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탄핵·수사·특별재판부’ 모두 연동 ·· 마의 ‘19일’  
사법농단 ‘탄핵·수사·특별재판부’ 모두 연동 ·· 마의 ‘19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1.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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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이 외친 탄핵 결의안 대표회의 문턱 넘나, 국회의 법관 탄핵 가능성, 임종헌 전 차장은 구속기소, 박병대 전 대법관도 공개 소환, 국회 내 한국당과 여러 논의 상황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법농단 자체가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보니 최초의 대응법이 거론된지 오래다. 법관 탄핵,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검찰 수사, 특별재판부 설치 등 모두 생소하다. 

지난 13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6인은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법관 탄핵 촉구 결의안’을 내놨다. 

이들은 ①검찰 수사와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②범죄 여부를 떠나서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사법부의 자체 평가가 없으면 신뢰 회복이 어렵고 ③침해행위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일이라는 점을 자성해야 하고 ④외부 조직의 도움을 받아 정상화를 하면 사법부는 방관자일 뿐이라는 4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10월3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에서 법관들의 탄핵소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0월3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에서 법관들의 탄핵소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결의안에는 탄핵 대상에 오를 침해행위로 Ⓐ특정 재판에 대해 정부 관계자와 비공개로 만난 뒤 자문을 해준 행위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방향으로 판결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재판 절차와 관련 의견을 제시한 행위 등 2가지 기준이 제시됐다.

여기에 비춰봤을 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지연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소송이 해당된다. 

마침 19일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는데 탄핵 결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관 대표 10명 이상이 안건 상정을 요구하면 상정되는데 결의안은 12명의 법관 대표가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이게 의결될지는 회의적이다.

23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서 참석 법관들이 사법 행정권 남용 관련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2018.7.23
7월23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서 참석 법관들이 사법 행정권 남용 관련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보통 사법부가 주니어 판사와 시니어 판사로 구성돼 있다고 했을 때 아직까지는 후자의 보수적 관점이 다수 여론이기 때문이다. 

①과 관련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다 기소 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현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 기소가 이뤄진 것 외에는 나머지 사법농단의 수뇌들(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소환도 이뤄지지 않았고 그 하위 법관들에 대한 혐의를 완성하기에 너무 이르다는 판단이다. 특히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이 핵심 인사들에 대한 기소를 할 즈음에 탄핵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밖에도 ④과 관련 반대로 정치권이 사법부에 더 많이 개입할 여지를 줄 수 있고, 여야 정쟁거리를 제공해 혼란을 자초한다거나, 적어도 여야의 탄핵 문제에 합의가 있을 즈음에 법원의 의견을 내는 것이 맞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②③④의 측면에서 사법 행정권 남용을 시정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법원이 먼저 자정 노력을 해야하고,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의 탄핵 결단이 요원한 상태에서 판사들이 나서서 탄핵을 촉구하면 되려 여론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다. 무엇보다 결의안이 공론화 된 이상 이를 대표회의가 채택하지 않는다면 비난 여론이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정무적 우려도 있다. 

더불어 9월10일 대표회의에서 118명 중 108명의 판사들이 동의해 사법농단의 핵심 조직이었던 행정처를 폐지해야 한다고 의결한 바 있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10월30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와 정의당은 현직 판사 6명(권순일 대법관·이민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김민수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부장판사·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모든 카드를 활용해서 사법농단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각 당의 당론과는 별개로 개별 의원들은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했는데 국회의 탄핵 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100명)만 동의하면 발의할 수 있고 과반(150명)이 찬성하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그렇게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해당 판사들의 직무는 정지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인용하면 바로 파면된다. 

만약 대표회의에서 결의안이 의결되면 국회 차원의 탄핵 움직임에 탄력이 붙게 될 수밖에 없다. 

임 전 차장은 사실 사법농단 수사 초반에 꼬리자르기의 대상으로 평가받았다. 방탄 판사들로 불릴 정도로 연이은 영장 기각 흐름이 지속됐는데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됐었기 때문이다. 일단 수사팀은 14일 임 전 차장을 구속 기소했는데 적용된 혐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두룩하다. 

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지만 크게 ㉮상고법원 관철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업적을 위한 범죄 ㉯반대자 탄압 ㉰조직 보호를 위한 범죄 ㉱비자금 조성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고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등 총 30여개의 범죄 사건이 적시됐다. 공소장도 200쪽이 넘는다.

다만 임 전 차장이 구속 상태에서 묵비권을 행사했고 그만큼 수사팀이 가장 윗선에 대한 단서를 얼마나 확보했을지가 관건이다. 

