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론에서 네이밍,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국가주의적 규제로 설정,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어려움에 직면한 배경, 김병준의 오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꼭 자체 경제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16일 가칭 ‘국민 성장론’을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론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노믹스’라는 네이밍을 붙였다. 

김 위원장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이는 나이자 우리다. 창의(Idea)다. 국민이 주도(Initiative)하는 것이다. 창조(Invention)하고 혁신(Innovation)하는 것”이라며 국민 개개인의 자율성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 모델로서 아이노믹스를 소개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아이노믹스를 통해 한국당 차원의 경제 모델을 제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아이노믹스를 통해 한국당 차원의 경제 모델을 제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이노믹스는 한 마디로 말해 “국가의 보완적 보충적 기능이 작동하는 가운데 국민 모두 자유와 자율에 기반해서 새로운 생각과 기술로 창조와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한국당이 규정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어두운 면이 있는데 그것은 국민을 “어리석고 사납고 부족한 백성으로” 보는 “국가주의적 시각”이라는 주장이다. 

즉 걸핏하면 모든 분야에 국가가 개입해서 국민을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기본적인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데 김 위원장은 그 사례로 △최저임금제 지역별 차등을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 △커피머신을 치워라 마라 하는 사소한 일에 간섭하는 것 등을 언급했다.

어찌보면 김 위원장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탈국가주의 이념을 아이노믹스에 집약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①믿고 풀자 ②바로잡자 ③키우고 열자 3가지로 세분화 할 수 있다. 

①은 국민의 저력을 믿고 규제비용 총량제 및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규제개혁을 일컫는다. 중앙 차원의 규제가 영향을 덜 미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것도 포함됐다. 국가 전체의 최저임금을 분권화하는 것도 여기에 들어갔다. 

②은 그나마 시장에 맡기고 정부의 개입을 줄이자는 전체 기조와는 결을 달리 한다. 시장에서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는 차원인데 진보 진영의 처방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행위 근절을 제외하고는 공공부문·대기업 노동조합의 특권 타파, 노동시장 유연 안정성 강화, 중향 평준화 연대임금제(대기업의 임금 상승률을 줄이고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률을 높여 양측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제도) 도입 등 노동개혁 방안이다. 공무원 정원 동결, 공공 부문 임금공개법 제정, 공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 체제 도입도 포함됐다. 이밖에도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원칙 하에 선진 과세체계 확립”도 눈에 띈다. 

③은 육성과 복지 차원인데 먼저 대학 자율성을 강화해서 교육개혁을 설계하고, 국가 R&D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강조하고 있듯이 결혼과 출산장려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미래 세대를 참여시키는 기본소득과 연금개혁 논의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이목을 끈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성장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 소상공인기본법을 제정하고 벤처기업을 위한 패자부활제를 확립하는 것도 주요 정책이다. 

직접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아이노믹스를 설명한 김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직접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아이노믹스를 설명한 김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김 위원장은 아이노믹스에 대해 의원총회를 거쳐서 승인받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당연히 동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함진규 정책위의장과 김종석 의원이 참석했고 김 위원장은 이들을 호명하면서 “아이노믹스의 설계자”라고 치켜세웠다.

