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인정하고 사과할 수 없을 만큼 막말을 자행한 혜경궁 계정, 이재명 지사와 이정렬 변호사의 공방전, 박범계 의원은 부당한 공천 헌금 요구를 묵인했는가, 각 당 반응은 신중론과 책임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원내 상황이 파행이라 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을 달래기도 바쁜 더불어민주당에 대형 악재 2개가 터졌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전해철 의원에게 막말을 했던 △트위터 계정(@08_hkkim)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 소유라는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됐고 △박범계 의원이 불법적인 공천 헌금 요구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둘 다 당사자가 강력 부인하고 있는 터라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아직 ‘공방’ 상태이지만 경우에 따라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두고 야당의 공세를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에게 다시 한 번 위기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 두 게이트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명은 강력 부인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

17일 아침 수원지방검찰청은 수사 지휘권을 행사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씨를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 등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라고 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6.13 지방선거 정국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당시 이 지사의 경쟁자였던 전 의원은 4월8일 해당 트위터 계정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7개월만에 경찰의 잠정 결론이 나온 것인데 일단 수사대는 오는 19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고 김씨와 이 지사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향후 치열한 법정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공식 브리핑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 사건을 맡아 고발을 진행한 이정렬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제 겨우 경찰 수사가 끝났을 뿐이고 검찰 수사, 기소, 재판 1·2·3심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 갈 길이 너무나 멀다. 경찰 수사 결과에 절대 방심하지 않고 소송인단의 염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지난달 고발을 취하했지만 이 변호사와 3000명의 소송인단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 수사는 지속될 수 있었다. 

이 지사 부부 입장에서는 도무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①해당 계정에 올라온 내용의 수위가 민주당 소속으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②만약 김씨 계정이 사실이라면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바로 인정하고 사과를 하지 못 했을 뿐더러 되려 계속 부인해왔고 ③만약 김씨 계정이 아니라면 정말 억울한 일이기 때문이다. 

①을 보면 이런 글들이 올라왔다. 

“전해철이 한국당과 손잡았다.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하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니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 타서 유족되길 학수고대할게.”

한 마디로 이 지사와 경쟁 관계를 맺었던 정치인(문 대통령과 전 의원)을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수사대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그런 맥락으로 트위터가 사용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헤쳐온 이재명 지사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수사대는 트위터 계정에 업로드 된 4만건의 글을 전수조사했고 △경기 성남 거주·여성·군대에 간 아들·대학 전공·폰 번호·이메일 아이디 거의 일치 △트위터의 게시물이 업로드 된 직전 직후 똑같은 게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카스)에 올라온 사실 △트위터의 게시물이 2016년 7월까지 안드로이드 폰에서 작성됐다가 아이폰에서 작성됐는데 김씨의 폰 교체 시점과 일치했다는 점 등 신빙성있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

예컨대 2014년 1월15일 22시40분 김씨가 카스에 올린 이 지사의 중앙대 입학 사진이 10분 뒤 트위터에 올라왔고 다시 10분 후 이 지사의 트위터에 올라왔다. 수사대와 수원지검은 4만건 중 이러한 경우들이 꽤 되기 때문에 트위터 계정주가 김씨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 즉 스모킹건은 아직 요원하다. 미국 트위터 본사는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서 로그 기록을 수사대에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부부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치를 했다. 트위터 글을 이유로 6명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때 표적은 정해졌고 정치 플레이와 망신주기로 쏘지 않은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혔다. 수사 아닌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한다”고 비판했고 바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사진을 트위터·인스타그램·카스에 동시 업로드할 수 있는데 굳이 캡처해서 다시 올린다는 것은 오히려 김씨 계정이 아니라는 증거 
Ⓑ이 지사의 중앙대 입학 사진은 김씨의 카스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올렸을 가능성
Ⓒ유명인을 사칭하는 SNS 계정이 많기도 하고 트위터 게시글을 보면 이 지사 부인으로 취급받아 기분 좋아했던 것, 이 지사 고향을 물어본 것, 새벽 1시에 부부가 함께 본 그날 저녁 공연 얘기를 트윗으로 나눈 것 등 김씨 계정이 아니라는 근거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수사대가 배척 
Ⓓ폰 변화 시점이 일치한다고 하는데 계정주가 성남시 분당 거주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 자체가 표적 수사의 근거임 
Ⓔ계정이 만들어진 2013년에는 인증절차 없이 계정을 만들 수 있었고 현재도 이메일과 전화번호만 알면 일치하는 사칭 계정을 만들 수 있고 해당 이메일은 비서실과 선거캠프에서 일정공유용으로 만들어 쓰던 것임

