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탄핵 공식적으로 제안, 민주당도 사실상 여러 카드를 열어놓는 스탠스
2당은 아직 아냐, 특별재판부 도입 문제와 연계해서 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차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의당은 원래부터 법관 탄핵을 추진했었다. 그러다가 앞전에 그 부분은 유보된 채 특별재판부 설치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요구하게 됐다. 원래 특별재판부와 함께 탄핵 소추안을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이야기되다가 일부 야당이 더 심각하게 고려하자고 심사숙고를 해야 된다고 유보하면서 특별재판부에 대해서만 하게 됐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얘기했지만 그 두 가지를 묶어서 가자는 게 처음 출발이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증언했다.

윤소하 원내대표가 법관 탄핵을 촉구했고, 국정조사를 포함해서 여러 카드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사진=박효영 기자)

좀 더 구체적으로 “바른미래당도 같이 하자고 했는데 동의했었다. 그러다가 바른미래당 내부 논의를 거치는 가운데서 그 부분만큼은 이번에 빼고 같이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의당 의원단(5명)의 공식 입장으로 법관 탄핵을 촉구했고 다른 정당의 동참을 주문했다.

현재 사법농단 사태에 대응하는 국회의 방법론은 ①국정조사 ➁법관 탄핵 ➂특별재판부 설치법 3가지가 있는데 지난 25일 4당 원내대표들은 ➂에 뜻을 모으고 자유한국당에 동참을 촉구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때 4당이 ➂만이 아닌 ➁도 논의했었고 그만큼 정의당이 선제적으로 카드를 제시하면 다른 정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는 쉽지 않다. 지금과 같이 한국당이 부정적이고 위헌 운운하고 있어서 난항이 예상되고 패스트트랙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지경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상을 정해서 탄핵할 수 있는 국회의 헌법적 역할을 함으로써 국회의원의 동참을 현실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고 나는 많은 동참이 있으리라고 본다”는 시나리오다.

25일 4당 원내대표들(김관영·홍영표·장병완·윤소하)은 특별재판부를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탄핵 카드를 던져서 일종의 촉진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데 실제 특별재판부 설치법은 ‘상임위 법안소위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라는 긴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 과정마다 한국당 의원들의 비협조적 행위가 개입할 여지가 많다. 

국회 선진화법 패스트트랙 조항도 산술적으로 무소속까지 합하면 183석(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무소속 4석)에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 11석(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 등 5분의 3 확보가 되기 때문에 추진할 수도 있지만 33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부의 60일)이 지나야 본회의에 상정(2019년 9월 이후에야 특별재판부 출범)되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관련해서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간의 문제를 말씀드렸다. 차 지나가고 나서 하면 안 되니까. 패스트트랙은 최장 330일이 걸린다. 물론 패스트트랙으로 올려도 여야가 합의하면 된다. 그게 협상을 위한 또 하나의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도 현재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 한국당에도 사법농단에 대해 제대로 재판을 해야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 나는 야당의 대표들과 쭉 대화해보면 사법농단에 대해서는 한국당까지 포함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나는 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대화를 해서 하는 게 맞겠다”며 협상 조건의 변화없이 한국당의 동참을 당위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선에서만 머물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키기 보다는 한국당을 계속 설득하겠지만, 법관 탄핵과 국조의 가능성은 열어놨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홍 원내대표도 윤 원내대표의 인식처럼 ①➁을 상황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카드로 판단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탄핵은 그때 가서 판단을 해봐야 한다. 1차적으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재판 진행 과정이라든가 이런 데서 뭔가 나오고 판사에 대한 제척 사유가 있을 경우 법률로 돼 있다. 그런 경우에는 국회에서 탄핵까지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필요하다면 하겠다”라며 전제조건을 달았는데 필요하다고 볼 상황이 됐을 경우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금 여러 법률들로 가능하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할 때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4당 기자회견을 할 때도 굳이 넣지 않은 이유가 그때 가서 필요하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①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국조도 검토했었다. 정말 야당이 사법농단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권위를 다시 세우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국조도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➁에 대해 2당(바른미래당·평화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25일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탄핵의 경우는 사실 특별재판부로 확정되면 여러 위법적인 게 나왔을 때 가장 최후로 논의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보적”이라고 말했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평화당의 입장과 같다. 국회의 개입 정도도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장 원내대표는 ①에 대해서도 “국조는 가장 좋지 않은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국회가 삼권 분립의 차원에서 사전적으로 (재판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원내대표는 정의당이 주도적으로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원내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➂을 요구하는 4당의 연대를 넘어서서 선제적으로 ①➁의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한국당의 방어 전선을 뚫어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준비하고 열어놔야 한다. 그것까지 해야하는 게 정의당의 입장이다. (①➁을 하는 것도) 국회가 시급히 자기 임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국회의원에게 공식 제안을 하는 것이다. 한국당이 계속 어깃장을 놓고 그러면 실제 사법농단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대단히 많다. 3당 의원들이 정의당이 제안하는 탄핵 소추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➁)으로 출발을 하는 것이 사법농단을 심판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당이 특별재판부를 불수용하는 명분으로 제시한 것들은 아래와 같다.

Ⓐ위헌 소지
Ⓑ정치적 중립성
Ⓒ김명수 대법원장 먼저 사퇴
Ⓓ민주당의 야권 공조(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 야4당 연대) 무마 

ⒶⒷ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법농단 사태에 개입했거나 연루된 법관을 재판에서 제외하는 것이 위헌이라니 국회의원들이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제척을 하는 것도 위헌인지 묻고 싶다. 사법농단 사건을 관할할 가능성이 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7개 재판부 중 5개 재판부의 재판장 혹은 배석 판사가 이 사건의 피의자 및 조사대상이거나 피해자이다. 한 마디로 피고인석에 앉아서 재판을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당이 김 대법원장을 이용해 공방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고 특히 이 과정에서 특별재판부 사법농단을 해결하고자 하는 4당의 움직임에 견제용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시국회의가 직접 탄핵소추안을 만들어서 공개했다. (자료=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한편, 이날 아침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하고 있고 그 사이 사법농단의 증거들은 파기 훼손되고 있다. 추후 기소돼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법원이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 꼬리자르기 등의 일환으로 제식구 감싸기식 면죄부 판결을 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법 적폐 판사들에 대해 탄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국회의가 지목한 탄핵 대상의 법관들은 △권순일 대법관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등 6명이다.

시국회의는 각 당의 대표들을 찾아 가서 동참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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