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단두대’의 상징 ·· 개망신으로 끝난 ‘전원책’ 실험
‘올 단두대’의 상징 ·· 개망신으로 끝난 ‘전원책’ 실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1.10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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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비대위와 갈등,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 경질, 비대위원장이 적합, 전당대회 시기 갈등은 수면 위 명분일 뿐, 인적 청산의 방식과 방향을 두고 갈등이 본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꿈과 현실의 차이랄까. 전원책 변호사는 전통적인 보수 논객으로서 전체적인 보수 진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수구적 발언으로 비대위의 신임을 잃었다. 결국 원래 전 변호사의 성향대로 여러 큰 그림적인 발언을 지속했지만 그게 비대위의 용납을 받기는 어려웠다.  

9일 오후 전 변호사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전격 해촉(위촉된 자격을 박탈)됐다. 

자유한국당 비대위의 전원책 실험은 허무하게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 비대위의 전원책 실험은 허무하게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어제 비대위의 결정 사항에 대해 동의할 뜻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위원직 해촉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전날(8일) 저녁 전 변호사를 만나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점은 2019년 2월 말이고 연기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재차 통보했지만 전 변호사는 당내 계파 갈등을 명분으로 연기론을 고수했다.

김 총장은 “비대위는 내게 바로 외부 위원을 선임해 일정의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바로 외부위원 1인을 선임해 비대위와 협의하고 정상 가동하겠다”고 알렸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김병준 비대위 체제의 핵심 인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용태 사무총장은 김병준 비대위 체제의 핵심 인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8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가서 자기 뜻을 정확하게 펴려면 비대위원장으로 가야 된다. 비대위원장이 당대표다. 뭐라고 하더라도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안 해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이야기다. 

하지만 전 변호사가 십고초려 끝에 한국당에 온 이유는 일개 조강특위 위원 자격임에도 한국당의 보수적 가치를 정립하는 인적 청산의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비대위원장도 아니고 조강특위 위원장도 아니지만 사실상 전권이 부여된 것도 올 단두대의 카리스마로 친박(친 박근혜) 수구 세력을 청산해달라는 암묵적인 과제와 연관이 깊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10월 초에 위촉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이 졸속이었다 △재판도 졸속이었다 △그런 졸속의 법 집행 과정에 왜 한국당 의원들이 나서지 않았느냐 △태극기 부대는 극우가 아니고 포용 대상이다 등 비대위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다.

이런 전 변호사의 분위기 조성에 따라 친박 의원들의 반동적 움직임(박 전 대통령 엄호)은 수면 위로 부각됐고 한국당이 도로 박근혜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탄핵에 찬동했다. 나갔다 온 사람들은 사과해라. 출마하지 마라. 이건 (친박의) 적반하장이다. 지금 그런 식으로 하면 거듭 말하지만 한국당은 도로 박근혜당이 된다. 국민이 용납하겠는가.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비박계가 당권을 잡은 것은 한국당 내부 권력 지형에서 친박계가 밀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탄핵과 두 번의 선거 패배로 도저히 친박이 나서서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컸다.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한국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피터지게 싸울 때도 결국 비대위 구성은 비박계의 의중대로 됐다. 김 위원장은 몸을 사리는 스탠스로 인적 청산(당협위원장 교체 및 새 인물 임명)을 하기 보다는 보수의 가치 재정립을 통한 우회로의 인적 개편을 추구했다. 

그러다 도저히 인적 청산을 피할 수 없게 되는 타이밍이 되자 전 변호사를 십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이다. 전 변호사의 돌출 언행은 그런 김 위원장과 김 총장의 의도를 정면으로 배치했고 결국 여기서 심화된 갈등은 전당대회 연기설을 명분으로 결별 수순을 밟게 했다.

기자들에게 여러 자신의 항변을 말하고 있는 전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들에게 여러 자신의 항변을 말하고 있는 전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 변호사는 비대위의 해촉 결정이 발표되고 서울 마포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항변했다.

“처음 약속과 너무 달랐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한국 보수정당의 재건이고 마음둘 곳 없는 보수층이 기대하는 면모일신된 정당인데 그게 무너진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6~7월 전당대회 개최설 주장과 관련) 2월 말에 전대를 하는 것은 12월15일까지 현역 물갈이를 마치자는 것이다. 가능하지 않다. 인적쇄신을 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 불가능한 것을 내놓으라면 전권을 준다는 말과 다르다. 우리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제대로 선 한국당인데 그게 제일 걱정된다. 오히려 내가 들어와서 더 어렵게 만든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그게 제일 답답하다. 김 위원장이 조강특위에 특정 인물을 넣어달라고 한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친박적 발언을 전제로 깔아놓고 어떻게 인적 청산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인적 청산을 제대로 못 할 것 같아 비대위의 해촉 결정이 내려졌다는 맥락에 대해 전 변호사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 향후 전 변호사가 비대위와의 갈등 내막을 폭로할 기세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평생 옆에 있는 분이나 같이 일하던 분을 내친적이 내 기억에는 없다. 내 팔을 하나 잘라내는 기분이다. 전 변호사의 말씀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지만 전대 개최 시기 등 조강특위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당 혁신 작업에 동참해줬는데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사태를 두고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이런 평론을 남겼다.

“전원책은 무모했고 김병준은 비겁했다. 전원책은 정치 평론을 했다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수준 이하였다. 그는 그간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벌였다. 혁신하자는 것도 아니고 권력 놀음에 취한 것일 뿐. 해촉의 변이 궁색해 더 옹졸해 보인다. 뭘 더 폭로하려나. 제발 그 입 다물라.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끝났다. 비대위 기간은 전원책을 자른 것만 기억에 남도록 만들었다. 김병준은 현역 의원들과 타협하며 혁신을 외면했다. 욕 들어가며 그 자리에 갔으면 뭐라도 하든지.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하다. 배신과 뒤통수 그리고 동반 몰락 진부하다.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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