마찬가지로 19일 9시반 서울중앙지검에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소환돼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수사팀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소환했지만 공개 노출을 시키지는 않았다. 다만 박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 공소장에만 30번 넘게 공범으로 이름을 올렸을 만큼 행정처장(2014.2~2016.2)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의 소송 정보를 빼돌리고, 양 전 대법원장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혐의가 중대하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  

무엇보다 박 전 대법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을 직접 방문해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맞게 재판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실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고영한 전 대법관까지 소환한 뒤 사법농단의 정점 양 전 대법원장까지 소환할 계획이다. 

11월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농단 해결 촉구 엽서 6550장 국회 전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적폐법관 파면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검찰과 법원 내부에서 뭔가 진행되고 있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국회의 대응이다. 

사법농단에 대한 법적 단죄 과정이 다른 사태들에 비해 더디고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기 때문에 헌법적 권한을 지닌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0월31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1년8개월 만에 첫 구속자(임 전 차장)가 나온 것인데 사실 사법농단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1년8개월이라는 숫자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도 태블릿 PC 사건 터지고 난 직후 바로 구속됐고 박 전 대통령도 JTBC에서 그 사건이 보도되고 나서 바로 구속됐다”며 “(반면 사법농단은) 이제 단 한 명이 구속됐고 지금 사법농단 연루자들이 소위 이 사태를 판결하는 재판부 안에 여기저기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법농단 사태에 대응하는 국회의 방법론은 ㉠국정조사 ㉡법관 탄핵 ㉢특별재판부 설치법 3가지가 있는데 지난 10월25일 4당 원내대표들은 ㉢에 뜻을 모으고 한국당에 동참을 촉구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 당시 4당이 ㉢만이 아닌 ㉡도 논의했었고 그만큼 정의당이 선제적으로 카드를 제시하면 다른 정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의당은 셋 다 활용 카드로 살려놓고 ㉢을 패스트트랙(소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가 없어도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무조건 상정되는 제도)으로 올려놓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과의 협상 효율성을 위해서다. 

이 대표는 “그러니까 지금 부패 비리 관련해서 재판을 다룰 수 있는 형사합의부가 서울중앙지법에 8개인가 있는데 이중에서 5개에 연루자들이 다 있다는 것 아닌가. (사법농단 사건이) 어디로 재판부가 배당되더라도 결국 피의자 신분이어야 마땅할 사람이 재판석에 앉아서 이 문제를 다루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들이 특별재판부로 구성해야 된다. 뭔가 중립적이고 엄정하게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재판부를 구성하자. 이렇게 얘기를 해서 지금 4개의 정당이 다 동의를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당은 한국당에 특별재판부 설치법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방탄 판사들이 법원에 있다면 국회에는 한국당이 있다. 

이 대표는 “문제가 뭐냐면 국민 여론이 하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한국당이 인민재판이라고 완전히 벽을 딱 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 말 바꾸기가 진짜 어렵다. 인민재판이라고 했던 걸 다시 합의해 준다고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특별재판부를 불수용하는 명분으로 △위헌 소지 △정치적 중립성 △김명수 대법원장 먼저 사퇴 △더불어민주당의 야권 공조(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 야4당 연대) 무마 전략 등을 내세우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최근 들어 여러 언론을 통해 특별재판부 이전에 법원의 인사 조정을 통해 연루 판사들을 배제하는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주 의원은 3일 방송된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에서 “사법 불신을 자초한 것은 법원이라는 데 동의한다. 기존의 사건 배당 방식은 공정한 재판을 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헌법을 위반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현행 헌법과 법령 체계 하에서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다. 행정처에서 사건 연루 의심을 받는 판사들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법농단으로부터 자유로운 법관으로 현행 법령 체계 안에서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다. 이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5일 열린 국회의장 주재의 초월회 모임에서 “법관회의를 거쳐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한 사람으로는 재판부를 구성하지 않겠다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비슷한 방안을 제안했다. 이처럼 이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별도의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추진하자는 4당 공조에 합류했는데 손 대표가 이렇게 발언함으로써 바른미래당 내 일부 의원들의 회의적 시각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박주민 의원이 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농단 해결 촉구 엽서 6550장 국회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주민 의원이 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농단 해결 촉구 엽서 6550장 국회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엄경철의 심야토론>에서 주 의원이 주장하는 식으로 법원 내에서 만드는 별도의 재판부에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무엇보다 법원 내에 ‘제척 제도’가 있는데 크게 기피(소송 당사자의 요구가 있으면 법원이 판단해서 특정 판사 배제)와 회피(해당 판사가 스스로 특정 재판을 안 맡는 것)로 나뉘지만 최근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이미 사문화 된 제도로 법원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하기 어렵다는 데에 강조점을 뒀다. 

사법농단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법원, 검찰, 국회, 시민사회 등 여러 주체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결론을 도출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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