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정상과 연달아 회담, 중·러·말레이시아 정상은 미국의 선 제재 완화에, 미국 펜스 부통령은 강경화 솔루션을 통한 탑다운 강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을 모두 만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새벽 5박6일의 싱가폴·파푸아뉴기니 ASEAN/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당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론적인 공조를 다지는 차원이더라도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주요국 정상을 모두 만난 것 자체가 의미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자평이다.
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 “다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기치 아래 3P(People·Peace·Prosperity)를 내걸고 신 남방정책의 비전을 설파했다. 한반도 평화를 기반으로 동남아 경제협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은 포용적 성장·사회·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달아 회담했다.
먼저 한러 회담에서는 나인 브릿지(농업·수산업·가스·철도·전력·항만·조선·북극항로·산업단지)와 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등 경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진전되면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럴 수 있도록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위해 러시아가 좀 더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한중 회담에서도 그런 적극적 역할을 중국이 해왔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고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현실화되면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을 넘는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즉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2019년 내에 서울과 평양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분위기는 15일 열린 EAS(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도 이어졌는데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대놓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대응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부분적 제재 완화를 취해 북의 비핵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회담에서는 2차 북미 회담의 준비 현황에 대해 논의했고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한미 동맹의 공고함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에 대해 치하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16일 보도된 미국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핵 리스트를 2차 북미 회담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지 않는 대신 “모든 무기와 개발시설을 확인할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이런 발언은 10월 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내놓은 비핵화 해법과도 맞닿아 있다. 강 장관은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 핵 리스트 신고를 두지 않고 ①굵직한 핵시설 장소(풍계리·동창리·영변·강선 등)를 지목해 완벽하게 폐기(미국의 검증과 사찰)한 뒤 그 다음에 ②핵 리스트 신고 절차를 밟는 모델을 제시했다.
펜스 부통령은 2차 회담 전에 ①에 대한 계획 수립을 완벽하게 마친 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탑다운 담판을 짓고 ②에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헤더 노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지금은 정상과 정상이 직접 협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가 탑다운 방식의 ②을 원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2019년 초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 ① 차원의 조치가 합의되고 ②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부분적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한반도 정세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