이 지사 부부가 이번 게이트를 어떻게 대응해갈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와 관련 나승철 변호사(김씨 변호)는 17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김씨가 카스에 올린 사진을 혜경궁이 동일한 사진을 다운받아 올렸다. 같은 사진을 퍼간 열성 팬들이 다 혜경궁이 되는 것이냐. 카스 사진은 캡처본이고 계정 트위터 사진은 공유 글인데 동일 인물이면 똑같은 사진을 올리지 굳이 하나만 캡처본을 올릴 필요가 없다. 부부가 콘서트에 관한 말을 대화나 문자 메시지도 아닌 트위터로 새벽 1시에 하는 게 말이 되냐. 그냥 옆에 있는 부인한테 말을 걸면 되지 않느냐. (같은 이메일 주소도) 비서실 직원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사용했다. 혜경궁과 이 지사가 트위터를 통해 서로의 고향을 물어본 적이 있다. 20년을 같이 산 부부가 고향을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들을 조사에서 진술했는데 외면했다.”
 
이 지사는 “아내는 경선에서 패한 남편 대신 진심을 다해 김정숙 여사(문 대통령 부인)를 도왔고 우리 부부는 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지금도 우리 부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국가 발전과 이재명 성공의 길이라 굳게 믿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항변했다.

이런 이 지사의 대응 스탠스가 ② 때문일지 ③ 때문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이 변호사는 “스모킹건은 따로 있다. 차분하게 기다려 보라. (수사대가 내세운 근거를 반박할 자료를 제보해주기를 바라는 이 지사의 글을 공유하며) 트위터 본사에 요청하고 수신한 문자를 확인하면 될텐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왜 남에게 떠넘기는가”라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범계는 ‘불법 정치자금’ 요구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는가?

민주당 소속 김소연 대전시의원은 6.13 지방선거 기간에 브로커로부터 억대의 불법 선거 자금을 요구받았고 지난 9월말 이를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월1일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지시했다.

뉴스1이 1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 의원은 “박범계 의원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의 전 비서관인 변재형씨로부터 1억원을 요구받은 사실을 직접 박 의원에게 4월11일·4월21일·6월3일·6월24일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알렸는데도 이를 방조했다. 불법 선거자금을 요구받은 직후 4월11일 박 의원의 차 안에서 이 건에 대해 얘기했더니 변재형과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으니 직접 돈 거래를 하지 말고 돈 쓸 일이 있으면 가족, 사무장, 회계책임자, 배우자한테 시키지 말고 심부름 할 사람을 따로 만들어 시켜라고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박범계 의원의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의원의 폭로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돈을 요구한 변재형이 내가 돈을 주지 않으니까 사무실을 빼라고 한 당일인 4월21일 박 의원을 만나 금품 강요 사실을 재차 얘기했으나 묵살됐고 이쪽 선거캠프가 시끄럽다고 하니까 4월26일 박 의원 보좌진이 대전에 내려와 진상조사까지 하고 돌아갔다. 6월3일 합동 유세를 끝내고 서구 갈마동의 한 음식점에서 박 의원과 서울 대전의 보좌진들, 모 변호사, 몇몇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이 건에 대해 얘기를 꺼냈더니 박 의원이 권리금을 안 줘서 그런가보지라고 했다. 선거가 끝난 직후 6월24일 박 의원이 대전에 내려왔을 때 선거기간 고통스러웠던 일을 꺼냈더니 소리를 지르고 말도 꺼내지 못 하게 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보좌진들은 방차석 의원(대전 서구의회 의원)과 내게 인격살인을 저질렀다. 방 의원과 나는 공천을 부탁한 적도 없고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공천을 주고 난 뒤 자기들이 집요하게 달라붙어 돈을 요구했다.”

