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흔히들 염불보다 잿밥이란 얘기들을 많이 한다. 신성한 종교의례의식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어느 특정인이 마땅히 신경 써야 할 분야엔 별 관심 없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해 신경만 쓰고 있을 때 하는 말이다.

염불은 제대로 하질 않고 목전의 먹을거리, 수입이 되는, 챙길 거리에만 몰입 몰두하는 격이라 비유한다. 언뜻 들으면 스님들의 수도(修道)나 불교의 진리를 왜곡 폄훼하고 폄하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스님이 염불을 등한히 하면서 잿밥에만 욕심을 내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염불보다 잿밥 할까? 어떤 연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많은 이들이 거기 비유해 얘기를 한다. 주된 임무는 하질 않고 욕심에 눈이 멀어 사리사욕에 따른 이익만을 챙기려는 행위보따리를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의 지시와 감독 책임 하에 이뤄지는지 요즘 같이 한 해의 회계마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단체에서 많이 행하는 정황사례이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파헤쳐 뜯어내 새로 깔고, 수년이상 더 써도 끄떡없을 담장이나 휀스를 교체하며, 공원이나 공공장소의 시설물들을 갈아치운다. 이렇게 국가국민의 피와 같은 돈을 펑펑 써대는 곳이 부지기수로 많다. 국민들이 어렵사리 벌어 성실하게 내는 혈세(血稅)다.

알아보니 회계 년 내에 잡혀있는 예산을 남기지 않고 다 소진시켜 버려야 한다는 속사정 얘기다. 어차피 시민의 돈이든 국민의 돈이든 들어가는 집행 예산액이 전부 혈세인데, 자기들이 직접 내는 돈과는 무관하니 반영된 예산액을 모두 다 써야 된다는 거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기가 막힐 일이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 아껴 써 봐야 별 볼일 없다는 것이다. 예산을 기간 내에 집행해야 무슨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는지 몰라도 마구 써댄다. 주민의 시선이나 여론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경제성장률이 3%대 이하로 떨어져 내릴 수 있는 공산이 큰 경제사회적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엄중한시기에 주민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바른 공직자 공복(公僕)의 자세가 아니다. 아끼고 절약하는 자세를 수범해야 할 그들이다.

  자기의 권한과 권력에만 치닫고 있는 공직자, 책임자들이 너무나 많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마땅히 하도록 돼 있고 해야만 될 사안인데도 되지 않을 일을 자기가 해 낸 것처럼 선심이라도 쓰는 듯 생색낸다. 민원사항이 아닌데 후하게 인심 쓰는 체 한다.

요즘 우리사회 전반에 폭넓게 걸쳐있는 공복, 공직자들의 행태이며 공직수행 면면이다. 그러니 염불보다 잿밥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시대적 상황이리라 싶다. 공공기관에서 시작 돼 여러 사회단체부서까지 번져 있다.

규제혁파를 외치고는 있으나 과연 주민들을 위한 진정한 공리민복(公利民僕)은 아니다. 누가 해 낼 것인가? 책임 있는 자들의 행태가 미덥질 않다. 민생은 아프고 고단하기만 한데 공직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만연하고 하루를 그날그날만 보내려 한다.

창피한 상황이다. 민생을 살피며 경제를 돌봐 챙기고 더욱 더 신경 써야 하건만 등한히 한다. 딱 염불엔 관심이 없고 돈과 재물만 들여다보는 그 꼴이다.

  치열하기만 한 경쟁사회 속의 살아가는 마당엔 곧 권한이 힘이고 권력이기에 누구든 거기 잿밥에 빠져 들 수밖엔 없다고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주민을 위해 나서 일하는 권한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라면, 특히 선출된 공직자들이라면 그들은 모두 지식인들이다.

지식인이라면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 권력을 민심과 민의에서 부터 챙기며 충실히 복무해야 하는 게 정도이다. 오늘날 주민들의 민심과 민의를 이끄는 바른 지도자가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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