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들녘이나 산간오지천수답의 논두렁 밑에서 도랑(사투리말의 도구)을 치면서 엄지손가락만한 미꾸라지를 잡아내던 시절이 있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옛날애기가 아니다.

불과 20~30년 전 얘기다. 봄철 논배미에 모내기를 하고 난 뒤 모가 뿌리를 잡고 잎 새가 커나면서부터는 벼가 잘 자라나도록 여름 내내 논물관리를 해야 한다. 이렇게 논의 물 관리를 위해 논배미에 물을 공급해주는 통로, 수로가 도랑이다.

그렇게 달포 내지 두어 달을 물 관리를 하다보면 도랑엔 미꾸라지가 꼬여들며 알을 낳고 새끼를 깨워 낼 둥지를 뜬다. 논배미의 벼가 잘 자라나 벼이삭이 나오고 미리 벼 베기 작업을 위한 배수 작업과정에 들어간다.

도랑 치는 작업이다. 배수가 원만하게 이뤄져 논바닥을 딱딱하게 굳게 해 벼 베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처이다. 이때 도랑을 쳐내노라면 미꾸라지가 버글버글하고 때론 웅 어나 뭍 게 구 구리 우렁이 등 여러 가지 물고기가 나온다.

1석2조가 아니라 1석4~5조가 되는 성과와 업력(業力)이 나오는 것이다. 도랑을 치면서 물고기를 잡아내는 높은 효율이다. 오늘날 시대가 변하고 농산업여건이 달라져 결코 쉽진 않겠지만 자연적인 원리는 지금도 변함없이 유효하다.

  무슨 잠꼬대 같은 케케묵은 얘기냐 하겠지만 오늘의 환경오염이 너무나 심각하다. 산업전반이 디지털로 바뀐 지금 시대에도 매사에 도랑치고 미꾸라지 잡기의 기반과 지략이 필요하다.

특히 토양의 자연환경생태관리와 농업분야에선 더욱 더 친환경적인 전략과 경영기법이 요구되고 있다. 아무리 생태환경이 변하고 바뀌었다 하더라도 농약을 치지 않으면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짓고 있는 논배미들은 오늘날에도 도랑에 미꾸라지가 건강하게 자라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천연생태계를 살려내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라 하겠지만 자연 친화적인 생태환경이 절실히 요구된다. 누구 하나라도 작은 시작일망정 해야 한다.

오염됨이 없는 자연생태환경 속에서 생물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토대를 되 살려 내자는 것이다. 맘만 먹는다면 능력과 자원은 넘쳐나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편한 것만을 추구하느라 각종 약품을 오남용하여 오염된 환경상태로부터 여러 가지 많은 질병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게 관련학자들의 중론이다. 111년 만의 최악의 가뭄 폭우 폭염이 우리 강토를 휩쓸었다. 이 모든 게 우리네 인간들이 저지르고 있는 죄과(罪過)이며 업(嶪)이기도 하리라. 
   
  나와 당신이, 우리들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이다. 자자손손 자손만대 물려줘야 할 금수강산이다. 심각하게 오염된 환경을 되살려내야 한다. 대자연의 순리에 맞게 되돌려 놔야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원상복구는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

논배미의 도랑에 미꾸라지를 비롯한 물고기가 살아가고 있다는 생태현상이 그만큼 중요하다. 금상첨화(錦上添花)격으로 물도랑을 쳐내면서 미꾸라지를 비롯한 물고기를 잡아낸다고 하는 건 건강한 인간 삶의 기반(基盤)이 되는 것이며 생산효율성이 높은 효과적인 작업역정인 것이다.

사상 유례가 없다는 폭염과 폭우, 때론 가뭄과 이상기온 기후로 인한 재해와 만연한 대기오염은 분명히 인간들의 만들어 놓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인 것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와 추녀 끝에 둥지를 틀고, 냇가 들판에 뜸 북새 종달새 노래하는 강산이 돼야만 한다.

내가 살아가고 나의 후대가 영구히 이어 살아나가야 할 옥토이며 강산이다. 폭우로 떠내려 온 온갖 쓰레기가 강과 호수를 가득가득 메운 쓰레기더미 섬이 되는걸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내 조국 내 국토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으뜸가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금수강산임을 잊어서는 아니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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