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한국당은 결사 반대, 협상 카드로서의 패스트트랙, 요건이 되는지 안 되는지 정치적 함수 상존, 한국당의 반대 명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패스트트랙은 말이 안 된다. 330일이 걸리기 때문에 될 수 없는 방안이다. 한국당이 같이 하게 되도록 이렇게 이렇게 (협상 내용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 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정상 입법 절차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한국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협상 카드 차원으로 정말 패스트트랙은 실효성이 없는 걸까.

강병원 대변인은 특별재판부 요구에 한국당이 최대한 협조하도록 설득하고자 하지만 패스트트랙 조항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병원 대변인은 특별재판부 요구에 한국당이 최대한 협조하도록 설득하고자 하지만 패스트트랙 조항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회 선진화법의 패스트트랙(국회법 85조2의 1항 신속처리안건)에 따라 소관 상임위 위원 또는 재적 의원 60%(5분의3)의 무기명투표 동의를 받으면 특별재판부 설치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수 있다. 그러면 지정된 날로부터 33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부의 60일) 이후 무조건 본회의에 상정된다. 

특별재판부의 소관 상임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법사위 소속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27일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패스트트랙 절차로 가려면 법사위원 5분의 3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2명이 모자라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사위의 정수는 18명이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60% 10.8명 이상인 11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4당이 공조하고 있으니 11명(민주당8·바른미래당2·평화당1)이 충족된다. 

이 의원은 “둘 중 하나만 거치면 되는데 법사위나 전체(재적 의원) 모두 다 60%가 안 돼서 페스트트랙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사위 60%도 충족하고, 특별재판부 설치에 공감하는 민중당 1석(김종훈)·무소속 3석(강길부·손금주·이용호)·문희상 국회의장까지 합하면(183석) 재적 의원 60% 이상(180석)도 충족한다.

전례도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16년 12월19일 사회적참사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고 이는 4일 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사참법은 원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관이었는데 박 의원은 환경노동위에 제출했다. 당시 환노위 구성은 16명 중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10명(9.6명)이라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러 논의를 거쳐 330일 이후인 2017년 11월24일 본회의에서 사참법이 통과됐다. 

2016년 12월23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그러면 우리 위원회에서 5분의 3만 되면 통과되는 것 아니겠는가. 동의한 분들의 명수가 10명이기 때문에 이미 5분의 3은 충족된다고 보여진다. 다른 위원들께서 10명이 이렇게 동의를 했으니 이 부분은 그냥 통과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의 필수 조건이 상임위 회부 안건이어야 하는 것인데 국회법 81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10인 이상으로 법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에게 제출되고 이는 곧바로 상임위에 회부된다. 이미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재판부 설치법(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은 올해 8월14일 법사위에 회부됐다.

홍영표, 김관영, 윤소하, 장병완 4당 원내대표들은 25일 오전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기까지 살펴봤을 때 분명 한국당이 자력으로 특별재판부를 저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선진화법 체제라도 한국당 없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라도 특별재판부 출범이 가능하다는 협상 카드를 넌지시 내민다면 이게 어떤 상황으로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이미 사법농단 사건들이 기소되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하면 330일 이후 2019년 9월에서야 특별재판부가 출범했을 때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을 해봤자 지금 그 시간을 기다려서 수사가 계속 되고 있을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적절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재판부 설치법에 이미 재판 중인 사법농단 사건을 즉시 특별재판부로 이관한다고 적시하는 방법이 있다. 

최단비 변호사는 26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판을 그동안 정지시킬 수도 있다. 공소제기하면 시효는 정지되니까 기일을 미루거나 기다리게 될 것”이라며 특별재판부에 사법농단 사건이 이관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7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징이 구속됐다. 그는 양승태 사법농단에 연루되지 않은 게 없는 그야말로 키맨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7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징이 구속됐다. 그는 양승태 사법농단에 연루되지 않은 게 없는 그야말로 키맨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 하나 변수로는 이런 게 있다. 

이 대변인은 “의결정족수 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상임위에 안건을 올려야 한다. 안건을 올리는 것 자체가 여야 간사간 합의다. (상임위 운영이) 전원합의체인 이유는 간사간 합의가 절대적이라 안건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원내 교섭단체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의 법사위 간사는 송기헌·김도읍·오신환 의원이 있는데 이들의 합의가 없으면 논의 안건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당은 특별재판부와 관련 네 가지 명분을 내세우면서 손사레를 치고 있다. 

