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검장에게 쏟아진 사법농단 관련 질문, 적폐청산 집중하다가 민생 수사는 소홀, 이재명의 수많은 논란두고 파행, 이재명의 항변, 양승동 사장의 세월호 당일 행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주 간의 국정감사 기간도 이제 절반이 지났다. 

19일 8일차 국감은 법제사법위·행정안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14개 상임위에서 진행됐고 여야 정쟁거리는 많았다. 

①법제사법위, 윤석열 지검장에게 듣는 ‘사법농단’ 수사 상황
법사위는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을 감사했는데 여야가 정무적으로 편이 갈릴만한 이슈거리가 산더미였고 실제 아침부터 21시반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파행없이 진행됐다. 먼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관련 수사에 질의가 쏟아졌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5부 능선은 넘어가지 않았나”라며 “법원행정처 근무 심의관 등 몇 년 사이에 근무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왔다고 보면 된다. 한 80명 정도 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윤 지검장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없이 사건 종결을 상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려울 것 같다”며 곧 소환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윤석열 지검장은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 5부 능선까지 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대목에서 관심사항은 법원의 영장 기각 문제에 대한 중앙지검의 입장과 향후 계획 등이 있었다. 주 의원과 달리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사법농단 수사에 불편한 입장이라 소환된 판사들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를 지적하기도 했다. 

윤 지검장이 사법농단 관련 토로하고 있는 답답함을 그대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

“법원 수뇌부 상대 수사는 저희도 솔직히 곤혹스럽다. (대법원이 처음에) 자료 (임의) 제출을 다 해주겠다고 해서 그러면 무난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가) 예상보다 대단히 미흡하게 왔다. 아무래도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자료를 내는(확보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법원에서) 판단하는 모양이다 싶어 영장을 청구했다. 장소 기준으로 10% 정도 발부되고 90%는 기각되고 있다. (사법농단 수사는) 법관들의 개인 비리가 아니라 업무 관련된 문제들이라 대법원이나 행정처가 보유한 자료들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수사가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고 접을 수도 없다. 조그마한 단서나 증거를 가져보도록 좀 더 최선을 다하겠다. 대법원과 행정처가 법관 입회 하에 관련성 있는 부분들을 충분히 제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람을 타겟하는 수사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법부 주요 조직, 수뇌부 수사는 저희도 솔직히 곤혹스럽다.”

특히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수사가 신속하게 진상 규명이 안 되는 문제에 대해 국민께 알리는 차원이지 침소봉대하는 것은 없다. 사법부나 법관들에게 모욕감을 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다만 이런 부분을 간단히 언급하고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답해 전날(18일)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영장 기각 비판은 가능하지만 사실관계 과장하거나 추측성 비판을 하는 것은 재판권 침해로 여겨질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법원이 더욱 좁게 해석해서 판결하는 흐름과 관련해 윤 지검장은 “법정 입증의 과정에서 재판부와 (검찰이)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지 않는 한 상급심에서 무죄 부분이 바뀌지 않을까 한다”며 기존의 판례에 부합할 만큼 이 전 대통령과 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완성했다는 점을 암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증인 선서하고 있는 윤 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 의원들은 적폐청산 수사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여러 민생 사건에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추궁했다. 이완영 한국당 의원은 “중앙지검의 장기 미제사건이 9600건이다. 적폐 수사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특수 수사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가. 민생 수사를 묵묵히 하는 검찰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주문했고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적폐청산 수사가 전체 34건이고 중앙지검에서 하는 것이 29건이다. 분식회계 바로잡기라고 몰아가니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미국에서의 수주에 실패했다. 적폐 수사 1호가 남긴 상처”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지검장은 “공안이나 특수수사 사건에 전념하다 보니 민생업무에 만전을 기하지 못 한 부분이 있었다”며 어느정도 문제제기에 수긍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차경환 서울남부지검장에게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세게 물아붙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의 수사 외압 폭로가 있었던 것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 소통 개진과 별개 문제로 명확하게 뭐가 잘못됐는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무혐의로 결론냈는데(고위 검사의 수사무마) 안 검사의 문제 제기 방식을 계속 받아들이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된 국감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500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왜 수사가 더디냐는 한국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반전됐다. 주 의원이 “어느 정부에서든 권력형 부패비리 사건은 동일한 기준으로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인의 가족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군다나 노 전 대통령은 1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고 대응했다.

장 의원은 “피해자 9명이 윤 지검장 장모로부터 사기를 당해 30억원을 떼였고 사건이 은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배후에 윤 지검장이 있다고 온갖 곳에 말하고 있는데 장모 일이라고 모른다고 할 게 아니다. 장모가 아닌 본인 문제”라고 따져묻자 윤 지검장은 “국감장에서 이런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 내 친인척 관련 사건은 하나도 없다. 이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고소나 소송이 들어온 게 있는가”라며 “담당 검찰청에 할 이야기 아닌가. 이게 어떻게 내 도덕성 문제인가.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장제원 의원은 윤 지검장의 장모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장제원 의원은 윤 지검장의 장모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장 의원은 오후 질의 때 “(윤 지검장의 의혹 소명자료 제출 요청을 하고) 국회의원 7년 하면서 국감을 일곱 번째 했는데 내 질문이 국감용 질문인지 아닌지 피감기관의 장이 판단하는 것은 처음 본다. 정말 세긴 센가 보다. 감사위원이 피감기관의 증인한테 질문 검열받는 이 상황 참 낯설다. 무서워서 다른 질문하겠다”고 조소하는 투로 반발했다.

