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원내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막말을 지적하는 여당 원내대표, 김성태 원내대표가 뿔났다, 문희상 의장 각자 역할 강조하며 중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공자 사상의 핵심인 정명론이 또 나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 3인(홍영표·김성태·김관영)과 만나 “(야당 대표로서 연설할 때) 청청여여야야언언이라는 여덟 자 말을 했다. 논어에 나오는 군군신신부부자자의 정치 요체를 지적하는 말이었다. 자기 역할대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라며 으르렁대고 서로 싸우는 거대 양당을 향해 조언했다.

문희상 의장은 여야 대립이 격화될 때마다 정치적 정명론을 자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희상 의장은 여야 대립이 격화될 때마다 정치적 정명론을 자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시작은 좋았다. 

문 의장은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흉상을 건립하는데 서명을 하면서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나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합의해줘서 국회가 제도화되는데 앞장서서 기틀을 마련해줘서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이제 새로운 출발이다. 잘 해보자는 말씀을 드린다. 여러 가지로 고맙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는 순간 분위기는 싸해졌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가 넘어서는 안 될 정도를 넘어서서 (야당이)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며 김성태 원내대표의 수위 높은 표현을 지적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대해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대해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수혜자가 문재인 대통령”, “(유럽 순방 일정에 대해) 대한민국 외교사에 길이 남을 외교 사고” 등 문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했다.

이미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28일) 논평을 내고 김성태 원내대표의 막말을 꼬집었다. 

이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분이 상했는지 “아마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이렇게 국회가 무시당할 때가 없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 거의 황제폐하 수준으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위헌적인 국정운영을 계속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 근거로는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한 국회 협의없이 국무회의 비준 △야4당의 채용비리 국정조사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민주당 주도로 4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역제안 △남북관계 개선 정책으로 70년 한미동맹 균열 등이 있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맹공을 퍼부은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맹공을 퍼부은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야당이 적극적인 쓴소리를 대통령께 하면 막말이다. 대통령을 폄하한다고 하는데. 야당이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 하고 잘못을 지적하지 못 하는 야당이라면 간판 내려야 한다. 역대 유례없는 야당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민주당의 과거 정당사를 보면 야당의 발언에 대해서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대정부 공격하고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역공했다.

이어 “제1야당의 원내대표 입마저도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오늘 국회의장께서 이런 야당의 입장을 좀 대통령과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으면 야당으로서 더 이상 헌법 파괴적 국정운영 방식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걸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이미 얼어붙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에 홍 원내대표의 표정은 굳어졌다.

다음으로 발언하게 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경제 문제에 좀 더 집중해서 국민의 마음을 안심시켜야 하는데 여야 정쟁이 더 격화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두 분 원내대표를 매일 만나서 내가 잘 설득하고 중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상 중재자의 역할을 자주 해온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항상 중재자의 역할을 자주 해온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원내대표들의 모두발언을 다 듣고 문 의장은 “그만. 저 안에가서 싸울까. 그 전에 심판이 한 마디 하겠다. 나는 야당도 했었고 여당도 했었다”며 정치적 정명론을 설파했다. 문 의장은 의장이 된 뒤에 양당을 중재시키기 위해 정치적 정명론을 강조해왔다. 

세상에는 각자 위치에 맞는 역할이 있다는 것이 핵심인데. 그게 정치판에도 적용된다. 

문 의장은 △청와대(모든 곳의 이야기를 다 듣되 때로는 야당의 비판이 있어도 해야 할 일을 호시우행의 기세로 해나가야 함) △여당(엄살피면 안 되고 당당하게 야당을 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야당 탓을 하고 욕하면 안 됨) △야당(비판과 견제가 기본이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함)에 대한 역할을 풀어냈다.

결론적으로는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서로 싸우면 역지사지가 안 된다. 전세계가 한국의 높은 위상을 부러워 하는데 우리는 이 안에서 왜 눈을 크게 뜨고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제도화를 안 하고 누구 탓을 하는가. 이 모든 게 우리 탓이다. 국민들은 우리만 쳐다보고 있다. 여야가 다투는 것은 기본이다. 여야가 다투지 않고 짝짝꿍이면 국민들이 그냥 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국민들은 귀신같이 안다. 저건 자기들 당리당략을 위해서 저런 소리를 하는구나. 당만 생각하는구나. 국민이 현명하고 국민이 세상을 바꾸는 거다. 국민을 두려워할줄 알아야 한다. 다만 오늘 제발 이 자리에 와서는 안에서 싸우더라도 국민들이 보고 있으니까 좀 점잖게 참고 할 말을 하면 좋겠는데 오늘 얘기 나왔으니까 나도 할 말은 해야겠어서 해본다”고 끝마쳤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문 의장의 조언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가 문 의장의 조언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추가적으로 문 의장은 현장에 취재나온 수많은 언론인들에게도 한 마디 조언을 했다.

이를테면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 여기 언론인들이 있지만. 언론도 비판이 기본이다. 그러나 전세계가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국정운영에 대한 방향(관점)이 잘못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물안 개구리는 아닌지. 고선지부지설이라고 매미는 겨울을 모른다. 내가 한쪽 눈만 뜨고 한쪽 눈으로만 보는 건 아닌지. 늘 점검해봐야 한다. 그래서 정치와 언론은 늘 경쟁관계 비슷하게 국정 아젠다를 선점하고 시대정신이 뭔지 밝히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개 발언에서 봤을 때는 살벌했는데 밥먹으로 가서는 일절 그런 얘기를 안 꺼내고 화목했다”며 이후 분위기를 전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