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검찰 조사, 법원의 뻔뻔한 저항, 노골적인 영장 기각, 국정조사·법관 탄핵·특별재판부 등 국회의 절차 함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부분적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9월30일)되기 전까지 사실상 꼬리 자르기의 원흉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검찰(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한동훈 3차장검사) 소환조사를 받는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의 김기춘·우병우와 같았다.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고 양 전 원장과 독대하면서 직접 여러 지시·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농단의 시작과 끝에 임 전 차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7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집을 나서는 임 전 차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판사 블랙리스트 조사가 한창일 때 소환된 판사들은 임 전 차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혐의 퍼즐을 맞춰갔다. 결국 7월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임 전 차장의 USB를 확보했다. USB에는 8000건의 행정처 내부 문건이 들어있었다. 

임 전 차장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고의 지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외교부와 직접 소통을 한 당사자이고 자연스럽게 양 전 원장의 오더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통해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 3인방에 대한 연결고리를 확인하고 양 전 원장을 직접 겨누기 위한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 전 차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맞출 수 있어야 법원의 습관성 영장 기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서기호 변호사(전직 판사 및 국회의원)는 10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법원의 판사들이 수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검찰이)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상당수 확보한 상태다. 마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때 김백준을 비롯 측근들이 줄줄이 사실대로 불기 시작했던 때와 같다. 다스는 MB 것이라고. 즉 한 사람의 진술로 양 전 원장의 지시라고 하는 건 좀 약하다. 그 한 사람의 진술이 신빙성 없다고 차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판사들이 그렇게 진술하면 이 진술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의 USB는 이미 많이 이야기가 나왔었고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이 사실상 임의조치 형식으로 압수됐는데 거기에 윗선의 지시사항과 보고 내용을 꼼꼼하게 적은 게 드러났다. 마치 김영한(전 민정수석) 비망록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은 단순히 의혹 수준이 아니라 그 당시 재판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존재한다. 7월5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사법농단 피해자 고발 대회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사법농단에 대한 영장 기각률이 90%에 이르는 상황에서 8일 양 전 원장에 대한 영장이 또 다시 기각됐다. 양 전 원장의 거주지는 경기 성남시에 있고 여기에 지인의 자택도 있는데 이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는 “주거와 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난번 양 전 원장의 자택이 아닌 자동차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됐는데 그때도 “주거의 평온을 해친다”는 명분이 거론됐다.

이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진행된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11년감 검사 재임) 내 법조 생활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여태까지 주거의 평온과 안정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사례는 듣도 보도 못 했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이춘석 의원도 “전직 대법원장의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일반 국민의 사생활은 사생활이 아니라는 것인가. 영장 문제를 인지했다면 사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건식 MBC PD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12일 발부된 것과 사법농단 영장이 기각되는 것을 비교하면서 법원을 지탄했다.

박 PD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판사들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청구에 대해선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연거푸 기각을 하더니 현직 도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선 바로 영장을 발부한다. 주거의 평온은 판사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인가. 게다가 현직 도지사 신체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한다. 이미 현직에서 물러난 양승태의 집은 언제나 주거가 평온해야 하고 양승태의 몸은 그렇게 고귀한데 현직 도지사인 이재명의 몸은 마구 수색해도 되고 이재명의 집은 마구 뒤져도 되나”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과 이 의원의 질문에 안철상 행정처장은 “경험한 바 없다”고 답해 사실상 현재 법원의 영장 발부 업무가 매우 불공정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심지어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마저 “사법농단을 밝히자는 거냐. 덮자는 거냐, 법원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치부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조직 보호와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게 국민들의 보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판사들의 조직적 저항에 대해 서 변호사는 “판사들이 대부분 검찰이 이렇게 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기분 나빠한다. 압수수색을 하게 됐을 때 거기에서 나온 자료를 가지고 나중에 판사들의 뒷조사에 활용될 수 있다는 그런 우려들을 판사들이 실제로 많이 한다. 그만큼 판사들의 생각이나 논리, 사고방식, 마인드가 일반 국민의 관점과 많이 다르다. 내가 판사 시절 그런 걸 많이 겪어 봤었다”고 해석했다.

이어 “영장 담당 판사들이 교체돼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서 법관에 의해 추천을 받아서 양 전 원장을 비롯 박병대 전 대법관 이런 윗선들과 인적 관계가 최대한 없이 정말 공평해지면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래도 아주 큰 차이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민중당 서울시당과 서울청년민중당 당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봐주기식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10월2일 민중당 서울시당과 서울청년민중당 당원들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봐주기식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의혹과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자 집단 보이콧에 나섰다. 그 결과 오전 국감이 잠시 중단됐었다. 양 전 원장이 전국 법원장들에게 운영비를 뿌렸는데 김 원장도 당시 그 돈을 받았다는 것이고 이를 해명해야 한다는 한국당의 명분이 있었다.

