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이해찬 대표 면담, 여야 합의를 넘어 조속한 실무 절차 돌입, 조명래 장관 임명 강행으로 여야 전운 감돌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친구들이 국회를 다시 방문했다. 친구들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의지를 확인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렇게 약속했다.

“지금 당장 국회 안에서 일이 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레(15일) 다른 대표들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내가 한 번 더 얘기를 하겠다. 각 당 대표들이 의지를 낸다면 절차들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는 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내가 특별히 더 챙겨 여러분들의 모든 슬픔을 해소할 순 없겠지만 국회가 우리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해찬 대표도 이렇게 공언했다. 

“국회법에 여야가 합의한 법안은 신속 처리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보통 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여야가 합의하면 신속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법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 다른 범죄 행위와 양형이 기준에 맞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행안위와 법사위에서 빨리 검토하라고 지시하겠다. 가능한 빨리 처리되도록 하겠다.”

이정미 대표와 면담하고 있는 친구들. 왼쪽부터 김민진씨와 손희원씨. (사진=박효영 기자)

음주운전 범죄로 끝내 눈을 감은 故 윤창호씨(23세)의 친구들(김민진·손희원·이소연)은 13일 오전과 오후 국회에서 두 대표와 공개 면담을 가졌다. 지난 5일에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났던 바 있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주말 영결식에 참여를 못 해서 너무 마음이 무겁다. 윤씨가 46일 동안 생사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경종을 울렸고 그 과정에서 굉장히 시급한 일이었는데 미루고 있던 것에 이제는 더 이상 이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굳은 각오를 하게 됐던 시간”이라며 “중요한 것은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여러분들의 가장 큰 뜻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씨는 이정미 대표에게 △정의당만의 방식으로 음주운전 예방 정책 마련 △당내 음주운전 경력자 심사 기준 강화 △5당 합의를 넘어서서 실무 절차 돌입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손씨는 “내가 부탁이 있어서 이 자리에 왔다”며 “음주운전과 관련 정비해야 할 법제도들이 정말 많다. 예방부터 처벌 기준 강화 등 여러 일들이 있을텐데 정의당이 다른 정당을 움직일만큼 창의적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의당이 앞장서서 음주운전 경력자에 대한 공천이나 지역위원장의 배제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다른 정당에도 동참을 촉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조속한 실무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조속한 실무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5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윤창호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본회의 통과를 제안했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동의했는데 실무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러한 답답함을 이해찬 대표에게도 그대로 전달했고 두 대표는 실무 절차에 제대로 돌입할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는 취지로 화답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측정·가중처벌 기준 강화(도로교통법) △음주운전 범죄로 사망자 발생시 살인죄로 의율(특정범죄가중법) 두 대목으로 구성됐는데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와 법사위에는 아직 윤창호법이 상정되지 않았다. 여야가 조속 처리에 세 차례나 합의했고(11월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11월5일 초월회·11월12일 국회의장 3당 원내대표 회동) 홍 원내대표가 15일 본회의 처리를 제안했지만 정확한 날짜가 잡혀서 이때까지 통과시키겠다는 실무 로드맵은 전혀 없다. 

친구들이 면담을 하고 있을 때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을 근거로 국회 일정 보이콧을 할 수도 있다고 민주당에 엄포를 놨다. 

친구들이 이정미 대표를 만나고 있을 때 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친구들이 이정미 대표를 만나고 있을 때 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경고했다. 왼쪽부터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씨는 이런 위기감을 파악하고 오후에 이해찬 대표와 면담할 때 윤창호법의 논의가 더디게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쟁점과 무쟁점 이슈를 분리해서 전자로 싸우는 건 싸우더라도 후자에 대한 논의는 지속해서 조속히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은 친구들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이었다. 그 바로미터가 윤창호법의 조속한 처리라는 설명이다. 

친구들이 당초 목표로 생각했던 본회의 처리 시한은 12월3일이었고 홍 원내대표의 전격 제안으로 11월15일이 가시화 됐다가 사실상 이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행안위원장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실 관계자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빨리 논의된다면 11월29일에 처리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친구들에게 행안위와 법사위의 검토를 지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다시 한 번 두 대표를 만나 확약을 받은 친구들이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 김씨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이해찬 대표는 “법이라는 것이 정부나 국민을 다스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려고 만든 것이 법이다. 국민은 안전과 생명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기본 업무로 한다. 법을 통해서 가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라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