 결과를 설명한 뒤 8일 오전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동행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 (사진=미국 국무부)
7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장관에게 4차 방북 결과를 설명한 뒤 8일 오전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동행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 (사진=미국 국무부)

물론 어디에 무슨 핵물질·핵시설·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리스트 내역을 신고하는 것부터 이행 단계가 시작되지 않아 우려될 수도 있지만. 풍계리 →동창리 →영변 →강선 등으로 이어지는 핵시설 폐기 성과를 통해 북미가 신뢰를 쌓고 그 다음부터 리스트가 신고되고 결국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게 되는 목표 달성의 첫 황금열쇠가 될 수도 있다.

아직 풍계리와 동창리의 폐기를 위한 사찰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 대가로 종전 선언까지 이르게 되면 분명 1차 대타결은 성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중국 일정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고 대신 왕이 외교부장 등과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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