사실 한국 경제의 발전사를 보면 20세기 중반 이후 한 번도 국가 주도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정부와 시장에서의 소수 강자(재벌 대기업 등)가 함께 전체 국가 경제를 이끌어왔던 것이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출 대기업 주도의 성장 모델이었다. 그런 식의 관치 경제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변화를 맞았고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위 신자유주의(작은 정부론에 따라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기조인데 이것은 시장의 강자인 기업들 위주로 짜여진 한국 경제가 역으로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다시 기업들에 국민 경제의 자원을 투입하게 했음) 경제 모델을 반강제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한국적 사회복지 모델을 미약하게나마 시작하게 된다. 이런 흐름은 사실상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되려 강화됐고 국정농단 이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기존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을 뜯어 고친다는 명분을 내걸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강자들에게 모든 경제 역량을 집중시켜서 성장을 꾀하던 모델에서 대다수 시민들의 소득을 높여 내수 소비를 늘리자는 경제 정책의 대전환인데 기업의 일자리 창출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민생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황이다. 예컨대 일자리 비용을 문재인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해도 매출이 적고 불경기면 기업이 채용을 늘리기가 어렵다. 결국 아무리 재정을 투입해도 효과는 요원하고 600만명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 →Ⓑ →Ⓒ로 발전해오면서 김 위원장이 말하는 국민 저력의 대상은 소수에서 다수로 넓혀져 왔다. 말하자면 수출 대기업이 경제를 이끌던 시절에는 시장에서의 강자인 소수들(㉮)만이 저력을 보여줬고, 지금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처방은 ㉮의 과도한 이익을 막고 규제해서 대다수 시민들(㉯)의 소비를 통해 경제 성장을 모색한다는 당위를 추구하고 있다. 

즉 김 위원장은 ㉮에 대한 규제 강화를 마치 전체 국민을 소극적으로 보고 규제 대상으로만 여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이 의도하는 것은 정책의 결과를 다 떠나서 우선적으로 대다수 일반 국민의 활력을 통해 경제 성장을 모색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의 비판론에 딱히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가 한계에 다다랐고 대외 요인에 너무 취약하다는 진단을 했고 이는 타당했지만 소수 강자에 몰아줬었던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경제민주화 정책에는 너무 소극적이어서 효과가 미약했던 측면이 있다. 경제민주화로 제대로 뒷받침 하지 않으면 성과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 기술 탈취 △프랜차이즈 점포에 대한 로열티 또는 유통마진 착취 등을 막고, 동시에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 일반 시민들이 △교육 △의료 △주거 △교통 △노후 △에너지 비용으로부터 시달리지 않도록 해서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는 대작업이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를 위해 펼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조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에게 경제 성장의 과실이 돌아가는 걸 막았던 ㉮에 대한 규제를 마치 ㉯를 억압하는 것으로 치환하는 일은 사실 정확한 해법이 아니다.  

국민을 믿는 아이노믹스와 달리 국민을 못 믿는 게 문재인 정부의 관점이라고 주장하는 김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국민을 믿는 아이노믹스와 달리 국민을 못 믿는 게 문재인 정부의 관점이라고 주장하는 김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8월26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계소득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소비가 줄고 기업소득 비중과 기업저축은 증가했지만 기업투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경제 성장의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국내 수요가 정체됐다. 기업투자가 기업저축보다 작아지고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표현대로 하면 ㉮는 더 “뛰고 있는데” ㉯는 “더욱더 뛰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즉 장 전 실장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근로자간 임금 격차는 더 커졌고 고용안정성은 낮고 기업의 투자는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이런 상황은 올해 들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며 “투자만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생각에서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인 국내 수요 즉 소비의 중요성을 간과해왔고 즉 성장한 만큼 가계소득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구조를 바꾸는 일”이 중요한데 그 방향성은 “가계소득을 높여 총수요 기반을 넓히고 수출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불공정한 경제구조와 거래관행을 해소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 정책의 3가지 축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는 “단순히 정책의 전환이 아니라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가계 소득을 높이고 △가계 생계비를 줄이고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목표가 수립됐다. 김 위원장의 주장과는 달리 ㉮ 보다는 ㉯의 활력을 모색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처방이다. 

아이노믹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이노믹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의당과 진보적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방향성을 제대로 밀고 나가지 못 하고 기득권의 눈치를 보느라 경제가 여전히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당은 반대로 ㉮에 대한 규제가 ㉯를 규제하고 간섭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정치 세력은 결국 경제 성적표로 국민들의 평가를 받기 마련인데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중 궁극적으로 누가 더 많은 국민들의 호평을 받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 김 위원장은 가칭 아이노믹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주요 입법 과제를 선정해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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