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출근길에 입장 밝혀, 억울하다면서도 경찰의 편파 수사 주장, 경찰이 그럴만한 배경에 대해 기득권의 저항 언급, 이재명에 불리한 지점 2가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경찰이 편파 수사를 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 지사는 19일 아침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 (트위터) 계정 주인은 내 아내가 아니다. 내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경찰이) 내 아내로 단정지었다”며 제기되는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어 “수사 내용을 보면 네티즌 수사대보다도 오히려 판단력이 떨어지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차고 넘치는 증거들 중 이미 목표를 정하고 그게 이재명의 아내라고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불공정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지사는 결백하다는 점을 재차 밝혔고 비교적 차분하게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입장을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7일 아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 등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공표했다. 상식 이하의 막말과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의를 위하여’라는 트위터 계정(@08_hkkim/일명 혜경궁김씨)이 김씨 소유라는 게 수사대의 수사 결과다. 

수사대는 핵심 근거로 이 지사의 중앙대 입학 사진과 5.18 민주화운동 영정 사진이 해당 트위터 계정과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카스)에 거의 같은 시간에 업로드됐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 점에 대해 이 지사는 주말 동안 동일인이라면 똑같은 사진을 두 SNS에 동시에 올리지 카스에 올린 사진을 캡처해서 트위터에 올리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지사는 이 대목에 대해 “여러분들이 보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카스 계정과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으면 그걸 캡처해서 올리지 않는다. 바로 올리면 된다. 굳이 왜 캡처하는가. 경찰이 스모킹건이라고 말하지만 그 계정이 내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에 해당된다”며 이런 취지의 진술만 기자들에게 3번이나 반복했다. 

수사대의 불공정성에 대해 이 지사는 “알려질까 두려워 송치 사실을 숨긴 경찰이 미리 친절하게 오늘 송치 예정이라는 것을 영화 예고편 하듯이 알렸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경찰의 불공정한 수사는 기득권의 저항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지사는 경찰의 불공정한 수사는 기득권의 저항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에 대해 경찰이 편파 수사를 할 요인이 없어 보이는데 이 지사는 “진실 보다는 권력을 선택했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국가 권력의 행사는 공정함이 생명이다. 명백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김영환(전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대한데 이재명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엄격한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때리려면 침을 뱉으려면 이재명에게 뱉고 때려라. 죄없고 무고한 내 가족들을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찰이 이재명 부부에 기울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 써서 삼성바이오로직스나 기득권의 부정부패에 썼다면 아마 나라가 열배는 더 좋아졌을 것이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이재명이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그 저열한 정치 공작에 대해 답을 주겠다”며 자신의 진보적 도정이 기득권의 저항을 불러오는 것이고 이런 차원으로 경찰 수사의 편파성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이 지사가 이렇게 반발하고 있다 보니 아직 공방 상태이지만 정황적으로 봤을 때 이 지사에게 수상하게 여겨질 요소는 2가지가 있다.

①이 지사가 전해철 의원에게 경찰 고발 취하 권유
②김씨가 수사 개시 이후 휴대폰 교체 

①과 관련 이 지사는 지난 10월16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경기지사) 경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 분란이 벌어져 다른 일로 통화하다가 형님(전해철 의원)에게도 안 좋다. 법률적으로 문제삼기 어려운 정치적 표현을 가지고 논란이 계속되면 되겠냐고 권유를 드린 거다.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상대가 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그런 부탁을 할만큼 나는 바보가 아니”라며 청탁이 아닌 권유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위터 계정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전해철 의원 등에 대해 악의적인 글이 수 차례 올라왔고 전 의원은 지난 4월8일 해당 트위터 계정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김씨 소유가 아니라면 굳이 이 지사가 전 의원에게 고발 취하를 권유할 필요는 없다. 경찰 수사를 통해 진범이 잡히면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이 잠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②의 측면에서 해당 트위터 계정에는 올해까지 비교적 최근에도 게시물이 올라왔었다. 트위터 미국 본사가 개인정보 보호를 사유로 해당 계정에 대해 로그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김씨의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진행하면 진위 여부를 파악할 여지가 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4월에 벌어진 사건인데 지금까지 핸드폰 제출을 요청한 적이 없고 이미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놓고 3일 전에 나한테 변호사를 통해 (제출 요청) 연락이 왔다. 4월3일 그 일이 있고 난 다음에 워낙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정지시켰다. 한 달 전 즈음 2~3주 전 즈음에 새로 (폰을) 만들었다. 만약 그때 요청했으면 줬을텐데. 우리는 (그 트위터 계정이 김씨 것이라고 해서) 웃었는데. 지금 현재는 그게 없다. 왜 7개월간 요청을 안 했는지 이상하고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찌보면 4월에 수사당국에 고발된 뒤에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까봐 폰을 교체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지사의 주장대로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교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무고하다면 해당 폰을 오히려 보관해서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가 아니라는 점, 즉 2018년에도 트위터 게시물이 올라왔음에도 그 폰으로 작성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는 지점이 있다. 

이 지사는 집무실을 향하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경기도청 앞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지사는 집무실을 향하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경기도청 앞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지사는 트위터 미국 본사에 스스로 정보공개 요청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게. 아내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그건 프레임이자 함정”이라고 답했다. 

표창원 의원 등 일부 민주당 내에서 만약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지사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뇌물을 받았다면 법적 처분을 받아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니가 죄를 지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건 정치적 공격이다. 프레임이다. 가정적으로 말하면 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수사대는 오늘 수원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할 예정인데 향후 검찰 수사 과정과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서 스모킹건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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