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와 다른 목소리 내는 전원책에 경고, 그동안 친박 옹호적 발언에 불만 축적, 전원책의 반발, 김병준 위원장의 고민, 내치기도 부담스럽고 그냥 두자니 더 이상 안 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렇게 자충수로 작용할지 몰랐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게 공식 경고를 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조강특위 위원장)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강특위 구성원들은 당헌 당규상 조강특위 역할 범위를 벗어나는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뜻도 분명히 전달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그동안 대내외에 공포했던 전당대회를 포함한 모든 일정에 어떤 변화도 있을 수 없음을 확인했다. 조강특위 역시 이런 비대위 결정을 준수해야 하고 조강특위 활동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사무총장을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조강특위위원장이고 전원책 변호사는 일개 외부위원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전 위원은 조강특위의 전권을 부여받았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비대위가 경고를 한 명분은 전당대회 시점에 대한 전 위원의 돌출 발언(계파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시간벌기 차원으로 비대위의 2019년 2월 전당대회 방침을 반대하고 6월 이후에 치르자)이지만 그동안 불신이 축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위원은 그동안 누구도 말릴 수 없이 자유롭게 소신 발언을 해온 전통 보수의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런 원칙주의자적 면모 덕에 비대위의 십고초려를 받고 발탁됐다. 특히 도덕성, 이념, 소신없는 패거리 정치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기에 한국당에 와서 그런 기준으로 과감한 인적청산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 총장은 전 위원을 영입한 직후 사실상 인적 청산에 대한 전권을 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냈고 그만큼 기대감이 컸다. 이것은 누가 봐도 두 번의 선거에서 대패(2017년 대선과 6.13 지방선거)했을 만큼 한국당을 몰락하게 만든 극우 친박 세력을 손봐달라는 의미로 받아 들여졌다. 

하지만 전 위원은 예상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재판 과정 비판 △한국당 의원들에 박 전 대통령 구호 활동 안 했다고 비판 △태극기 부대 재평가 등 당혹스러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하태경 의원은 난처한 김 총장의 심정을 추측했다. (캡처사진=MBN)
하태경 의원은 난처한 김 총장의 심정을 추측했다. (캡처사진=MBN)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0월22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김 총장이 예상하지 못 한 한 방을 맞았다. 전 위원이 이러리라고 생각을 못 한 것”이라고 말했고 같이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나도 동의한다. 김 위원장과 김 총장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내가 무슨 짓을 했지”라고 두 인물의 심정을 추측하면서 동감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의 수장을 맡게 된 이후 가치 재정립 작업을 강조해왔고 이게 완료되면 이를 기준으로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외적으로 천명했었다. 하지만 혁신의 바로미터인 인적 청산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자 개인 성향상 너무 부담스러웠는지 전 위원에게 일종의 재하청을 줬는데 전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전 위원이 친박을 손봐달라는 암묵적 바람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 하고 되려 친박을 포용하는 스탠스를 취하자 그동안 축적된 비대위의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전 위원이 그렇게 친박의 숨통을 틔워주자 최근 들어 친박 인사들의 노골적인 발언이 많아지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홍문종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문종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표적인 친박 인사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10월31일 열린 연석회의에서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솔직히 말해서 당 다 나갔던 사람들이(김성태 원내대표 등 복당파) 다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한 번도 반성도 하지 않고 한 마디 탄핵에 관해서 자기들 이야기 않고 이제 이게 나라냐고. 대통령이 지금 얼마나 따지고 보면 우리 박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탄핵감이 많은 정부가 이 정부 아닌가. 하고 있는 거 보면. 그런 사람들이 뭘 비판하겠다는 것인가. 길거리 있는 사람들이 지금 오히려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 탄핵 잘못됐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당은 아무 말 안 한다. 그리고 나갔다 들어온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서 탄핵에 제일 앞장섰던 사람들이, 당을 제일 저격하고 나갔던 사람들이 와서 무슨 당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하는 것인가. 누가 무슨 특권을 다 줬는가. 뭐하라고 칼질하라고 누가 허락을 했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당 저주하고 당에다 침뱉고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 대통령이 뭐를 잘못해서 과연 탄핵을 받았는가. 잘못한 게 뭔가. 탄핵 받을 사유가 있었는가. 이 당이 탄핵했던 사람들이 당을 배신했던 사람들이 잘 했던가. 들어와서 자기들 마음대로 둘러앉아서 위원장 나눠먹고 이렇게 해서 이 당을 말이 안 되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이 이 지경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해서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된 촛불 집회에는 연인원 1000만명이 모였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 미만으로 폭락했던 만큼 거의 모든 국민이 정치권에 탄핵을 촉구했었다. 그럼에도 상식적으로 대중 정당의 정치인으로서 이런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렇게 과거의 아집과 구태에서 못 벗어나다 보니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경남지사와 부산시장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내줄만큼 대패했고 모든 의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무릎을 꿇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위기감을 느낀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위원의 해촉 가능성에 대해) 임명은 협의를 거쳐서 하게 돼 있고 면(직)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어떻게 해석하면 비대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도 되고 그 이야기를 오늘 드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혀 사실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래 돈키호테적으로 본인의 자유로운 언행을 마음껏 해왔던 전 위원 입장에서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전 위원은 이처럼 비대위가 자신을 억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뉴시스가 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 위원은 “(김 위원장에게) 그런다고 자기에게 대권이 갈 줄 안다. 눈앞에서 권력이 왔다갔다 하니 그게 독약인 줄 모른다. 나 말고 다른 외부 조강위원들에게 전원책은 빼놓고 만나자는 소리나 하더라. 뒤통수를 자꾸 치고 협잡을 한다. 중국집 주방장이 와서 한식집 사장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언론사 카메라들이 쫓아다니니 국민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 9일간 묵언수행을 한 사람에게 언행을 조심하라고 하는 게 무슨 말이냐”고 맹공했다.

비대위와 전 위원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지 오래됐고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데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자신의 선택으로 전 위원을 불렀기 때문에 다시 내치기도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친박을 옹호하고 상위 기구인 비대위의 방침을 거스르는 전 위원의 돌출 행보를 그냥 두고볼 수도 없다. 

다시 돌아가 보면 비대위가 십고초려한 의도에 전 위원이 전혀 부합하지 못 했던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불협화음은 결별 수순의 파국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딜레마에 빠진 한국당의 처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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