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유시민 작가에 대한 기자들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유 작가가 노무현 재단 신임 이사장이 됐으니 향후 정치 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발판 아니냐는 여러 설들이 많이 나왔다.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무현 재단에서 이사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유 이사장은 취임사를 마치고 기자들의 정계 복귀 질문이 빗발칠 것을 예상했는지 먼저 “지난 5년 넘는 시간 동안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노무현 재단은 5만명이 넘는 후원 회원들이 십시일반 보태준 정성과 돈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고 이사장은 보수를 받지 않고 비상근으로 봉사하는 자리다. 나는 책 읽고 글쓰는 데 시간을 조금 덜어서 이사장 활동에 쓸 생각이다.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기자들의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유 이사장은 “이건 내 선택이다. 2013년에 정치를 그만둘 때와 지금은 똑같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요 며칠 언론 보도를 챙겨봤다. 의지의 문제라기 보다는 상황의 문제라고 그런 분석들을 많이 하더라. 정치를 하고 말고는 의지의 문제다. 어떤 상황이 요구할 때도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나는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할 의지가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항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내 생각으로 나는 작가가 맞다고 생각한다. 유 작가가 그동안 한 활동 그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에 그런 뜻을 존중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노회찬 재단의 설립 제안자들 중 한 명이고 그런만큼 향후 두 재단의 협력 사업이 예상되는데 관련해서 “노회찬 재단이 출범하고 나면 또 함께 해나갈 일들이 많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 기억에 17대 총선 때 故 노회찬 의원께서 처음 국회에 들어와서 참여정부 기간 4년동안 진보 야당으로서 민주노동당 활동을 했고 한 시기의 역사를 공유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저희가 김대중 평화재단과도 많은 연대 협력사업을 지금까지 해왔다. 그런 맥락에서 함께 고인이 된 지도자들의 사상과 철학 그분들의 가치 이런 것들이 서로 섞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그렇게 모색해 나가기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전임 이사장이 된 이 대표는 고별사를 통해 “훌륭한 공직 생활을 잘 해왔고 지금은 자유분방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이렇게 무거운 자리를 맡겨서 미안하기 그지없다. 특히 요즘에는 방송인이라고 할까. 변신을 많이 했는데. 재단을 앞으로 잘 맡아서 이끌어 나가주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유 이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링컨 미국 대통령을 아주 존경했다. 링컨 대통령은 아는 것처럼 특정 정파에 속한 대통령이었지만 역사 안에서는 미합중국과 국민 전체의 지도자로 받아들여졌다. 노 전 대통령께서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 번영 그리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했던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국민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유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묘석에 있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그게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본 동력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재단의 여러 활동이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더 분명히 인식하고 또 사회적 선을 이루기 위해 서로 손잡아야 한다는 그런 의지 이런 것들을 더 많은 시민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여러 활동을 할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속했던 정파를 넘어서 역사 속에서 국민의 지도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그렇게 재단을 운영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대략적인 재단 운영 계획과 관련 △201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에 맞게 시민의 정치참여와 사회적 연대 확장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서울에 노무현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재단 사업은 전체적으로 보면 내년이 서거 10주기이기 때문에 지난 10여년 동안 추모하고 애도하고 위로하는 것이 재단의 중요한 기능이었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서 확산하는 쪽으로. 노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마음 속으로 더 넓고 깊게 자리잡아 가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