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사진을 찍으면 사람은 누구나 제 얼굴부터 찾는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모두 반장이 되고 싶어 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그토록 소중하고
‘나’라는 사람의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인간의 본성이라 여겨집니다.

20세기 말에 엉뚱한 제목의 책이 한 권 나왔는데
제목이 <지난 1,000년에 인물 1,000명>
(One Thousand Year, One Thousand People)이었습니다.
물론 그 1,000명 중에는 알 만한 사람들의 이름이 대개 다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이름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세종대왕도 이순신도 이승만도 그 책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오늘 고려 대학생이 김성수를 누군지 모르고
연세 대학생이 백낙준을 누군지 모르고
이화 대학생이 김활란을 누군지 모른다는 이 판국에,
인류의 역사가 우리 중에 누구를 기억해 줄 것입니까.
아무런 실속도 없는 헛된 ‘이름’을 위해
서로 물고 뜯고 피 흘리고 땅을 치고 통곡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못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가짜라도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오늘 우리 사회에 엄청 많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조국의 미래가 걱정스러웠습니다.
가짜라도 명품을 선호하는 그 인간 자체가 가짜입니다.
역사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유명’을 ‘무명’으로 만드는 무서운 힘을 가졌습니다.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는 이들이여,
우선 거울부터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빛 좋은 개살구들, 제발 ‘유명’보다 ‘무명’을 택하세요.
 자신의 위해,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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