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법관탄핵·특별재판부 설치 3단계 대응을 준비하는 국회의 분위기, 실효적 판단 없다는 비관주의적 입장, 시민사회와의 온도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소위 ‘방탄 판사들’의 영장 기각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를 비롯 여론이 들끓고 있음에도 국회의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은 21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는 국정감사 때 중앙지검을 해보니까. 거의 뭐 상당히 진행됐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어서 지금 시점에 조금 더 수사를 기다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왜냐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조사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은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가) 거의 최종까지 가는 마지막 수순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검찰 수사를 좀 기다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9월11일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은 사법농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현재 모두가 그 의지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송 의원은 “검찰 수사가 어떤 결론을 낼지 좀 봐야하는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을) 그걸 참고해서 다음 스텝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렸다.

19일 진행된 국감에서 윤 지검장은 사법농단 관련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5부 능선은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 행정처 근무 심의관 등 몇 년 사이에 근무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왔다고 보면 된다. 한 80명 정도 왔던 것 같다”며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없이 사건 종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혀 소환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법관 탄핵 문제에 대해 송 의원은 “고민은 이런 거다.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 전 대법관이나 이런 분들이 현직에 남아있으면 탄핵을 하는 의미가 있는데 현직에 남아 있는 분들은 지위가 있다고 해봤자 고법 부장이고 그러다보니까 국회 전체가 거기까지 탄핵을 가지고 가야한다는 게 대상에 비해 칼의 무기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그들이) 머리가 아니니까 이게 좀 안 맞는다. 균형적으로 보기가 좀 안 좋다. (검찰 수사 결과가 충분히 나와서 위법적일 정도로) 잘못됐으면 사법 처리를 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가 국회까지 나서서 탄핵을 해야하는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너무 대상이 가볍고 작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게 그런 점이다. 나도 뭐 필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탄핵이 헌법상 굉장히 큰 사안인데 개별 법관 한 두명에게 적용하기가 좀 그렇다”고 부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성남 자택에서 시위대가 연일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분명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박주민·표창원·조응천·송기헌·백혜련·김종민·금태섭·이춘석)은 9월11일 국회 정론관을 찾아 “그동안 사법부의 온전한 독립과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사법부의 결자해지를 기다렸지만 증거인멸 시도를 접하고 더 이상 사법농단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90%에 달하고 있다. 영장이 기각된 직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대법원에서 반출한 비밀문건을 파쇄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국회 차원에서 사법농단의 실체를 파악하고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법부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국조를 통해 위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해당 법관에 대한 탄핵도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사법부는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기소 이후 재판에서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해야 한다. 사법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역설했다.

그때 법사위 의원들이 제시한 해법은 ①국정조사 ②법관 탄핵 ③특별재판부 설치 3단계였다. 

이후 한 달이 지났는데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송 의원의 발언을 들어봤을 때 3가지 중 어느 것도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의 비협조 이전에 민주당의 의지 부족도 엿보인다.  

송 의원은 “법사위에서 (한국당도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너무 많은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게(3가지) 정파적인 걸로 쏠리지 않으려면 여야 합의가 잘 돼서 그걸 갖춰가는 게 필요하다. 법사위 자체에서는 그렇게 (한국당이 방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쪽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 했다. 그쪽으로 포커스를 두고 있다. 오히려 사법농단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을 안 하더라”고 밝혀 여야 합의로 3가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분명 박근혜 정권 때 양승태 사법부가 자행했던 일이라 한국당은 방어적일 수밖에 없고, 방탄 판사들의 영장 기각 기조는 유지될 것이고, 시민사회의 분노는 커져만 가는 와중에 송 의원은 한국당을 배제하고 어떻게 해서든 3가지를 추진하기 보다는 여야 합의를 주장했다. 

이미 박주민 의원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특별재판부 설치법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믿을 것은 결국 검찰의 1차 수사 결과이고 이를 통해 뭔가 다음 단계를 논의해본다는 것인데 △강제수사 없는 기소의 한계 △1심 재판부의 공정성 불신 △현직에 있는 연루 판사들 등 여러 제약 사항이 많아 3가지를 일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박주민 의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농단 사건이 기소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형사합의부에 배당된다. 배당될 가능성이 높은 합의부는 7개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 5개가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는 사람이거나 과거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었던 사람이 부장으로 있는 합의부”라며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는 조의연 부장 판사(형사합의 21부), 김연학 부장 판사(형사합의 31부), 이영훈 부장 판사(제33형사부), 정계선 부장 판사(제27형사부/사법농단의 피해자) 등인데 “특별한 배당 시스템을 도입해 특별재판부가 사건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은 18일 개최된 국감에서 “위헌 논란이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원 내 조직으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대안에 대해서도) 연구해본 적이 없어 답변하기 어렵다. (사법농단에 연루되지 않은 전직 판사로 특별재판부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그런 방식으로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검토하고 바람직한지 판단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법(본인이 발의한 특별재판부 설치법) 내용도 모르고 (최 원장이) 위헌 논란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없는 위헌 논란을 시비 걸어서 특별재판부 도입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을 시급히 논의해 통과시켜야 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사법농단의 피해자들은 현존하고 있고 그들의 절규는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5월31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사법농단과 관련 “단지 부적절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수도 있고 부적절할 수도 있다”며 “부적절하다는 것은 범죄는 아니지만 바람직하지 않을 때 쓰는 표현이지만 형법 위반인지 아닌지가 쟁점이다. 어떤 대목들이 법적으로 직권남용 등의 문제가 된다면 부적절이란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고 불법적인 게 된다”고 밝혔다.

