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 말만 반복, 윗선과 가장 밀접한 사법농단의 키맨, 이후 대법관 3인방과 양승태로 수사망이 좁혀질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법농단의 키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검찰에 소환되기 전 기자들에게 한 말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였다. 모든 질문에 이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임 전 차장은 15일 아침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법원이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데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법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동료 후배 법관들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에 대하여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도록 하겠다. 지금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일단 수사기관에서 성실히 답변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종헌 전 차장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쉼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임종헌 전 차장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쉼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상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가 엄중하기 때문에 기자들은 임 전 차장을 놔주지 않고 질문을 쏟아냈지만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사법농단 의혹 최종 지시자가 본인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인가?”, “특별조사단 보고서에서 차장의 개인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가?”, “통상적인 업무였다고 생각하는가?”, “함께 일했던 판사들이 문건 지시자로 임 전 차장을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USB 속 8000건의 문건에 대해?”, “사법 불신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 통감하는가?”, “동료 법관들에게 할 말 없는가?”, “공보관실 예산 유용 혐의는 인정하는가?”

사법농단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미 여러 판사들로부터 임 전 차장에 대한 진술과 정황을 확보해놨고 이날 조사를 마친 뒤 좀 더 혐의를 보강해 전직 대법관 3인방(박병대·고영한·차한성) 및 양 전 원장 등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만 마무리되면 곧 정점의 인사들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임 전 차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비롯 여러 범죄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다. 무엇보다 재판거래, 법관 사찰, 청와대와의 연결, 양 전 원장과 직접 소통 등 임 전 차장은 그야말로 키맨이다. 

수사팀은 임 전 차장의 막중한 행위들이 모두 윗선과 연결돼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구체적인 지시 정황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의 키맨인데 이번 소환 조사로 윗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의 키맨인데 이번 소환 조사로 윗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임 전 차장이 2012년~2017년까지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지내면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조치 무효화 행정소송 △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죄 적용 검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조작 재판 △박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박채윤) 특허소송 등 양승태 사법부와 청와대의 검은 거래를 주도한 것과 관련 수사팀은 상당한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 “방탄판사단”이란 말이 나올 만큼 법원의 사법농단 관련 영장 기각 현상이 심각한 상황인데 검찰의 임 전 차장 소환을 계기로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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