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에 올인, 예산안 통과에 협조를 조건으로 선거제도 개혁 촉구, 독일을 통해 당위 강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오찬 간담회 내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만 무려 22번이나 드러냈다.
“470조 5000억원의 예산안을 꼼꼼히 심사하는 것보다 10배나 100배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는 것이다.”
정 대표는 12일 오후 당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국회의사당 주변 식당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고 “지금 두 보수 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예산안에 대한 입장 표명한 것을 보면 (원안대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에 평화당이 함께 하면 예산안은 처리가 될 것이고 평화당이 예산안 통과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아마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의 전략은 예산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299석)의 과반(150석)이 출석해 과반 이상의 동의(75석)가 필수적인데 한국당(112석)의 강경 노선에 따라 파행되면 결국 더불어민주당(129석)이 바른미래당(27석)·평화당(17석)·정의당(5석)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으면 예산안에 전혀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메시지다.
한국당 외에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모두 동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난주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점심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관련해서는 철통 공조를 하자는 제안을 드렸고 손 대표께서도 같은 의견이었다. 정의당에도 요청을 드렸다. 지금까지 늘 정의당의 입장에서 정부와 발을 맞춰왔는데 한 때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두 당으로써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모든 걸 다 걸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 대표는 “예산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올 연말 지나면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내가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말씀 드렸는데 시간이 없다. 오늘이 11월12일이다. 예산안 통과까지 3주 남았다. 예산안 상정까지 이 3주 동안에 뭔가 알맹이를 건져 올리지 않으면 결국 시간끌기에 희생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통큰 협치를 주문한다. 며칠 전 12개 항목에 대한 여야정 협치 발표(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있었지만 미지근하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노력한다가 아니라 관철한다로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즉 “선거제도 개혁없이 예산안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했다.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안됐는데 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번 인터넷 뱅크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청와대 초청 식사를 하면서 설득한 것을 기억한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다. 여당 지도부와 함께 뜻을 모으고 이것을 관철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단순히 소수 정당 생존을 위한 당리당략 차원이 아니라면서 “정말 한국 정치를 바꿔보고 싶다. 위대한 국민적 저력을 가지고 있는데 왜 이 소모적인 정치 제도로 인해 그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깎아 먹는가”라고 진정성을 호소했다.
예컨대 독일을 보면 “온건 다당제를 실현하자. 독일은 무려 선거에 42개 정당이 출전한다. 의석의 10% 이상 가진 정당이 6개나 된다. 독일은 노벨상도 많이 받았고 통일도 먼저 했고 자동차도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낸다. 국민의 90%가 중산층이라고 응답하는 나라. 성공한 온건 다당제를 왜 한국이라고 못 하는가. 그걸 해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대 양당제가 아닌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가 반영돼 농민당도 진출할 수 있고 청년당도 진출할 수 있고 소상공인당도 진출할 수 있고 녹색당도 진출할 수 있고 이렇게 해서 최소한 6~7개의 정당들이 연합하고 협력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독일은 42개 정당이 출전해서 5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이 6개이고 소수 정당까지 합치면 15~16개 정당이 원내 정당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정 대표는 서두에도 강조했듯이 자유한국당 보다는 “힘을 쥔 정부여당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정부여당의 말은 다 나와 있다. 그 말에 합당한 실천과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끌기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예산안 표류하고 12월 넘어가면 유야무야 뭉개고 가겠다는 것인데 그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 대표의 판단상 한국당이 먼저 결단하고 나올 가능성은 없고 민주당이 먼저 나서고 압박하는 모양새가 돼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현재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보이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전혀 개혁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정 대표는 “숫자가 줄면 줄수록 귀족원으로 변한다.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평민원으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독일 사례를 들어 “독일은 선출직 공직자가 15만명이고 우리는 5000명이다. 인구는 우리보다 3000만명 더 많다. 독일식으로 하면 우리는 10만명쯤 선출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권을 최대한 대표할 대표자들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300명보다는 350명이 350명보다는 360명이 주권자 입장에서는 자기 주권이 더 대표되는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마지막에 나와야 할 쟁점인 의원 정수 문제가 먼저 나오고 그걸 이유로 국민들이 원치 않는다고 해서 시간을 끌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시간이 없다는 것으로 넘기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기만의 정치”라고 양당을 싸잡아 꼬집었다.
정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한국당에게도 손해가 아니라는 점을 풀어냈다.
이를테면 “한국당을 따지고 보면 손해가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한다는 것은 지지율만큼 의석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당이 불같이 솟아나서 40% 지지를 획득했다. 그럼 40% 만큼 의석을 받는 것이다. 그만큼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회 의석 결과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는데 전체 142석에서 한국당은 25%의 득표율(연동형이었다면 36~37석 확보)을 기록했지만 4석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52%를 득표했음에도(연동형이었다면 72~73석 확보) 135석을 차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경기도 1300만명의 인구면 유럽에 있는 어지간한 나라보다 크다. 의회를 구성했는데 135석을 가져갔다. 25% 얻은 한국당이 4석을 가졌다. 이것으로 대의제가 제대로 된다? 이걸 바꾸자는 것이다. 이건 한국당의 손해가 아니”라고 밝혔다.
오찬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정 대표는 “(향후 평화당의 노선에 대해 질문해도) 선거제도 개혁의 파이어니어 또는 프런티어 정당이 되고 싶다”고 답했고 “언론인들이 좀 도와달라. (선거제도 개혁은) 언론에 달렸다. (지금 내 머릿 속에) 선거제도 개혁 밖에 없다”고 거듭 역설했다.
정 대표는 20대 국회 그리고 본인 스스로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한다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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