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6주년 기념행사, 이정미 대표 40초의 침묵, 2020년 총선 제1야당으로서 실력 쌓아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 하고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 간다.

“늘 함께 했던 노회찬이 없는 창당 6주년 기념식이다. 시간이 흘러도..... 시간이 흘러도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6년 전 우리는 6411번 버스와 함께 창당했음을 잊지 않겠다. 창당 정신 6411번 버스를 매일 매일 되새기며 노회찬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당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노회찬은 정의당과 함께 국민 속에서 부활할 것이다.”

정의당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창당 6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열고 결정적 장면 11가지를 선정해서 발표했다. 

눈물을 닦고 있는 이정미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6년 전에 불과 5000여명의 당원 1%의 지지율로 시작했다. 다시는 실패하지도 좌절하지도 않을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우리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지금 정의당은 10배의 성장을 이뤘다. 5만 당원 17개 광역시도당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우리의 당원 동지들은 50만 당원 부럽지 않은 자부심의 근거다. 지지율도 10배가 됐다”며 지난 과정을 회고했고 11가지 장면에 선정되지 못 한 투명인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즉 “최일선에서 몸이 부서져라 뛰다가 우리 곁을 떠난 오재영 보좌관, 김미경 사무처장 오태환 위원장. 중앙당사가 있는 동아빌딩에서 식구처럼 함께 지내고 있는 경비·청소 노동자들, 새롭게 인연이 돼 정의당을 찾아와준 파리바게트·네이버 노동조합의 청년들까지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다.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왼쪽)와 심상정 의원(오른쪽)이 11가지 장면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웃고 있다. (사진=정의당 제공)

결국 이 대표는 인사말 말미에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 대목을 읽자마자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 했다. 눈물을 참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 대표가 40초간 말을 잇지 못 했고 그걸 바라보는 모두가 숙연해졌다. 사회를 본 정호진 대변인도 눈물을 훔쳤다.
    
3기 지도부(2015년 7월18~2017년 7월11일)의 상임대표를 맡았던 심상정 의원도 “오늘 뜻깊은 자리에 노회찬 대표의 부재가 몹시 서럽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한 우리 정의당. 목숨바쳐 지키고 일궈왔던 그분의 크나큰 헌신을 다시금 되새긴다”고 밝혔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정의당이 받는 국민 지지에 비해 국회 의석수의 초라함을 언급했다. 

이를테면 “국민들은 정의당의 국회 발언권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하반기 들어 1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바로 그 국민들의 열망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10% 전후의 지지율과 다르게 정의당의 의석은 5석 1.7%(전체 300석)가 채 되지 않는 것이 국회의 현실”이라며 “현재 지지율과 선거제도 개혁의 가능성을 볼 때 제1야당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현재 우리가 제1야당, 나아가서 수권 정당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의당의 입법과 정책은 얼마나 정교한지, 우리의 철학과 신념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제1야당의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할 것들이 만만치 않다”고 밝혀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함을 환기했다.

참석자들이 기념 떡 커팅식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의당 제공)

심 의원도 “이제 정의당의 존폐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없다. 서둘러 성장해 대안 세력이 되라는 채찍과 격려가 있을 뿐”이라면서도 “목표(2020년 총선에서의 제1야당 성취)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의 정의당(이 가진 한계)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를 위해 △변화를 조직하고 실현 △비전과 프로그램 보유 △전국적 당세포 조직 강화 △선거제도 개혁 완수 등 당면 과제를 제시했다.

3기 지도부의 공동대표였던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성경 욥기 8장7절)는 말이 우리 정의당을 위해 있는 말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며당당하게 전진하는 당의 기세를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정의당 구성원의 헌신과 능력을 치켜세웠는데 심 의원도 “정의당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클래스가 다른 당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저력의 사례로 △박봉 속에서 당비 내고 휴가 반납 △주류와 대세 쫒지 않고 불의에 저항 △당장의 유불리를 위해 이합집산 안 함 △비주류의 설움 모면위해 주류 정당의 하청계열화 거부 △가치를 위한 혁신 정당 추구 등을 거론했다.

기념 떡을 커팅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질 뻔 했다. 심 의원은 농담으로 "미리 준비한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사진=정의당 제공)
기념 떡을 커팅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질 뻔 했다. 심 의원은 농담으로 "미리 준비한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사진=정의당 제공)

심 의원은 “모든 위대한 역사는 유토피아에서 시작돼 그것이 현실로 됨으로써 이뤄졌다. 우리 정의당은 미생이었지만 이제 완생을 꿈꾸는 정당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이 선정한 11가지 장면은 아래와 같다. 

①진보정의당 창당(2012년 10월21일 진보정의당 창당대회)
②노회찬 의원직 상실(2013년 2월14일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자격정지 1년 선고)
③정의당 당명 개정(2013년 7월21일 혁신 전당대회를 열고 천호선 최고위원을 신임 당대표로 선출한 뒤 당원 투표를 통해 사회민주당·민들레당과 경합 끝에 정의당이 새 당명으로 채택)
④노유진의 정치카페(2014년 5월21일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팟캐스트 첫 방송.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세 사람의 성을 따 만든 노유진의 정치카페 시즌1은 2016년 4월18일 10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
⑤세월호 with 정의당(2014년 8월20일 천호선 대표와 의원단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
⑥통합 당대회(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 2015년 11월22일 통합 당대회를 통해 정의당, 진보결집+,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이 통합 정의당으로 출범)
⑦비상구 with 정의당(2016년 12월6일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가 출범했고 누구나 노동 상담·법률 지원의 노무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됨)
⑧촛불혁명 with 정의당(2016년 10월29일 원내 정당 최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주창) 
⑨노동이 당당한 나라(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심상정 대선 후보는 총 201만7458표 6.2% 득표율 기록)
⑩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2018년 4월2일 민주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 진보정당 역사상 최초로 원내 교섭단체가 됐음)
⑪오비이락(제1야당 교체를 목표로 5번이 날면 2번이 떨어진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광역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8.97%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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