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시화 “초청장 오면 갈 수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시화 “초청장 오면 갈 수 있어”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0.19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황의 방북 성사까지 여러 요소, 연내는 어렵고 2019년 봄 가능성 높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 시간으로 18일 19시 바티칸 교황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 요청에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위와 같은 교황의 말을 현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을 만나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개인적으로는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로서 존경하는 교황을 직접 뵙게 돼 큰 영광”이라고 인사했고 “지난 1년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려운 고비마다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또 새겼다”며 “그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 위안부 할머니, 꽃동네 주민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고 교황은 “당시 한국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고 화답했다. 

(사진=청와대)
교황은 북한의 공식 초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의 교황에 대한 방북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교황의 외국 방문은 △해당 국가 정상 △해당 국가 가톨릭 대표인 주교회의 두 번의 공식 초청 절차가 있고 이걸 교황이 수락하는 방식으로 성사된다.  

방북 시점은 적어도 연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여러 요소가 작용할 수 있는데 크게는 아래와 같다. 

①유일 지배체제의 북한
②중국과 교황청의 관계
③북한 초청장을 교황청에 전달하는 방식
④교황의 통상적인 외국 방문의 프로토콜

①의 측면에서 북한은 우상화된 1인 지배체제라 종교를 허용하지 않는 역사가 지속됐지만 1970년대부터 종교인들이 활약하기 시작했고 1988년 이후 제한된 장소에서의 종교 의식을 허용했다. 우리는 흔히 선입견에 따라 북한은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교를 불허한다고만 알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1992년 4월 북한 헌법이 개정됐는데 68조에 따르면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북한에는 조선불교도연맹·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선가톨릭교협회·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등 총 4개의 종교단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교황이 방북하면 인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사전 준비를 할 것이고 그런 차원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9월 말 중국과 주교 임명 방식에 합의했다. 중국 건국 이후 관계에 물꼬가 트인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북한과 교황청의 관계가 정상화 되기는 어렵다. 즉 ②의 측면에서 중국의 반대가 없어야 교황이 방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리설주 여사를 통한 퍼스트 레이디 외교를 자주 보여주는 것도 일종의 정상국가화 전략인데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인 교황이 방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중국이 훼방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지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③도 간단치 않다. 이탈리아는 2017년 10월 자국에 머무는 문정남 전 북한 대사를 추방한 바 있다. 그때는 북한이 연일 핵 실험을 강행하던 때였다. 따라서 현재 교황청과 북한 간에는 연결된 통로가 없다. 결국 김 위원장의 공식 초청장을 교황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북한 특사를 보내는 방식이 유력하다. 그러려면 사전에 우리 정부를 매개로 교황청과 북한이 교감을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이 매끄러워야 최대한 빨리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2세의 고령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④의 측면에서 보통 교황은 해외를 갈 때 인접 국가들을 한꺼번에 방문한다. 아키히토 일왕의 퇴임일인 2019년 4월30일 전후로 교황이 방일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즈음 북한 일정이 추가될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교황이 내년 봄에 방북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는데 적어도 올해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특별 미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청와대)
특별 미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청와대)

물론 문재인 정부는 남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1차 대타결을 종전 선언으로 보고 있고, 그게 최대한 빨리 적어도 연내에 이뤄지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서 중재할 경우 교황의 방북이 연내에 성사될 가능성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8일 새벽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 미사에 참석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를 집전한 것인데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교황께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세계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청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해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줬고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줬고 기도로써 동행해줬다”며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다. 한반도에서의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