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의 기적⑥] 조심스럽게 만난 ‘이용주와 창호’ ·· ‘쇼’라고?
[윤창호의 기적⑥] 조심스럽게 만난 ‘이용주와 창호’ ·· ‘쇼’라고?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1.0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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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심판원회의 불출석 후 부산행 KTX 올라, 언론에 쇼로 비춰질까 두려워
친구들과 법안 통과 논의, 부모님은 와줘서 고마워, 언론 보도는 싸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7일 아침 국회의원 비서관으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의 비서관 A씨는 “박 기자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이 의원께서 가만히 있는 것이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윤창호군 얼굴이라도 꼭 봐야겠다고 해서 지금 부산행 KTX를 타고 가고 있다. 어제 저녁 김민진 학생과는 통화했다. 박 기자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문자 남긴다. 연락드리겠다”고 밝혔다. 

7일 병원을 찾아간 이용주 의원과 친구들. (사진=예지희씨 제공)
7일 병원을 찾아간 이용주 의원과 친구들. (사진=예지희씨 제공)

음주운전 범죄 피해자인 윤창호씨(23세) 사연이 알려진 뒤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정치인이 이 의원이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10월31일 밤 음주운전 범행을 저질렀고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5일 당대표들(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았던 친구들(김민진·김주환·이소연·손희원)은 기자에게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미 1일 오후 규탄 성명서(이 의원의 음주운전 적발은 대한민국 음주운전의 현실이다)도 따로 작성해서 배포했다.

윤창호법 입법화와 대국민 음주운전 인식 전환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노력해줄 고마운 정치인으로 여겼었기 때문에 상실감은 이루 말하기 어려웠다. 가장 앞장 서서 활동 중인 김민진씨는 손 대표를 만나고 난 뒤 여러 기자들 앞에서 “(이 의원이) 우리를 기만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5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의원에게 매우 실망감이 컸던 친구들. 김민진씨가 기자들에게 이 의원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의 이 발언은 언론 지면을 도배했고 이날 18시 즈음 김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이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한 것인데 이때 친구들은 모두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기자도 놀랐다. 

김씨는 “우리가 정치인을 비난하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의원 스스로 자숙과 반성을 한다고 했으니 윤창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최일선에서 도와줄 수 있도록 그렇게 행동으로 반성해달라고 부탁드려야 겠다”고 말했다.

이 뜻을 이 의원 측에 전달했고 이 의원은 최선을 다해 그렇게 하겠다는 답변을 줬다. 이후 친구들은 회의 끝에 이 의원에 대해서 비난하는 메시지를 언론에 노출시키지 말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던 중에 7일 이 의원과 A씨는 급하게 부산에 내려가게 됐고 실제 윤씨의 부모와 외할머니를 만났다. 사전 예고없이 부산행을 감행한 터라 본지 기자는 현장에서 이 의원을 만나서 안내해줄 친구들(예지희·이소연·박주연)에게 따로 연락해 제안했고 그렇게 윤씨가 입원 중인 병원에 가게 됐다. 

뇌사 상태에 빠진 윤창호씨를 안마하는 이용주 의원. (사진=예지희씨 제공)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터진 직후(10월31일)부터 친구들에게 바로 사과를 하고 싶어 했다. 이게 언론에 어떻게 비춰질지를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나와 보좌진들이다. 쇼로 비춰질 것 아닌가. 그래서 뭐든 조심스러웠다. 우리 입장에서는. 하지만 이 의원은 스스로 욕을 많이 먹고 지탄받는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창호군 부모님께 연락도 안 하고 무작정 부산행 KTX를 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평화당 당기윤리심판원 징계 회의에 출석하기로 예정됐었지만 아침부터 즉흥적으로 부산행을 결정했기 때문에 당에는 “경찰 조사 이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이 전달됐다. 이 사실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많은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 왜 오늘 징계 회의에 출석하지 않는지. 이 의원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기자들이 계속 전화를 하고 있다. 전화를 받아서 사실대로 말하면 100% 쇼로 비춰질 기사가 나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당기윤리심판원 회의에 참석한 징계위원들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국회 민주평화당 회의실 앞에서 징계 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기자들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국회 민주평화당 회의실 앞에서 징계 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기자들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19시까지 이 의원의 부산행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11시40분 병원으로 가서 윤씨의 부모와 가족들을 만나 “물의를 일으켜서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죄송하다. 같은 부모의 입장으로 뭐라 위로를 드릴 말씀이 없다. 동생도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들었다.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고 아프겠는가”라며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다.

