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 사실 알려, 실무적 합의는 요원, 법사위와 행안위 급하게 탑다운으로 잡히지 않는 이상 15일 통과 가능성 희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여야 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을 정기국회에서 신속 처리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구체적인 날짜로 거론되는 15일에 그게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3당 원내대표들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12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윤창호법을 정기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명확히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해서 윤창호법의 조속한 통과에 합의했지만 정확한 날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해서 윤창호법의 조속한 통과에 합의했지만 정확한 날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창호법을 빨리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외에는 합의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는 “윤창호법 처리 날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전부 이견만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해당 상임위원회에서도 논의 속도를 높여주기 바란다. 특히 윤창호법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은 상임위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오는 15일 본회의를 개최해 처리할 것을 야당에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탑다운 차원으로 5당 대표(5일 초월회 모임)와 원내대표 간(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윤창호법 신속 처리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구체적인 날짜와 실무팀(각 해당 상임위 소속 담당자)에 대한 지침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창호법의 한 축인 도로교통법 개정안(가중처벌·음주측정 기준 강화)을 담당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실로부터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부탁은 들었는데 15일까지 해달라는 말을 들은 바는 없다. 국회의장 회동 때 들어간 우리 정책위원회 관계자로부터도 확인했는데 구체적인 날짜 언급은 없었고 신속히 처리한다는 것에 합의한다고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빨리 되면 11월29일 본회의 때 처리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후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난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도 “15일 본회의 때는 소관 상임위에서 그 여야정 상설협의체 때 논의된 법안들을 그 전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15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윤재옥 수석부대표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윤재옥 수석부대표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로 보면 윤창호법의 또 다른 축인 특정범죄가중법(음주운전 범죄로 인해 사망자 발생시 살인죄로 의율)을 심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와 2소위가 예정돼 있지만 윤창호법을 다루지는 않았다. 14일에도 법사위 1소위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까지 상정 안건 리스트가 확정되지 않았다.

법사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창호법은 아직 미상정 안건이다. 14일에 여야가 직권으로 합의해서 상정할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안건 상정 →1소위로 회부 결정 →1소위 의결 →다시 전체회의 상정 →전체회의 의결 →본회의’로 가는 절차인데 가장 첫 번째부터 안 돼 있다는 설명이다. 

음주운전 범죄 피해를 당하고 끝내 눈을 감은 故 윤창호씨(23세)의 친구들(이소연·예지희·손희원·박주연·진태경·손현수·윤지환·이영광·김주환·김민진)은 윤창호법의 통과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고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실제 국회의 실무 절차에 대한 로드맵은 이렇게 전혀 나와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11월15일이든, 29일이든, 12월3일이든 본회의 통과 시점을 결정하고 상임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각 당에서 방침을 정해서 전달해야 할텐데 이런 실천이 없는 것이다. 

김민진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또 좋은 말로 합의만 해놓고 구체적인 실천을 하지 않아 계속 시간만 소모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무쟁점 사안인 만큼 최대한 빨리 통과시켰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문제는 여야가 또 갈등 끝에 잠정 파행 상태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통해 협치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여러 흠결들이 있어 야당의 강한 반대)하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내정하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임명(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 무시)하는 등 협치의 자세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주장이다.

이에 윤 수석과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여야정 상설협의체 후속 조치를 위한 실무 회동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어 정부와 민주당의 깊이 있는 반성과 책임있는 조치가 선행되기 전까지 협상 참여를 보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두 야권의 교섭단체 협상 실무자들이 조건부 보이콧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윤창호법의 통과를 위한 실무 협의는 더더욱 요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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