현재 박 의원의 측근인 변씨와 함께 김 의원에게 돈을 요구한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 둘 다 구속된 상태다. 김 의원에게는 1억원, 방 의원에게는 4000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대전 서구을 지역구 현역인데다 지방선거 당시 대전시당위원장었기 때문에 지역 출마자들에게 영향력이 막대하다. 주변인들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했거나 이를 묵인했다면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일단 박 의원은 jtbc와 뉴스1을 통해 해명했는데 그 내용은 이런 거다.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 나중에 말하겠다. 김 의원의 주장은 대부분이 거짓이고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한다.” 

며칠 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박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김 의원도 부담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의회에서 10월10일 기자회견을 했을 때는 “박 의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가 최근 입장을 바꾼 것이다. 16일 몇몇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박 의원이 두 번씩이나 권리금 이야기를 꺼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전 전 의원의 공석을 갖게 됐으니 권리금으로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각 당의 반응은 ‘책임론’과 ‘신중론’

김씨의 트위터 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정의당은 공방 상황임을 감안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의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가 17일 보도한 것에 따르면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현재로서는 김씨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 여부와 법원의 판단을 보고 나서 당의 최종 입장을 정하는 게 맞다. 당헌 당규상으로도 본인이 혐의를 부인하면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게 돼 있다. 본인이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 혹은 그 혐의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나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당으로선 현재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경찰 조사결과는 김씨의 혐의가 사실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빈약하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분명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한다. 익명에 숨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 폐해가 넘쳐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바로 이 지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경기지사 선거 경선에서 이 지사는 민주당의 두 후보와 치열하게 경쟁했다. 왼쪽부터 양기대 전 광명시장, 이 지사, 전해철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경찰은 혜경궁김씨와 김혜경씨가 동일인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우연이라고 했다. 이제 이 지사 부부는 이중적 행위를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 이 지사 부부는 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할 것인가. 더는 국민 기만과 정치 불신을 조장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배설에 가까운 글을 올린 주인공이 잡혔다. 국민을 상대로 부부 공갈단이 되기로 한 것인가. 정의로운 척, 깨끗한 척, 피해자인 척 뻔뻔함의 극치다. 부부에게 일어난 오늘의 일은 자업자득이다. 선량한 경기도민과 국민들은 무슨 죄인가. 입만 열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 이쯤 되면 이 지사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문정선 평화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사건 당사자는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찰의 조사결과로 혜경궁김씨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 해명에 다시 한 번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한 셈이다. 법적 공방에 앞서 경기도민과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의원 사태에 대해서는 우선 비난가능성이 명백한 상황이라 이게 사실로 드러나면 4당은 일제히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민주당은 수습책에 골몰할 것으로 보여진다. 

김소연 대전시의원은 정치 초년병으로 낡은 관행을 참지 않고 폭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육동일 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은 8일 대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의원이 폭로한 내용도 문제지만 이 사건을 처리하는 민주당의 자세가 더 큰 문제다. 당 자체 조사로는 전혀 처벌을 하지 않았다. 집권여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소위 촛불정신이라고 자랑하는 개혁성과 도덕성을 상실하고 무능력 무책임한 내로남불식 언행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박 의원에 대해서도 “당시 대전시당위원장으로 선거를 총괄했고 공천에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적극 해명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사과할 일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훈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깨끗하고 유능한 청년 여성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지역주민들에게 극찬하던 박 의원이 뒷전에선 청년 여성을 진흙탕 물 정치로 빨아들인 꼴이다. 이쯤 되면 민주당은 당 생활적폐청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체 높은 의원이라도 도려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의 적폐에 대해서는 왜 이리 관대하게 눈을 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신속히 박 의원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심판하고 박 의원은 자진사퇴해 명예를 지키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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