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한 예물점에서 예물 준비 중인 예비 부부들 (사진=신현지 기자)
종로의 한 예물점에서 예물 준비 중인 예비 부부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예부터 결혼은 한 개인의 생에 있어서 가장 큰 행사 중에 하나라는 의미에 일륜지 대사(人倫之大事)라 일컬었다.물론 오늘에 와서는 그 의미가 조금은 퇴색되긴 했지만 중요하다는 인식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는 물론 양가 부모들은 상당한 고민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생에 한번 있는 결혼식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결혼예식 장소로는 어디가 좋을지, 하객은 얼마나 초대해야할지, 또 예식 비용으로는 얼마를 준비해야 할지. 예단은 무엇으로 어떻게 보내야할지, 함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특히 예비신랑 신부의 고민은 더욱 크다. 결혼식의 준비과정에 선택의 폭은 좁은 반면 다양한 형태의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오늘의 예식문화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한 사례에 신사동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는 K씨는 지난 6월 서울 중구에 위치한 S호텔에서 약 400명이 넘는 하객들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치렀다. 이날 그녀의 결혼예식에 소요된 비용은 약 2억 원.

그 중 혼례식장을 꾸민 생화(生花)값만 6천만 원, 하객들의 식사비용 1인에 20만원, 신부의 웨딩드레스와 피로연의 드레스 1천5백, 현악4중주에 이어 축가를 부른 성악가수의 답례비용, 당일의 신부와 혼주의 메이크업과 스냅 사진 주례비용 등을 빼고도 이처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다.

종로의 한 혼주예단 관련업체  (사진=신현지 기자)
종로의 한 혼주예단 관련업체 (사진=신현지 기자)

반면 지난달 전주의 모 중학교 교정에서 결혼을 치른 교사 H 씨는 예식비용에 총 1백5십 안팎이 소요되었다.

먼저 신랑과 신부는 같은 학교 교사라는 점에서 학교 잔디밭을 예식장소로 정한 것이 비용의 절약 포인트가 되었다. 이어 축하객으로는 양가 부모님과 가까운 친지, 그리고 그들의 양 반의 학생들과 동료교사들까지 총 100명 안팎으로 인원을 축소했다.

더욱이 이날 신부의 꽃길을 꾸며준 건 학생들. 학생들이 꽃 한 송이씩을 들고 와 잔디밭 위에 신부의 꽃길을 장식했다. 주례는 이 학교의 교장이 주례를 맡았고 피아노 반주에 이어 식이 끝날 때까지 음악을 담당한 것은 학교의 오케스트라반 학생들이었다. 덕분에 이들 부부는 하객들의 식대비용과 이날 빌려 입은 두 부부의 한복 값이 전부였다.

이처럼 오늘날의 결혼식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예식비용이 하늘과 땅 차이다. 때문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많은 갈등과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그렇지만 결국 대부분은 웨딩플래너의 도움을 받아 플래너들이 이끄는 대로 혼례를 치르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웨딩플래너에게 의존하기에 앞서 결혼 시장의 사전지식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만 후회하지 않는 결혼식이 된다는 조언이다. 특히 예식 전에 양가 부모들이 서로 나누게 되는 예단에 관해서도 충분히 사전 지식을 익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하여 방문한 종로의 혼수예단이불 전문업체는 신부 측이 준비해야 할 물품에 예단삼총사 (예단이불, 반상기, 은수저) 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결혼 예산에 맞게 품목이 늘거나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예단삼총사는 대부분 혼주님들이 다 준비하세요. 결혼식을 기준해서 달포 전(45일)에는 예단이 들어가는 게 좋아요, 그래야 시댁에서도 함상자를 꾸리는 일정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친정에서 시댁으로 보내는 첫 번째 하는 공식적인 선물이기 때문에 예단삼총사는 형식적인 선택보다는 미리 가풍과 성향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이에 동대문 기준의 예단이불의 가격은 7~80만원 부터 구스를 선택하는 경우 구스의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구스는 80에서 100만 이상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반상기 역시 방짜유기로 하느냐. 도자기로 하느냐에 따라 가격대가 다르다. 2인 기준의 도자기 반상기 경우는 26만원에서 시작, 방짜유기는 200만원을 호가한다. 은수저 가격도 다양하다. 대부분  혼수품으로는30만 원 이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부측의 예단 준비품목으로는 예단 삼총사가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신부측의 예단 준비품목으로 예단 삼총사를 꼽는다. (사진=신현지 기자)

언제부턴가 함을 사라는 소리는 들리지는 않지만 신부 측의 예단품 답례로 신랑 측에서는 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함에는 혼서지와 음양 결합을 뜻하는 청홍 비단, 목화씨, 오방주머니(목화씨, 붉은팥, 노란콩, 찹쌀 등을 넣은), 신랑신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는 의미의 기러기, 거울처럼 앞날을 환하게 비추라는 의미에서의 거울 등이 기본적으로  넣어지게 된다. 

추가로 신부한복이나 예물, 가방, 화장품세트 등도 함에 넣어지는데 이는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신부의 취향과 원하는 것에 따라 품목이 달라진다. 준비 된 함은 결혼식 10일 전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도 형편에 따라 다르게 보낼 수 있다. 또한 양가 합의하에 생략할 수도 있다.

이와 같아 달라지고 다양해지는 오늘날의  결혼문화에  한국혼례 문화연구원은 현실에 맞게 변화되는 것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전통이 사라지고 상품화 되는 것에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혼례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21세기 산업혁명의 시대라 일컫지만 우리 문화와 정서는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반만년 발전 계승 된 우리의 전통혼례는 개인이 성인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축하하며, 부부로서 새롭게 출발함을 서약하는 순간이기에 과시적이기 보다, 숭고한 의미를 담아 검소하게 치러져야 한다.”고 오늘의 호화 결혼식에 일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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