같이 출연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쟁점은 그런 거다. 정말 이게 재판에까지 그런 취지에 의해 영향을 줬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문제다. 사법부 독립 그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니까 그건 훨씬 엄중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렀는데 현재 사법농단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법관 사찰 △민간인 사찰 △청와대와 재판거래 의혹 △국회의원 성향별 분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 △비자금 조성 △법률신문 기사 대필 등 갈수록 가관인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법개혁위원회는 11일 논평을 내고 “(국감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당의 입장을 고려하기에 급급해 사법농단 의혹을 파헤치는데 미흡했다. 여당은 피감기관 감싸기로 야당은 재판거래에 연루된 지난 정권 감싸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 대다수가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를 문제삼았는데 이는 국정조사·법관 탄핵·특별재판부에 대한 필요성을 거듭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19일 논평을 내고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집행정지 취소 항소심과 관련해 행정처로부터 직접 재항고 논리와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진술했다. 수사를 통해 행정처의 재판거래와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그리고 일선 판사들로 이어진 재판개입의 루트”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법관 탄핵·특별재판부 설치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국회의가 받고 있는 대국민 서명. 이를 모아 11월 안에 국회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터=참여연대)

하지만 국회의 온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2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송 의원과 비슷한 맥락으로 “제일 중요한 사람들은 탄핵이 될 수 있는 상태에서 벗어났기(퇴임한 전직 법관) 때문에 어떤 효과성이라는 게 제한적이라 평화당은 사법농단을 지켜보고 있다”며 “물론 국민들이 탄핵하라는 구호로써 정서와 요구를 표현하기 좋은 슬로건이긴 한데 실제 현실적으로 중요한 사람들이 다 그만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사법농단에 깊게 연루된 것이 상당 부분 드러난 판사들은 △권순일 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현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최희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등 10명이나 되고 권 대법관을 비롯 전부 시니어 고참 판사들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일 비교섭단체 본회의 연설을 통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65조에 따라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며 “재판 업무에서 배제 조치돼 사법부 스스로가 그 심각성을 인정했고 이미 드러난 행위만으로도 심판받아 마땅하다”며 권순일 대법관·이민걸 판사·이규진 판사·김민수 판사·박상언 판사·정다주 판사 등 6명의 실명을 거론했다.

관련해서 김헌정 헌재 사무처장은 11일 열린 국감에서 “국회가 (탄핵 소추를) 결정하면 헌재에서 엄중하게 처리하도록 조치하겠다. (법관 탄핵은) 입법부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대한 통제권한 겸 책무를 부여한 것으로 (현재 사법농단 관련) 형사사법 절차가 진행되지 못 하고 있다. 그 추이를 보겠다”고 발언했다.    

사법농단의 증거 인멸의 상징이 된 디가우징 논란. (사진=박효영 기자)

국조를 통한 청문회가 진행되면 국민 여론을 들썩이게 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국조는 검찰이 수사한 내용을 가지고 국회가 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검찰이 수사를 안 하려는 게 아니라 (법원의 비협조로) 미치겠는 거다. 검찰과 법원 간의 관계에서 검찰은 어떻게든 법원을 공격하려고 하기 때문에 열심히 수사할 것이고 그걸 우리가 국조를 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진실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박 대변인은 “평화당도 사법농단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긴 한데 이걸 현실적으로 풀어가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 규탄은 가능하지만 (실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도 “법사위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법사위 내부는 여야를 떠나서 사법농단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가) 맞다”고 증언했지만 당장 3가지 조치를 추진하기에는 유보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정의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박주민·백혜련·조응천·표창원)은 매우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혜련 의원은 11일 진행된 국감에서 “사법농단 사태는 법관 탄핵을 하고도 남을 사안이다. 탄핵은 일반 사법 절차에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공무원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사법농단 관련 기소될 수 있는 죄명은 직권남용이 대다수인데 이는 법리가 굉장히 좁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등에서 법원이 법리를 좁게 해석해 무죄 판결을 하고 있어 사법농단 주역들이 기소돼도 유죄 판결이 날지 의문이다. 법관징계법에 의하면 법관은 아무리 비리를 저질러도 징계 처분에 의해 정직 밖에 안 되고 그 기간도 1년이다. 이런 법관들을 사법 업무에서 영구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파면이라는 탄핵 절차 밖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법농단에 대한 1차 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윤석열 지검장이 곧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 지검장은 “법원 수뇌부 상대 수사는 저희도 솔직히 곤혹스럽다. (대법원이 처음에) 자료 (임의) 제출을 다 해주겠다고 해서 그러면 무난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가) 예상보다 대단히 미흡하게 왔다. 장소 기준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10% 정도 발부되고 90%는 기각되고 있다. (사법농단 수사는) 법관들의 개인 비리가 아니라 업무 관련된 문제들이라 대법원이나 행정처가 보유한 자료들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수사가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고 접을 수도 없다. 조그마한 단서나 증거를 가져보도록 좀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국회가 너무 미온적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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