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2차 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속내, 중대선거구제를 밀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온갖 단점을 나열, 당 지도부와 소통없이 발언 자제하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요소들을 나열하면서 중대선거구제를 미는 모양새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서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현행 소선거구제는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지만 의원 정수 300명은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정수를 늘리는 것이 불가피해도 현 시점에서 국민이 용인해줄 것이냐가 가장 큰 제약이다. 일단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중대선거구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금 비례대표제가 본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권역이 됐든 연동형이 됐든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면 전문성 보강은 이제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용 의원은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때의 우려 지점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 나아가 “옛날은 워낙 나라가 어려워서 (전문성이) 부족한 분들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 지역구 일반 의원들의 수준은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다. 비례대표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그렇게 운영되고 거기에 필요하면 다른 걸 가미하는 게 필요하다. 선거구는 중대선거구로 간다. 우리나라는 이미 소선거구제지만 중대선거구적 성격이 있다. 한 의원이 5군데 시군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리해보면 ①지역구 의석수 감축 ➁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정수 증원 반대 여론 ➂비례대표제의 전문성 확보 ➃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 ➄많은 지역구들 결합에 따른 현행 제도 속 중대선거구제적 성격 등을 피력했다.
 
사실 ①은 현행 의원 정수 300명을 고정시켜놓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게 되면 결국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밥그릇이 줄어들어 강한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시민사회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였다. 253명 지역구 의원들의 밥그릇이 흔들리면 선거제도 개혁의 꿈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정수를 더 늘려서 비례성 강화를 모색하자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①은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좌절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서 정수를 늘려야 하지만 당장 ➁이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조직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국회의원 특권과 여러 수당을 줄이는 방식으로 예산을 동결한다면 국민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유섭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여러 약점들을 거론했지만 이미 학계에서 충분히 그런 지점들이 논의됐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유섭 한국당 의원도 “의원들 중에 비례대표제 자체에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이게 내각제에 맞는 거지 대통령제에 맞는 거냐고 하는 분들이 있고 우리 정치 환경이 이합집산이 빈번한데. 또 제왕적 당대표가 비례대표제 후보를 막 꽂는데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맞느냐. 이게 지역구 후보와 정당별 후보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른데 이걸 연동하는 게 맞느냐. 의원 정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게 국민 정서에 맞느냐”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회의적인 요소들을 나열하더니 결론적으로 “국민 의사를 반영하려면 소선거구제 보다는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정 의원이 추가한 쟁점은 ⑥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고 의원내각제에 적합 ⑦당 지도부의 불공정한 공천 문제 ⑧개인 후보에 대한 평가와 당 전체에 대한 평가가 다름에도 연동하는 문제 등이다.

정치학적으로도 정치 현실적으로도 ⑥은 타당한 주장이지만 문제는 의원내각제적 분권형 체제로 가려면 개헌을 해야하는데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를 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먼저 도입하고 이후 자연스럽게 개헌 권력구조 문제에서 대타협을 보자는 시나리오가 나와 있다. 그 시나리오에 대해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공동행동은 이미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⑦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전에 꼭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맞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31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천 문제(⑦)는 사실이지만 정당 개혁이 필요하다. 지역구·비례대표 입후보 동시 허용을 어제 선관위가 제시했던데 유권자의 직접 선택을 못 받은 것 아니냐(⑧)는 주장은 맞지 않다. 제도의 단점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이미 (학계에서) 그렇게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증명된 부분이다. 선관위가 그런 점을 검토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성격을 반영해서 2015년 2월 권역별 비례대표제 모델 제시) 안을 낸 것이라서 한국당 의원들이 얘기하는 문제들은 학자들이나 선관위가 검토를 안 한 게 아니다. 트집잡기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결국 두 의원이 내세우는 ①➁➂➄⑥⑦⑧은 대세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기울게 된 흐름을 저지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보이고 ➃으로 가야 정치적 실익이 크다는 잠정적 판단을 한 것으로 읽혀진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등과 3등도 당선될 수 있는 것인데 현재 한국당의 10%대 지지율로 보면 결국 가장 이익을 극대화하는 안으로 선택될 수 있다. 

하승수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승수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위원장은 “독일이 정치 선진국인데. 독일이 채택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실한 근거들로 폄하하면 독일인이 기분 나빠할 것 같다”며 “(중대선거구제를 미는 모양새는) 기존에 했던 주장인데 일단 선거구제를 바꿀 필요성은 (한국당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아직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확실한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는 이론적 타당성이 없다. 세계적으로도 채택한 곳이 거의 없다. 그리고 나머지 정당들의 지지를 받는 게 아니라서 한국당이 고립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하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많이 반대해왔던 전력이 있다는 측면에서 “(고민해본적이 없어서) 한국당 의원들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본다. 선거제도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한다. 기분 나쁘게 볼 게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법안을 현실적으로 내기 어렵다. 이미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할 것(민주당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서)”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서울 강서구인데 하 위원장은 이런 관점에서 “(워낙 김 원내대표가 바빠서) 그렇게 전략적인 판단을 하지 못 하고 있다고 본다. 정유섭 의원과 김학용 의원 둘 다 수도권이긴 한데 전략적인 점을 고려하지 못 하고 자기 얘기를 한 것일 뿐이다. 김 원내대표가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합의하는) 현실적인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김 원내대표는 서울이 지역구”라고 강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해왔는데 그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해왔는데 그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김 원내대표는 16일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이제 저희들 기득권 유지를 위한 볼멘 입장으로서 국민적 여망이 생긴 그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의 선거제도 개혁)를 걷어차지 않는다. 지켜봐달라”며 꼭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그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 위원장은 당위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31일 아침 열린 비대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당론이 아무 논의가 되지 않았는데 정개특위에 가서 임의로 자기 개인 의견을 얘기하는 건지. 혹시 원내대표의 지시에 의해 얘기하는 건지. 어제 보도를 보면 논의도 없는 그런 말씀을 우리 정개특위 위원들이 가서 했다. 이건 위험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연동형 비례대표제면 받을 수 없다고 이러고 하니까 중대선거구제는 받겠다 뭐 이런 식으로 나오던데 이게 저 사람들의 전략이다. 우리 당에서 빨리 선거구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논의 과정을 밟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밝힌 투트랙 전략과는 달리 당 지도부의 입장을 확정하고 이에 따라 정개특위 위원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우택 의원은, 이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밝힌 투트랙 전략과는 달리 당 지도부의 입장을 확정하고 이에 따라 정개특위 위원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회의원 300명의 각각 처지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는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서 각 당의 지도부 입장과 어떻게 조율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정우택 의원은 한국당 정개특위 위원들의 개별적 견해가 당 전체의 입장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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