심재철 의원의 국가재정정보 유출 게이트와 관련 편파적으로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공방을 두고 윤 지검장은 “야당에 편파적으로 불리하게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그건 검찰에도 국가에도 도움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의원들의 말씀을 명심해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지검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2년간 법사위원으로 있다가 유명을 달리한 故 노회찬 의원께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서민과 약자의 편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의원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국민을 위한 바른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50년 가까이 해로한 사모님을 떠나보낸 박지원 의원의 슬픔에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②행정안전위, ‘이재명에 대한 네거티브’
끈질기도록 지속되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의혹 시리즈가 있었기 때문에 이날 행안위의 경기도 국감은 큰 주목을 받았다. 예상대로 야당은 이 지사에 대한 고소고발 현황 자료 제출과 녹취파일 공개 문제로 강하게 나왔고 시작되자 마자 파행으로 흘러갔다. 여기에 전날(18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등 20명의 의원들이 서울시청 국감장을 기습 방문한 것에 대해 사후 비평이 오가면서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탈당을 권유받고 경찰 압수수색도 당했다. 소회가 어떠냐”라고 물었고 이 지사는 “인생무상”이라고 답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이 지사에 대한 녹취가 2개 있는데 틀고 싶다. 과연 도지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가족 문제에 관해 얘기하지 않겠다. 알아서 잘 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마치 수많은 의혹제기에 해탈한 듯이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지사의 항변은 어쩌면 하소연이었다.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배경 설명인데 그걸 길게 풀어냈다.          

“국감장이어서 국가 위임사업과 보조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감사하는 곳 아니겠는가. 이재명 도지사 개인이 과거에 사적으로 뭘 했는지는 국정과 아무 관련이 없다. 선거에서 논쟁이 될 수 있지만. 이게 만약 국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나는 대리인에 불과한데 왕조시대도 아니고. 다만 조폭 연루설은 그게 나에 대한 음해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혐오해 마지 않는 행위들이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이 과연 공정하게 수행될 수 있느냐와 관련해서 공적 사안이라고 본다. 직권을 이용해서 특정 조직폭력세력에게 이익을 줬다든지 유착됐다든지 도움을 줬다면 나는 정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당하게 조폭연루설을 제기해서 근거없이 무슨 회사에 수의계약을 해줬는데 그게 조폭 관계된 사람이다. 사실이 아니었다. 그 회사 대리점 지금 해임됐다. 왜 그런 소리 듣게 했냐고. 내가 조폭인줄 알았다면 같이 인증샷을 찍어서 SNS에 올렸겠느냐. 조폭과 뭔가 하면 몰래 뒤에서 하지 이분이 노인정에 6000만원 지원해준 좋은 분이라고 올렸겠느냐.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했다. 왜냐면 공직 청렴성에 관한 공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결국 (모든 선거법 혐의들은) 12월13일 이전에 다 정리가 된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이 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조폭연루설 관련해 무혐의로 끝났다고 밝혔지만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런 내용을 발표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실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며 “지사께선 강력한 대선 경선 후보였고 지금도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힌다. 그래서 이런 저런 견제가 많다. 지난 경선에서 잦은 탈당 요구까지 있었는데 최근 당내 문재인 정권 실세로부터 탈당 압력을 받았는가”라고 물었다.  

이 지사는 “언론 보도가 있어서 그걸 올렸을 뿐이다. 찾아보면 있다”고 답했고 “그런 말씀을 하는 사람(김진표 의원)이 있었다. 그렇지만 탈당 권유였기 때문에 내가 안 하면 그만 아닌가”라고 밝혔다.   

국감에서 국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행정가의 개인사가 오르내리는 일 자체가 비극이지만 이런 수많은 논란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기도정에 대한 집중은 불가능하다. 대한애국당·바른미래당·민주당 내 친문 지지그룹의 협공으로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 지사가 스스로 “업보”라고 표현했듯이 올해 안에 이런 논란들을 정리하고 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③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KBS 양승동 사장에 대한 ‘세월호 행적’에 맹폭
정치권은 언론을 가장 신경쓰게 돼 있다.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과방위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다루는 방송법 등 그런 문제로 홍역을 치러왔던 역사가 있다. 야당은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공세 및 방송장악 문제를 끄집어낼 수밖에 없다.

이번 과방위 국감은 양승동 KBS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나 다름없었다. 양 사장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이 재차 이슈화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 부산의 노래방에서 법인카드가 사용됐다는 것인데 한국당 의원들은 여기에 총력을 기울였고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다. 더불어 양 사장이 특파원 소환 문제와 관련 국감 질의에 답변할 때 위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 사장의 답변 태도 역시 화를 부추겼다. 양 사장은 “당일 아침마당 특집녹화가 있어 회식이 있었다”며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인정했지만 “노래를 부른 기억이 없다”는 식으로 답해 야당 의원들의 파상 공세를 불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양승동 사장에 대한 세월호 당일 행적 문제는 이번 국감에서까지 추궁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밖에도 KBS와 EBS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한편, 인터넷 댓글 조작도 다룰 수 있는 상임위다 보니 드루킹 사건의 증인 채택 여부가 과방위의 공방 요소가 되기도 했다. 여야 간사들은 한 시간 넘게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증인 채택은 실현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