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피의자 소환 조사받고 귀가, 직권남용 인정을 까다롭게 해도 증거로 입증 가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법농단의 키맨은 15시간 반동안 거의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15일 아침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6일 새벽 1시에 귀가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2017년까지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두루 거친 그야말로 사법농단의 A to Z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고 후배 판사들에게 월권적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법관 사찰에도 사실상 총책을 맡았다.

임종헌 전 차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때 수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법농단을 파헤치고 있는 한동훈 3차장검사와 수사팀은 이날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주로 추궁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지시한 적이 없다”거나 구체적 정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30년 법관 출신인 임 전 차장이 유무죄의 경계선을 잘 피해가는 측면도 있다.

워낙 혐의가 방대하다 보니 수사팀은 향후 몇 차례 더 소환 조사를 한다는 방침인데 구체적 혐의 사실에 부인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문제삼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물론 ‘방탄 판사단’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이 있을 정도로 법원은 사법농단 관련 영장을 연거푸 기각하고 있어서 청구돼도 실효성이 없다.

사법농단에 가장 많이 분노한 민중당. 과거 내란음모 사태로 정당 해산까지 당한 통합진보당은 양승태 사법부에 의해 부당한 일을 겪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법농단에 가장 많이 분노한 민중당. 과거 내란음모 사태로 정당 해산까지 당한 통합진보당은 양승태 사법부에 의해 부당한 일을 겪었다. 사진은 김진숙 전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가 피켓을 들고 있고 이를 저지하려는 방호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를 보면 과도하게 직권남용죄를 좁게 적용하고 있고 법원이 사법농단에 대한 단죄를 피해가기 위해 밑밥을 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수사팀은 직권남용죄를 입증하는데 자신있다는 입장이고 그만큼 심의관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려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 전 차장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고의 지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조치 무효화 행정소송 방해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 검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조작 재판 개입 △박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박채윤) 특허소송 개입 등 모두 양승태 사법부와 청와대의 검은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헌정 초유의 중대한 농단들에 주범으로 지목됐다.

수사팀은 이미 전직 대법관 3인방(박병대·고영한·차한성) 및 양 전 원장 등 사법농단의 정점에 대해 소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 전 차장을 추가 조사하는 일정과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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