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의 기적⑨] 눈을 감은 창호 ·· “조금만 더 늦게 가지”
[윤창호의 기적⑨] 눈을 감은 창호 ·· “조금만 더 늦게 가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1.1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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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죽음, 한국 사회에 화두, 가해자 박씨에 대한 체포영장 곧 집행, 음주운전 근절의 계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윤창호씨(23세)가 끝내 눈을 감았다. 2018년 11월9일 14시27분이다. 

친구들(이소연·예지희·손희원·박주연·진태경·손현수·윤지환·이영광·김주환·김민진)은 창호의 임종을 보지 못 했다. 

9일 저녁 윤씨의 빈소가 마련된 국군부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난 예씨는 “병원(윤씨가 입원 중이었던)과 집이 10분 거리다. 매일 갈 정도로 자주 갔었는데 오늘도 집을 나서려고 하다가 오늘 하루는 왠지 부모님에게 양보해드리고 싶었다. 창호가 마지막을 가족들과 보내고 싶었나 보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전국민적 소망이 있었지만 윤창호씨는 끝내 눈을 감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친구들과 전국민적 소망이 있었지만 윤창호씨는 끝내 눈을 감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씨의 마지막은 전혀 예상치 못 했다. 

윤씨의 부친 윤기현씨(54세)는 “12시까지는 상태가 평소와 비슷했다. 갑자기 14시부터 악화되기 시작했고 정말 갑작스럽게 이리 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음주운전 근절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서울행 친구들(김민진·박주연·진태경·김주환)은 15시 즈음 소식을 접하고 패닉 상태가 됐다. 급하게 교통편을 알아보고 바로 부산으로 향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음주운전 근절 정책 세미나.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음주운전 근절 정책 세미나. (사진=박효영 기자)

이미 장례식장에는 다른 친구들(이소연·예지희·손희원·이영광)이 상복을 입고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예씨는 “창호는 참 좋은 친구였다. 항상 대통령이나 검사가 되고 싶어했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청와대로 해놨다”고 전했고 이영광씨는 “나는 사람을 볼 때 참 깐깐한 편인데 창호는 거의 완벽했다. 친화력도 있고 리더십도 있고 공부도 잘 했고 정의로웠다. 요즘 말로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였다”고 표현했다.

윤씨는 지난 9월25일 부산 해운대 미포오거리 횡단보도 앞 인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음주운전 범죄자 박씨(27세)의 습격을 당했다. 박씨 차량 BMW는 2명(같이 서있던 윤씨 친구)을 들이받고 주유소 담벼락과 충돌했다. 박씨는 고작 400m를 달렸을 뿐인데 이 정도였다. 그의 혈중 알콜농도는 면허취소에 만취 상태인 0.134%였다.

현재 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발부됐지만 아직 집행되지 못 하고 있다. 박씨도 왼쪽 무릎 골절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해운대경찰서는 조만간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장례식장을 찾은 경찰 관계자 A씨는 “박씨가 병원을 여러 번 옮겼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절차에 따라 기간이 지나 옮긴 것인데 우리도 의사의 소견을 듣고 동시에 감시조도 운영하고 있다. 곧 체포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박규형 검사(법무부 형사법제과)는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해서 검사와 판사를 거쳐 발부됐다면 이후 추가적인 검찰의 허가 절차는 없다. 경찰이 스스로 판단해서 얼마든지 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지희씨는 창호의 가는 날에 병문안을 가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씨가 46일간 대한민국에 던진 화두는 울림이 컸다.

음주운전은 도로 위의 살인 행위라는 강한 메시지가 큰 공감대를 이뤘고 법과 제도까지 바꿔내고 있다. 친구들은 법안 작성, 서명운동, 청와대 청원, 정치인 면담 등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다했다. 실제 당대표들(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을 만났고 앞으로 계속 만날 예정이다.

음주운전 가중처벌 횟수, 수치 기준, 사망자 발생시 살인죄로 의율 등 윤창호법은 현재 친구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11월15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해 있다. 물론 양형 형평성과 관련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하느라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원내 교섭단체 3당은 사실상 15일에 본회의 처리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친구들의 목표는 3가지(대국민 인식 개선·법 제도 강화·음주운전 예방 정책)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살피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당장 체포영장 집행이 시급하고, 수사와 기소, 재판 과정 등 모든 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영광씨는 “가해자가 죗값을 치르는데 작은 허점도 없어야 한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영광씨는 창호가 참 좋은 사람이자 친구였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영광씨는 창호가 참 좋은 사람이자 친구였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국민 여론과 정치권이 움직인 만큼 부족한 현행법 내에서라도 음주운전 솜방망이 처벌의 관행을 깨고 엄한 선고가 내려질 수 있을지가 무척 중요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음주운전치사에 대한 양형이 징역 1년 이상이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은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 판사의 판결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라서 엄벌 선고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송오섭 대법원 양형위 전문위원(판사)은 “선고는 오로지 법관에 맡겨져 있다. 양형위 기준은 참고일 뿐 법관을 구속하지 않는다. 오직 법률의 양형 기준 내에서 판결할 수 있다. 만약 판사가 양형위의 권고와 다르게 판결하더라도 이유를 달아서 얼마든지 그 기준을 이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친구들의 윤창호법 통과 목표일은 12월3일이었는데 당대표들과 원내대표들을 움직여서 11월15일로 단축시켰다.

예씨는 “일주일만 더 있다가 갔으면 좋았을텐데. 창호에게 윤창호법 통과 소식을 직접 들려주고 싶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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