①위헌 소지
②정치적 중립성
③김명수 대법원장 먼저 사퇴
④민주당의 야권 공조(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 야4당 연대) 무마 

①과 관련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을 내고 “사법부 판사를 믿을 수 없으니 입법부인 국회가 재판부를 구성해서 재판을 맡기자는 발상은 사법권이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헌법 위반 논란에도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면 법치주의의 생명인 법적 안정성과 일관성은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27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어서 법관 자격이 있는 사람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의 주장처럼 박 의원의 법안은 국회가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영장전담법관(1인)과 특별재판부(3인)를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고등법원 내에 설치하도록 했다. 그 특별 법관들은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으로 대법원장에 의해 임명된다. 추천위는 대법원에 두고 대한변호사협회·판사회의·시민사회 대표로 구성된다.

변호사가 아닌 법관의 재판 주재만 충족된다면 특별재판부 설치법에 따른 재판 역시 “법률에 의한 재판”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법적폐 청산 촉구 시국선언' 대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법적폐 청산 촉구 시국선언' 대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②에 대해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5일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판사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임에도 사법농단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한다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물론 한국당이 이 문제를 지적할 여지는 크다. 박 의원의 법안에는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한다”고 돼 있고 실제 특별재판부 자체가 일종의 사법농단을 단죄하기 위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법원의 평균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1%인데. 사법농단 사건 관련해서는 90%라는 것에 대해 중립성이 유지됐다고 볼 수 없다.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있는 그대로 재판하지 않고 무조건 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보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죄가 없다고 방탄적으로 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26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법부가 지금 현재 반성하고 있는가. 국민들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구속 영장은 자동판매기로 발급하면서 자기들의 사법 농단한 관계자들의 압수수색은 90% 이상을 기각했다”고 꼬집었다. 

사법농단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특별재판부, 법관 탄핵, 국정조사 3가지가 있는데 정의당을 제외하고 3당은 첫 번째만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은 법관 탄핵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③과 관련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재판부는 현재의 사법부를 부정하는 것이다. 사법부 수장으로 자격을 잃게 된 김 대법원장의 사퇴가 선행된 뒤 특별재판부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를 먼저 정리한 뒤 특별재판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현재 법원 내부의 사정은 주니어 판사와 시니어 판사로 나뉘어 전자는 사법농단에 대해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갖고 있고 후자는 방어적이다. 시민사회와 4당은 당초 김 대법원장이 사법 개혁 의지를 다졌던 임명 초반 때와 달리 후자의 눈치를 보는 등 너무 미온적(검찰에 수사 협조 부족/법원의 영장 기각 태세)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긴 하다. 아마 ③에 대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면 김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자진 사퇴하는 일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외에 헌법상 법관 탄핵을 빼고 김 대법원장을 물러나게 할 제도적 방법은 없다. 

마지막 ④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금 특별재판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부여당이 야권 공조를 파괴하려는 정치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국당은 좀 더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6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국당이) 고용세습 문제로 국정조사를 같이 요구해서 어쨌든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였고 야권 공조를 오랜만에 했는데 불과 3일 만에 특별재판부 구성과 관련해서 이번에는 민주당 주도로 4당이 이렇게 하다보니까 굉장히 소외감을 느낀 것 같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이 문제를 주도해서 4당이 정론관에서 기자회견하는 것을 주도했기 때문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중당 서울시당과 서울청년민중당 당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봐주기식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압수수색 상자를 밟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중당 서울시당과 서울청년민중당 당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봐주기식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압수수색 상자를 밟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실제 야4당의 국조 요구 카드와 특별재판부의 맞교환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한국당이 채용비리 건으로 정국을 주도하다가 갑자기 상황이 반전될 요소가 생기자 당황했을 만하다.

당장 민주당이 국조 카드를 수용하면 또 모르지만 강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는 전혀 받을 생각이 아직은 없다. 뭘 가지고 하느냐. 방송사에도 부부 사원이 있고 친인척이 있다. 그렇다고 이걸 국정조사 할 수가 없다. 그걸 우리가 법으로 막지 않았으니까”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특별재판부가 출범하기 위한 빅딜, 패스트트랙 등 결국 정치적 협상에 따른 결과 도출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4당이 합의했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영장 발부가 시그널이 됐고 더 이상 한국당도 물러날 곳이 없다는 걸 느낄 것 같다. 이러한 압박 자체가 100% 불가능하다고 제껴놓기 보다는 한국당에게 임종헌 구속과 야당의 의사가 다르지 않다는 점 국민 요구까지 해서 정치적으로 지금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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