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집행, 바른미래당·친문의 공세, 이재명에 대한 비토 정서의 근원, 김경수 지사의 조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에 이어 민선 7기 광역단체장 중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12일 압수수색을 당했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혐의였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아침 성남시 자택·성남시청 통신기계실·행정전산실·정보통신과·행정지원과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2대를 입수했는데 이 지사는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게 압수해간 건 내 전화기 하나다. 그 전화기 하나를 찾기 위해서 요란하게 압수수색할 일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에서 압수수색에 응한 뒤 늦은 출근을 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에서 압수수색에 응한 뒤 늦은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지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성남시장 시절 권한을 이용해 친형 故 이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는 점과 이에 대한 야당의 선거 공세에 부인했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 두 가지다. 

고발의 주체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다. 지방선거 때 누구보다 이 지사에게 강한 공세를 펼쳤던 김영환 전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와 당 차원의 대응이라 자료와 근거가 만만치 않다. 

이 지사는 “엄혹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문제되지 않았던 사건이다. 6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왜 이런 과도한 일이 벌어지는지 좀 납득하기 어렵다”고 심경을 드러냈지만 정권교체 되기 전에는 없었던 정치적 원수가 많다. 현재 바른미래당을 비롯 이 지사를 노리고 있는 세력은 ‘친문 지지층’과 ‘극우 진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넘치는 정의감으로 가장 먼저 촛불집회에서 발언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하야를 주장했다. (캡처사진=미디어몽구)

이 지사가 대선 주자급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던 때는 2016년 10월29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의 연설 때부터였다. 이 지사는 당시 “우리는 나라의 주인이고 박근혜의 월급을 주고 있고 박근혜에게 그 권한을 맡긴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외쳤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전국민의 마음을 요동치도록 만들었다. 

이 지사는 과거부터 소년 노동자, 인권 변호사, 시민사회 운동가 등 정의감과 추진력을 길러왔고 성남시장 재임 시절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교복지원·산후조리지원)를 성공시키는 등 행정가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런 이 지사의 기본 에너지는 정치적 상대에 대한 공격성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었다. 

2017년 조기 대선 정국 때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했고 당시 대세론을 구가하던 문재인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 지사는 재벌 대기업의 편에 섰던 인사들이 문재인 캠프에 몰려있다는 주장과 기업의 준조세 폐지 비판 등 문 후보에게 공세를 폈다. 이 지사보다 이 지사의 지지 그룹인 ‘손가락혁명군’이 더욱 강렬했다. 손가혁 입장에서 정의로운 이 지사의 부상을 막는 주체는 문 후보였기에 과도한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했다. 부산저축은행 문제, 유병언과의 커넥션 의혹, 아들 특혜 채용, 삼성 X파일 무마 등 보수 언론의 문 후보에 대한 악의적 비판 보도를 근거삼아 공유하고 확증편향을 키워왔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재명, 최성, 문재인, 안희정 전 네 후보들. (사진=윤후덕 의원실)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선이 끝나자 그동안 참고 있었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아무리 이 지사가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거나 유능함을 보여도 폄하되곤 했다. 친문 지지자들은 2018년 지방선거 기간에 이 지사가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나서자 집단적 낙선 운동을 했다. 

그럼에도 사실상 이 지사의 압도적 인지도로 당선이 유력시되자 당시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가 ‘형수 욕설’을 대대적으로 문제삼았고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바른미래당의 김영환 후보까지 가세했다. 바른미래당은 이 지사의 약점과 직결된 여러 인사(김부선씨·형수)와 접촉해 정치 공세를 이어갔다.   

선거 이후 이 지사는 1300만명 국내 최대 광역단체의 수장이 됐지만 이 지사에게 앙심이 많은 정치 세력은 여전했다.  

결국 “엄혹한” 보수 정권 때보다 이 지사를 노리는 적들이 사방에 포진해 있는 현실이 더 엄혹할 수도 있다. 

이 지사는 “내 잘못이라면 공정한 나라 만들어보기 위해서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고 싸웠고 또 싸우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사필귀정을 믿는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이 결국 진실에 기초해서 합리적 결론이 날 것이라 믿고. 국민과 상식을 믿고 도정에 지장없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뭐 하나 굵직하지 않은 게이트가 아닌 것이 없다. 

7월21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보도한 조폭 연루설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 지사는 SBS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 집행은 김부선씨와는 무관하지만 그 건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 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더 이상 이 문제로 1300만 경기도정이 방해받지 않도록 내 신체를 공개하겠다”며 “은밀한 특정 부위에 동그랗고 큰 까만 점이 있다는 김부선씨 말을 공지영씨가 녹음해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혀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고 도정에 매진할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돌아오는 월요일(15일) “당장 신체검증에 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매우 많고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지사는 한국 사회의 불공정을 시정하겠다는 신념에 따라 △경기도시공사 분양 아파트 공사원가 공개 △의료원 CCTV 설치 △불법 고리사채 소탕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당론 채택 건의 등 진보적 의제를 시원하게 추진하는 측면이 있어 지지층으로부터 환호를 받는 지점도 있다.  

하지만 친문 지지층의 비토 정서는 기세가 꺽일 기미가 없어 보인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내 이 지사에 대한 비토 정서를 비롯 정치적 갈등 문제와 관련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전당대회 경선을 치르면 서로 상처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틈이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 치열하게 경선이 이뤄지는 건 민주주의에서 불가피한데. 경선이 끝나면 그 다음에 그런 상처를 보듬고 모두가 하나되는 게 민주 정당이고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늘 강조했던 부분이다. 나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처들이나 이런 부분들은 이제 그걸 보듬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당이 돼야 된다. 그래서 우리 민주당 당원들께도 부탁드리고 며칠 전에 팬클럽 회원들 정모가 있어서 거기 가서도 특별하게 꼭 당부하고 싶어서 말했다. 지금 문 대통령께 어떻게 하면 힘을 모아 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나머지 작은 차이는 얼마든지 극복 가능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리고 나중에 사실(여러 의혹)이 밝혀지고 나면 판단은 그때 국민들의 몫이다. 지금 우리끼리 싸울 일이 아니지 않느냐. 그런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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