특히 “창호가 법조인으로 꿈을 갖고 있다고 해서 더더욱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다. 친구들이 열심히 한다고 그래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나도 거들어서 하겠다. 내가 누를 끼쳐서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씨의 모친은 “모든 법이 약하니까 하향 조정해서 평준화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바뀔 때가 됐다. 외국은 음주운전을 해서 10년이나 15년을 받고 하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그 반열에 설 때가 되지 않았나. 우리나라는 1년이나 2년이면 풀려나니까(또는 대부분 집행유예)”라며 미온적인 법 체계를 꼬집었다.

이에 이 의원은 “법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입법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나도 이번 계기에 꼭 좀 살펴보고 법을 어떻게 좀 잘 정리해볼까 궁리해서 적극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카페에서 논의하고 있는 친구들과 이 의원. (사진=예지희씨 제공)
카페에서 논의하고 있는 친구들과 이 의원. (사진=예지희씨 제공)

모친은 “의원께서 창호를 생각해서 법사위원들(국회에서 해당 법을 심사할 법제사법위원회)이 상향 조정해서 사형이 정 어려우면 무기징역이라도 되도록. 실제 무기징역이 되는 일이 잘 없지 않은가. 최소 5년만은 꼭 지켜주길. 피해자들이 고통을 덜 받도록. 가해자들은 다 풀려나는 현실인데 저희도 창호가 이런 일을 당할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누구한테나 생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법이) 바뀌는 게 맞다”고 재차 강조했고 이 의원은 공감의 뜻을 표했다. 

이 의원은 “친구들이 좋은 일을 하겠다고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데 내가 중간에 물의를 일으켜서 다시 한번 사죄드리고 친구들 법안이 통과되도록 국회에서 내가 하 의원과 같이 열심히 해보겠다. 양형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는 한데 크게 문제가 안 되는 범위에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음주운전이 엄격한 처벌이 되도록 윤창호법의 기본 취지가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은 가족과 면담을 마치고 윤씨에게 안마와 기도를 해줬다.

이후 이 의원은 실제 국회에서 윤창호법이 상임위(행정안전위원회와 법사위)에서 어떻게 처리될지를 놓고 친구들과 논의했다.

이날 하루종일 이 의원과 동행했던 예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이렇게 애쓰고 있는 모습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의원이 직접 알릴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사진도 찍고 오간 대화 내용을 만들어서 우리가 직접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도자료가 배포된 뒤 저녁부터 보도되기 시작한 기사들의 내용은 징계 회의에 불출석하고 부산에 가서 여론 반전을 노린다는 이 의원의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관련 기사에는 이 의원에 대한 비난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이 의원의 태도를 시간끌기 병으로 묘사한 언론 보도. (캡처사진=서울신문)
이 의원의 이날 행적을 보도한 SBS 보도. (캡처사진=SBS)

권란 SBS 기자는 <8시 뉴스> 리포트를 통해 “이 의원이 윤씨 친구들의 용서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성난 여론을 의식해 징계 논의를 미루는 등 정작 책임져야 할 자리는 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주를 이룬 것에 대해 김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률을 만들고 인식 개선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질 수 있게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걱정스럽다. 이 의원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처음에는 엄청 실망했고 비판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의원이 묵묵히 행동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법률을 통과시켜주는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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