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당에게 의미깊은 10월31일 할로윈데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위대한 연대를 보여준 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주옥같은 메시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 될 리 없다. 안 된다고 생각 안 해봤다. 지난달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평양에 갔을 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께서 중요한 얘기를 했다. 이거 하면 우리가 의석을 손해본다. 그런데 손해를 감수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선거제도를 유권자들이 표만큼 의석을 할당하면 우리 정당 구도 속에서 보수세력이 약진하기는 불가능한 그런 판도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7대 3, 6대 4 구도로 개혁진보진영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것이다. 나는 여당이 확실한 의지를 갖고 진군하면 안 될 리 없다고 생각한다.”

정동영 대표는 무조건 된다고 생각하고 추진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치개혁공동행동과 원내외 7개 정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우리미래)에게 10월의 마지막 날 할로윈 데이는 의미가 깊다. 모든 개혁 아젠다에 앞서서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대과업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이 됐기 때문이다. 원외 4개 진보정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우리미래)은 평소 정치적 자존심이 뚜렷하기 때문에 원내 정당을 질타하는 경우가 많지 콜라보를 하는 일은 드물다. 

이날 오전 7개 정당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선거제도 개혁 결의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 행사를 열었고, 저녁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아주 정치적인 밤> 문화 콘서트를 주최했다. 콘서트는 토크쇼, 발언, 음악 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채워졌다.

원내 3개 정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대표들은 특설무대에 올라 스케치북 메시지 토크쇼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치개혁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고 정 대표는 “양당제 귀신 물러가고 다당제가 된다”며 승자독식 선거제도에 따른 양당제 외국 국가들은 대부분 불평등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양당제 하는 나라는 다 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중에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한 나라 1위부터 5위까지를 보면 칠레, 멕시코, 터키, 한국, 미국 순이다. 다 특징이 권력이 쟁투로 투쟁으로 변질된 양당제 정치를 갖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올리는 걸 놓고 경쟁하는 다당제 정치가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하다. 다음 선거에서 다당제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이정미 대표는 두 번째 촛불과 같은 의미가 있는 게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두 번째 촛불과 같은 의미가 있는 게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두 번째 촛불이다. 우리가 재작년에 촛불을 들고 정권교체를 했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 안 된다. 뭐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민의가 수렴되지 않을 때마다 광화문으로 갈 수는 없다. 이제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 정치혁명을 이뤄내야 하고 두 번째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우리가 대통령제와 양당제에서 얻은 게 뭐냐. 바로 여야 극한대결이다. 무조건 여당이 하는 건 뭐든 반대하고 그러니 남북 평화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것”이라며 독일의 정치환경을 설파했다. 

즉 “독일은 정치사 70년 동안 한 번도 단독정부를 구성한 일이 없다. 연립정부였다. 연립정부를 하니 정책이 다 연결된다. 그렇게 해서 경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었고 동서독을 통일하고 EU의 최강자가 됐다. 양극단이 싸우는 대결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다당제 연립정부가 됐을 때 정치적 안정을 기하고 경제발전, 남북통일도 얘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언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발언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손 대표는 이날 두 번의 행사에서 분권형 개헌을 말해 선거제도 개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지점을 환기하기도 했다.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권력 집중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지만 선거제도 개혁 완수 이전에 자주 거론되면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개헌 다툼의 여지가 되고 이게 선거제도와 연동돼 둘 다 무마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손 대표 입장에서 불경기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집하고, 청와대 비서라인이 내각보다 부각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불만이 많기 때문에 더욱더 자연스럽게 분권형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게 된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 지금 정치가 국회에 없고 행정이 내각에 없다. 모든 게 전부 청와대에 있다. 그래서 청와대 정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제 국회로 정치를 되돌려야 한다. 국회가 중심이 돼서 내각이 움직이는 그런 나라가 7공화국이고 우리나라 정치개혁은 그렇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21대 국회에 더 많은 의석을 얻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냐는 유혹에 시달릴 것”이라고 1당의 지위를 고려해보면서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 절반을 내려놓는 한이 있어도 우리 민주주의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노무현 정신을 얘기하는데 그 정신의 핵심은 우리 국민에게 좋은 정치제도를 가져다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16개 광역단체장을 다 꽂을 수 있었지만 한국의 정치발전을 위해 지방자치제를 부활시켰다. 권한을 내려놔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소탐대실을 버리고 대국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원외 정당 수장들의 발언도 눈에 띄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도원 비대위원장은 약자 서민의 목소리가 국회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한다고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도원 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바람이 많이 차다. 박근혜 퇴진시킬 때 그 추웠던 겨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용기를 내자. 여의도 바로 옆에 보면 목동 발전소의 굴뚝이 있다. 거기에 노동자 2명이 올라가 있다.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여의도 국회에 그들을 대변할 국회의원들 얼마나 되는가. 숫자는 많지만 가진 것이 너무나 적은 서민들의 목소리 여의도 국회에서 대변될 수 있는가. 지방선거는 소선거구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다 독식한다. 이런 선거제도와 정당 구조 바꿔야 한다. 한국 사회를 바꾸려면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정치를 바꾸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누군가 우리를 대변해주기를 바라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 당사자, 노동자 서민 청년들이 직접 정치를 하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신지예 위원장은 정치를 바꿔 내삶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지예 위원장은 정치를 바꿔 내삶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제 정권이 아니라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정치를 바꾸면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 혹시 최악 한국당이 될까봐 민주당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민주주의는 그런 게 아니다. 민주주의란 자신이 원하는 꿈과 진심에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 계신 세 (원내 정당) 대표들의 다짐이 성에 차지 않았다. 선거제도 개혁 안 되면 민주당에 가서 함께 단식 농성이라도 하자.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개혁은 정치인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조기원 우리미래 선거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가면을 쓴 사람을 상대로) 선거제도 개혁 할 것인가? 약속해달라. 지금 당장 정치개혁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가장 젊은 청년 정당답게 미리 준비한 가면으로 참신하게 발언권을 행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가장 젊은 청년 정당답게 미리 준비한 가면으로 참신하게 발언권을 행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 콘서트를 기획하고 준비했는데 “12월에도 상황을 봐서 커다란 행사를 또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향후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대국민 여론 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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