이와 관련 안 처장은 “일선 법원에는 공보관실이 없기 때문에 법원장, 수석부장, 지원장, 사무국장 등이 공보 업무를 하면서 운영비를 사용한다. 김 원장이 이를 수령한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라고 대신 해명했다. 

한국당의 정당한 지적일지 몰라도 이 시점에서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 흐름을 정치적으로 물타기하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법원의 강제 수사 허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법농단은 밝혀질 수 없고 그런 만큼 국회가 나서야 할 타이밍인데 한국당의 조직적 비협조가 우려되고 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9월14일 논평을 내고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흔들기가 정도를 넘어섰다. 양 전 원장 시절 행태가 사법부 신뢰를 훼손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정치권의 사법부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활용돼서는 결코 안 된다.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와 개입은 독립성을 훼손하고 민주주의 근간인 3권 분립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대통령과 민주당의 사법부 독립성 침해 행위에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9월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난히 사법농단 얘기만 나오면 (한국당이) 파르르 떤다. 논리적으로 이해되거나 정치적 스탠스로 이해가 돼야 하는데 지금의 반응과 비판 논리는 너무 비양심적이라 그건 결국 본인들의 책임을 자인하는 것이고 자기 잘못을 감추고 싶은 것에 다름 아니”라며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인사들 외에도 새누리당 인사들까지도 책임이 있는가에 대해) 일단 그것을 통해 혜택을 누리고 직접적 의사소통을 했던 쪽은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겠지만 그 일련의 판결들을 통해 혜택을 누리고 한 편에 섰던 것은 새누리당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본다. 그래서 뭐 낀 놈이 성낸다고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법부의 잘못을 사법부가 단죄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국회가 나서야 되는 상황이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사법부의 잘못을 사법부가 단죄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국회가 나서야 되는 상황이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상 한국당 외에 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①국정조사 ②법관 탄핵 ③특별재판부 설치 등 사법농단 공조 3단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그 어느 것 하나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인데 국회 선진화법 체제에서 한국당의 협조없이 뭔가 본회의 의결까지 완료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진화법의 패스트 트랙 조항에 따라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본회의에 올리더라도 330일이 걸린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의원 180명(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있으면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될 수 있고 여야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33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부의 60일)이 지나면 무조건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 민주당 129석·바른미래당 30석·평화당 14석·정의당 5석·민중당 1석·문희상 국회의장 1석·무소속 3석(손금주 이용호 강길부)을 다 합하면 183명이다. 어찌됐든 패스트 트랙으로 본회의에 특별재판부 설치법이 상정되면 헌법 49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될 수도 있다. 즉 11개월이 걸리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①의 경우도 국민 여론을 움직이는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한국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하고 ②은 복잡한 정치적 함수가 고려돼야 한다. 법관 탄핵은 헌법 65조 2항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발의할 수 있고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섭단체들 간의 의사일정으로 본회의 일정이 잡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지난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행했지만 ‘보고’와 ‘표결’ 절차 즉 두 번의 본회의 개최를 통해 완료됐다. 

2009년 11월12일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올라왔지만 자동 폐기된 선례가 있다. 18대 국회 구성을 보면 당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과반을 확보한상태라 자력으로 탄핵소추안 저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사법개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전국법관대표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판사들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전국 법원에서 대표로 선정된 100명의 판사가 참석한 이번 회의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을 행사한 사건을 계기로 소집됐으며 2003년 대법관 제청 논란,2009년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 개입 파문 이후 세 번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 6월19일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사법개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전국법관대표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판사들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전국 법원에서 대표로 선정된 100명의 판사가 참석한 이번 회의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을 행사한 사건을 계기로 소집됐다. 2003년 대법관 제청 논란, 2009년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 개입 파문 이후 세 번째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 변호사는 “현재 법원에 남아있는 법관들은 당연히 헌법을 위반하고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탄핵 대상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국회에서 움직임이 없는 편이다. 또 한 가지 국회에서 아직 움직임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탄핵을 추진하려면 탄핵소추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에 어떠 어떠한 이유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고 그래서 탄핵을 소추한다. 이 문구를 적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뭔가 좀 정리되고 증빙 자료가 있어야 된다. 그게 검찰에 기소되면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현재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는 법관들은 아래와 같다. 

권순일 대법관, 이규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현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최희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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